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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vin Seo 서승교 Jun 17. 2022

새로움을 넘어서는 가치 지속성이 창의의 지향점입니다.

새로움을 넘어서는 가치 지속성이 창의의 지향점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일을 창의로 정의합니다. 그래서 남들과 다른 사고, 남들과 다른 접근, 남들과 다른 표현을 창의적, 혹은 창조적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창의의 정의에서 공통적인 요소는 "새롭다"와 "남들과 다른" 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이는 비단 디자인이나 예술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반 사람들의 생활에서도 창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디자인이나 예술적인 테크닉을 배우지 않았거나 수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크리에이터, 즉 창의자, 창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디자이너 혹은 예술가의 창의는 일반인들의 창의와 어떤 면에서 달라야 할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속성, 새로움과 남다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반인들과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창의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창의가 만들어내는 가치의 크기를 비교해야 하는데 데요.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교환가치 즉,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의 가치로 비교가 가능할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인들이 만들어내는 창의의 산물은 판매하기 어렵거나 사려는 사람이 없지만,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창조물들은 가격이 매겨지고 수익이 발생합니다. 


창의에 대해서 조금 더 들어가 봅시다. 디자이너도 예술가도 창의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데요. 왜 이들은 서로 다르다고 할까요?  이를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 지향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창조물의 가치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예술가의 창조물은 소비자의 숫자보다는 창조물의 생명력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비유해 본다면, 디자이너의 창조활동은 Mass User를  타겟으로 하는 전형적인 제조업의 사업 모델과 유사하고 예술가의 창조물은 럭셔리 혹은 롱테일의 사업모델과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도 있는데요. 디자이너나 예술가나 창조활동의 첫 번째 목표는 '나의 창조물로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에 없었던 새로움으로 사람들에게 놀라움, 신기함이라는 가치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신선함의 가치는 그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그 생명력이 짧습니다. 또 다른 새로운 것이 나타나 마자 가치가 증발해버리고 말죠. 경험이 쌓인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은 이를 깨닫고 신선함, 새로움을 넘어서는 가치 지속성을 가진 창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즉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도 전혀 영향 없이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창조물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죠. 이것은 비즈니스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는데요. 스타트업들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새로움, 신선함을 만들어내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려고 집중하고 경험이 많은 기업들은 좀 더 생명력이 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점점 늘려갑니다. 그리고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만들 때 범하는 흔한 실수는 트렌디한 사업, 즉 신선함의 가치만을 지향한다는 점이죠. 미래의 사업환경이 불확실하다는 변명과 함께 말이죠. 불확실한 사업 환경 중에 가장 큰 것은 고객이 진짜 원하는 가치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이는 파악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기술이나 사업활동 대비 노력을 하지 않아서 인 것 같습니다. 


가치 지속성이 있는 창의를 다르게 표현해 본다면, 창의가 생산적이어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적은 투입으로 많이 만들어내는 생산 효율성 관점의 생산성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하나의 디자인으로 가치 소비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소비 생산성에 관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인간 중심의 디자인 사고와 이에 따른 창의가 디자이너가 추구해야 하는 창의의 방향성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정리하면,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생산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 디자이너, 기업, 그리고 예술가의 창의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1> 서울 강남의 한 지하철역 출구에 설치된  거울들입니다. 타인의 실체를 불법적으로 촬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설치물의 효과 지속성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사진#2> 헌혈의 집에서 헌혈 중에 발견한 QR코드입니다. 헌혈 과정을 안내해주는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코드인데요. 없었던 것이 있어서 새롭긴 했습니다만,  헌혈 의자의 거치대에 놓여 있어서 채혈 중이 헌혈자가 볼 수는 없는 구조였습니다. 사람들의 헌혈 과정을 알고 싶을 때는 언제일까요? 헌혈하기 전일까요? 헌혈하는 중일까요?

<사진#3> 동네에서 발견한 디자이너의 모습입니다. 전동휠체어에 보라색의 차양을 설치했네요.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아니지만, 이 사용자는 오랫동안 저 차양을 이용할 것 같습니다.  휠체어 제작업체가 고객의 니즈를 미리 알고 제공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놀라움보다는 두고두고 감동이 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입니다. 


++ 가치는 쌓일수록 더 크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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