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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 필요 없는 혁신(디자인)

성공적인 혁신(디자인)은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by Kevin Seo 서승교

신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부터 기업은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합니다. 언박싱(Un Boxing) 행사를 개최해서 기자들과 전문가들을 부르고,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사전 광고를 합니다. 또 제품이 출시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체험 부스를 만들고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키려고 노력합니다. 여기에 더해 각종 할인과 쿠폰 등의 판촉을 통해 사람들의 구매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공식화되어 어떤 산업 분야이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할 때 기업들은 비슷한 방식과 과정을 반복합니다. 매년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론칭 행사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은 이 같은 마케팅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러한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생각해 보죠.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이벤트를 한다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겠죠. 그리고 여기에는 더 많은 비용을 들이면 더 많이 알릴 수 있고 더 많이 알리면 더 많이 팔 수 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돈을 많이 써서 많이 판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이윤의 크기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마케팅에 돈을 써야 성공한다는 공식은 큰 기업들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먼저 인지된 기업들에게만 유리한 논리를 제공합니다. 작은 기업일수록 인지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큰 기업들에 비해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큰 회사들에서도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는 것을 원치는 않습니다. 그럼 마케팅 비용을 적게 쓰거나 아예 쓰지 않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가장 확실한 답은 고객 감동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을 넘어서 감동하게 되면 굳이 왜 좋은 지 설명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가치를 이해하지 못해도 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용합니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말이죠. 더 나아가 그들이 느낀 효용과 가치를 주변에 전파하는 일까지도 합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기업은 굳이 비용을 써가며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구매를 유도하는 소위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용을 쓰지 않으니 이윤의 크기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만 제가 보기엔 여기에도 마케팅 활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케팅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는 마케팅을 홍보나 영업으로만 치부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마케팅은 이보다는 훨씬 범위가 넓은 활동이죠. 좀 쉽게 설명하면 마켓(시장)의 삶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즉,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출시를 통한 마켓(시장)의 생성, 형성된 마켓의 유지, 그리고 수명이 다한 마켓의 소멸까지와 관련된 활동이 마케팅이라는 의미입니다. 홍보나 영업은 시장의 유지와 연장에 좀 더 가까운 활동들일 뿐입니다.


고객 감동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시장의 생성과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마케팅 활동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충분한 공감이 필수입니다. 이 지점에서 마케팅과 디자인싱킹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케팅도 디자인 싱킹도 고객의 문제에 대한 공감이 가장 기본이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정말 감동할 수 있을 제품과 서비스라는 설루션(시장)을 만들어 내죠. 시장(마켓)의 생성을 잘한다는 것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알고 이에 제대로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고, 고객 니즈에 대한 적중도가 높기 때문에 고객은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면 바로 자신들이 필요로 한 것임을 알아챕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가치를 이해하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할 최선책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것은 곧 구매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혁신의 모습입니다.


혁신이란 하나의 대체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대체불가능한 해결책을 만드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기꺼이 이전까지 해왔었던 문제 해결방식을 버리고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새로운 그리고 완전한 설루션을 선택합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어떤 것이 그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지 단 번에 알아보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즉 홍보하지 않아도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아도 알아보고 구매합니다. 그것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구매합니다. 디자인 싱킹이 혁신에 중요한 근본이며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 고객과의 깊은 공감이 필수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혁신은 마케팅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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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시청 앞 거리에서 발견한 중국음식점 간판입니다. 철자가 틀린 것이 재미있기도 합니다만,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한 과장이 흥미롭네요. 그런데 정작 음식보다는 조리 방식과 공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음식점에도 이런 간판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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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한 식당에 설치된 스마트폰 충전 및 살균기 서비스 기기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주변엔 주류 광고 판들이 함께 붙어 있네요. 사람들이 스마트폰 살균기를 잘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객들은 무엇에 공감하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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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정수기에 붙은 문제 해결 안내 게시물입니다. 아마도 해당 증상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관리자가 붙여 놓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수기는 어떤 방향으로 혁신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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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한 카페에서 발견한 윈도운 노트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애플의 맥북로고를 붙여 넣은 것인데요. 아마도 다음 컴퓨터는 맥북이 될 수도 있겠네요. 혁신은 사람들을 열망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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