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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힌트:사람들의 엉뚱한 해결책

관찰은 시간을 들여 불편함에 공감하는 일

by Kevin Seo 서승교

디자인과 혁신의 공통적 지향점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해결해 줌으로써 더 나은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어떠한 디자이너나 혁신가도 사람들을 위한 더 나은 가치를 만들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겁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에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나 혁신가 스스로가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체험해 봐야 하죠. 직접 체험해 보지 않으면 불편함의 강도를 공감할 수 없고 만들어진 솔루션의 수준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낫게 만드는데 도움이 크게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의 불편함에 공감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객 되어보기'를 제안합니다. 이는 제 3자적 관점에서 고객을 관찰하는 서비스 사파리와는 다릅니다. 눈으로만 보고 귀로만 듣는 1차원적 관찰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직접 체험해서 느끼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관찰이기 때문입니다. '고객 되어 보기'는 디자이너로 하여금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의 강도를 직접 체감하게 하고, 사람들의 문제를 디자이너 본인의 문제로 느끼기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로 하여금 더 나은 문제 해결 디자인을 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사람들의 불편함에 공감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불편함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커서 스스로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보통 사람들을 찾는 일입니다. 불편함에 대한 민감도는 사람들 마다 다르죠. 불편함을 잠시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불편함을 잘 견뎌내기도 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용에 있어서 이 차이는 확실히 구분되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잘 견뎌냅니다. 그러나 아주 소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죠.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대부분 공감하실 텐데요. 새 구두를 사서 신으면 발목이 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구두의 모양을 잡기 위해서 새 구두의 경우 뒤축의 가죽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이 때문에 사용자의 발목에 상처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구두는 원래 그렇게 신는 거야", "좀 신다가 길들여지면 나아져"라고 하면서 새 신발을 신는 즐거움과 발목 뒤가 까지는 고통을 교환합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이 불편함이 싫어서 아예 구두 신기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죠. 여기에 더해 예쁜 구두를 신어야 하는 데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새 구두의 뒤축을 일부러 여러 번 구부려서 부드럽게 만든다던지, 아니면 아예 뒤축을 잘라보니 던 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어찌 보면 창 엉뚱한 방법이 아닐 수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함은 인지할 수 있습니다.


앞에 이야기한 불편의 민감도가 큰 사람들의 해결책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극단적이거나 엉뚱하다고 생각해서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좀 더 생각해 보면, 불편에 대한 민감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느끼는 불편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해결책을 여러분들이 쓰지 않는 것은 불편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방법이 세련되지 못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져서 일 것입니다. 거꾸로 말해서 세련된 방식, 그리고 완성도가 높은 방식으로 불편함을 해결해 준다면 여러분들도 기꺼이 그 해결책을 불편을 해소하는데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즉, 수용도가 높은, 사람들의 생활을 더 낫게 만드는 해결책이 되겠죠. 그리고 사람들의 엉뚱한 솔루션을 세련되고 완성되게 솔루션을 만드는 것은 전문가인 디자이너와 혁신가의 일인 것은 자명할 테고요.


사람들은 디자이너나 혁신가들은 창의적인 재능이 출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편안하게 해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디자이너와 혁신가는 고객의 문제에 공감하고 그들의 솔루션에서 힌트를 얻는 일을 잘하는 재능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창의력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죠. 사무실에 앉아서 상사의 요구에 따라 사람들의 불편함을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는 솔루션의 완성도를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따라서, 디자이너와 혁신가는 일정 시간 이상 사무실을 벗어나 고객의 현장에서 늘 그들의 불편함에 공감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찾는 일에 몰두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인, 그리고 고객 전달가치가 큰 혁신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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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한 식당의 계산대 앞에 놓인 외상 장부의 모습입니다. 인근 회사의 직원들이 자신이 먹은 음식값을 기록해 두고 나중에 한꺼번에 정산하는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방식인 것 같은데요. 이 식당의 주인과 손님은 어떤 불편함이 있어서 이 방법을 이용하는 것일까요?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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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커피 캐리어가 아닌 음료수 캐리어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피점의 종이 캐리어에 비해 어떤 점들이 나아졌나요? 일반적으로 2개 이상의 음료수들을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누군가가 커피 캐리로 음료를 나르는 모습을 보고 착안된 솔루션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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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한 식당의 냉장고를 열었더니 문 안쪽에 직원들의 사진과 명함이 붙어 있습니다. 냉장고 밖도 아닌 안쪽에 사진을 붙여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명함은 누구의 명함일까요? 이 해결책을 식당 주인이 택한 불편함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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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행인의 모습니다. 좀 독특한 모양의 지팡이를 쥐고 있는데요.

사실 이것은 펼치면 의자가 되는 의자 겸용 지팡이입니다. 이 제품은 어디에서 힌트를 얻어서 개발되었을까요? 이러한 제품이 필요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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