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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와의 공감에서 디자인하라

사용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유(디자인 기술자 vs. 가치 창조자)

by Kevin Seo 서승교

디자인은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실무 경력을 쌓아야만 하죠. 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육들이 이뤄지는데요. 주로 "어떻게 디자인하는가?(How to Design)에 대한 부분이 주를 이룹니다. 디자인 이론을 배우고 최신의 툴들을 학습하고 이를 실습하는 것으로 교육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디자인의 일을 하게 된 경우에도 집중하는 것은 언제나 "어떻게"에 대한 부분이 많습니다. 경쟁사보다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툴을 선제적으로 학습하고 익혀서 더 빠르게 디자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기술 기업에서 더 효과적인 툴이 나오면 그걸 익히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디자이너의 타이틀을 유지하는 것이죠. 이 현상은 반복됩니다. 아마도 지금은 어떻게 하면 프롬프트를 잘 만들어서 AI를 활용한 디자인을 잘할 수 있을까에 관심도 많고 시간, 노력 투자도 많이 하고 있을 겁니다. 자 이쯤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점은 과연 이게 맞을까 하는 것인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디자인과를 막 졸업한, 디자인 실무 경력이 없는, 자신이 창조해 낸 디자인이 없는 사람들을 디자이너라 부르기 주저합니다. 이는 마치 운전면허를 땄지만 도로 주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도 같은 거죠. 운전면허를 땄다고 자동차 경주 레이서라고 부를 수 없는 것처럼 디자이너도 경험이 부족하면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불편함을 더 나은 방법으로 해결해 주지 못하고, 가치를 창조해 내지 못한다면 이들을 여전히 디자이너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들에게는 '디자인 기술자'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아마 디자이너를 바라보는 많은 일반인들의 시각이 이와 비슷할 것입니다. 창의와 디자인의 영역을 나눠서 인식하는 것입니다. 창의는 상품기획이나 전략의 역할이고 이를 가시화해 내는 역할이 디자인의 역할이라 인식하는 것이죠. 그리고 디자인의 How 영역은 앞으로 AI가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고 점점 더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일이 많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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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버스의 장애인 장애인 전용 좌석에서 발견한 정차벨의 모습입니다. 운전기사 분이 벨 주변을 스티로폼으로 가드를 만들어 붙여 놓았는데요. 왜 이렇게 하였을까요? 어쩌면 디자이너들은 사용자 경험을 하지 않은 채 생각만으로 디자인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사용자의 어떤 불편함이 존재했을까요?


행위로 인식되는 디자인은 소위 기술, 혹은 쟁이의 영역으로 구분되어집니다. 우리는 디자인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디자인이라는 행위를 하고 이 행위를 정당하게 만드는 것은 디자인 행위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원인이 바로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더 가치를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디자인 행위의 정당성은 사람에게서 찾은 니즈에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점이 디자이너의 양성에 있어 디자인 How에 못지않게 강조가 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사용자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들의 심리나 욕구까지도 심도 깊게 이해하고 있어야 이전의 방법이 아닌 더 나은 방법으로 사용자의 삶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착안할 수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디자인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디자이너를 '디자인 기술자'가 아닌 '가치 창조자'로 인식되게 합니다.


<사진 2> 재활용 PET 병을 수거하고 포인트로 바꿔주는 기계의 모습입니다. 자원 재활용의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 기계에서 눈에 띄는 건 기계 앞에 붙여놓은 폐기물 무단투기 금지 안내장입니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요? 디자인의 문제는 어떤 것일까요?


가치를 창조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 행위의 정당성을 찾는 활동, 즉 사람,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학습과 실습이 중요합니다.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등 인문학에 대한 학습이 디자이너에게는 필요한 것이죠. 이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한다면 눈에 보이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단기 처방적 디자인이 아니라, 경쟁사의 디자인에 비해 조금 더 나아서 그래서 사용자에게는 하나의 선택지가 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자가 가치를 확연하게 느끼고 단 하나의 해결책으로 선택되는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들에게는 사용자의 불편함에 공감하는 공감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인데요. 이 말은 직관적으로 사용자의 불편함을 캐치하는 능력이 비디자이너에 비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욕구가 생기고 이를 디자인 How를 통한 솔루션으로 해결해 냅니다. 이 능력을 생활 속에서 좀 더 연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컴퓨터 스크린이나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는 눈을 주변의 사람들의 관찰하는 곳으로 돌리고,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인문학은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공감 능력을 좀 더 객관화하고 설득력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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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의 편의점에 팔고 있는 커피 슬리브입니다. 커피 슬리브만을 따로 팔고 있네요. Kpop 스타를 좋아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소장품으로 인기가 있을 것 같네요. 이 아이디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자질도 앞으로는 좀 달라질 것입니다. 아직도 디자인한다고 하면 미대를 졸업했는지를 묻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앞에서 이야기한 '디자인 기술이 있는가'가 디자이너의 자격을 확인하는 기준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디자인 기술을 AI가 대체하는 시기가 도래함을 전제로 본다면 '사용자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를 창의해 낼 수 있는가'가 디자이너의 자질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이는 좀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 이 글을 읽고 있는 비디자이너분들도 디자이너로 불릴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세상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사용자와의 공감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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