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AI가 예술이나 디자인 분야에서도 각광을 받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술이나 디자인은 창의성이라고 하는 인간의 공유 역량을 가장 핵심으로 하는데 소위 생성형 AI는 명령만 내리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하니 창의적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이 미술대회 같은 곳에 출품되어 수상을 하기도 하고, AI가 쓴 시가 시집으로 출간되어 나오기도 했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을 침범해 온다는 사실에 공포감마저 느끼는 것 같습니다. AI의 창작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그리고 AI 시대의 디자인 싱킹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요?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한 것이기도 하죠. 조금 더 격하게 표현하면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산업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점점 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인간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종류와 난이도는 점점 더 많아지고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한 문제 해결은 효과적 생산을 위한 효율적 도구의 창작을 이끌어 왔고 도구들을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의 수준으로 활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반면 더 나은 생활을 위한 문제 해결은 생산보다는 유희적, 심미적 소비를 위한 창작으로 발전했죠. 전자의 창작을 디자인으로, 후자의 것을 예술로 빗대어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AI의 창작을 생산적인 수단의 발명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유희적, 심미적인 오브제들의 탄생으로 볼 수 있을까요?
예술의 관점에서 AI의 창작을 살펴보면, 다시 예술의 창작자와 소비자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이 창작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함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작품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뜻입니다. 생각이나 감정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예술가들은 표현 수단과 기교들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에 따라 예술의 소재가 달라지기도 하고 기법이 달라지기도 했죠.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AI도 예술가들에겐 흥미로운 창작의 도구가 될 수 있겠습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수련하지 않아도, 쉽고 그리고 좀 더 자신의 생각과 유사하게 표현할 수 있은 도구가 생긴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당연하게도 AI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기법들이 예술의 한 사조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창작자의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창작물들은 예술로 인정하지 않겠지만요.
반면, 예술의 소비자 관점에서 AI의 창작물, 예술가의 표현 주제가 담기지 않은, 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경이로움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인류가 그 오랜 시간 동안에 걸쳐서 창작할 수 있었던 것들을 눈 깜짝할 새 유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이겠죠. 하지만 이 놀라움이 유희적, 심미적 욕구를 창족시켜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유희적인 측면은 일정 기간 즐거움이 유지되어야 하고 심미적인 부분은 창작자와의 공감대가 있을 때 충족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창작할 수 있지만 아무 작품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상의 시간과 공감의 깊이를 만들어 내는 일은 예술가들의 전문 분야입니다. 그리고 이 역량은 학습이 아닌 경험과 지혜의 축적에서 나옵니다. 예술의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오랜 감동을 예술 작품을 통해서 얻고자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AI의 창작물에 대한 현재의 스폿라이트는 경탄을 자아내는 예술을 위한 만능 도구의 등장에 대한 부분으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죠.
디자인의 관점에서의 AI의 창작을 살펴보면 현재의 수준은 각종 공구 혹은 형형 색색의 물감이 가득한 팔레트에 비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들이 "A"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도구와 공구를 이용할 때, 좀 더 적합하고, 좀 더 나은 도구를 이용하면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처럼, 현재 AI의 창작은 디자이너에게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고효율의 도구와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를 구상하고 설계하는 것과 이를 구현하고 적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현재의 AI 창작물들은 인간의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보다는 즉각적인 산출에 좀 더 방점이 찍혀있는 듯싶습니다. 쉽게 말하면 빠르게 만들어 내는 것은 감탄할 만 하지만 그것이 고객의 니즈에 정확하게 부합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AI 창작물을 디자이너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차원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예술가들만큼 다양하진 않겠지만,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이용되게 하는 가치라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창작물에 담겨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는 AI 창작물은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디자인 싱킹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프로세스나 창의를 위한 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문제에 대한 공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이해, 그리고 가치를 창출하려는 사상, 태도,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측면에서는 몰라도 인간의 문제에 대한 공감과 이해라는 측면은 AI로 쉽게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활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이에 따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문제가 패턴 없이 발생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설루션에 대한 가치 판단도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AI가 발전해서 "인간스러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유용하다고 판단되기 위해서는 복잡 다양하게 변화 발전하는 사람들의 문제에 제대로 공감하고 설루션의 방향, 메시지, 을 가리키는 디자인 싱킹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1,#2> 스노 앱으로 만들어 본 AI 자화상입니다.
+AI가 발전해서 예술가나 디자이너가 없어지면 소비자는 어떤 느낌일까요? ARS로 서비스센터에 연결되는 느낌과 같을까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즐겁습니다만, 그 안에 담긴 창작자의 혼과 메시지까지 알게 되면 감동하고 잊지 못합니다.
+++도구가 훌륭해지면 더 많은, 더 가치있는 창작이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