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가 아닌 시간 점유가 중요하다.
"디자인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요?"
기업에서 가치 평가라는 말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얼마만큼의 매출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디자인의 가치 평가도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이 얼마큼의 매출을 일으키는데 도움이 되었는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디자인의 모든 가치가 금전적으로 환산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금전적 기준은 디자인의 평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기준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것은 상업적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방향성을 제안하고 있는데 즉, 돈을 벌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이죠. 그러면 돈을 많이 벌게 해 줄 수 있는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요? 여기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선 돈이 어디서 오는 지를 봐야 하고 너무 당연하게도 돈은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왜 돈을 쓰는지를 이해해야 돈을 많이 벌게 해 줄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완전히 혹은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금전)를 소비합니다. 다시 말해, 각각의 사람들마다 서로 공통적 혹은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데, 이를 얻기 위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금전)를 지불한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교환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디자인적 요소가 반영되어 있고 이는 다른 경쟁사의 것이 아닌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그들의 금전 가치를 교환하도록 하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체 판매 가격에서 이러한 디자인적 요소가 기여하는 비중이 디자인의 가치로 환산되겠죠. 여기에 더해 사람들이 얼마나 반복적으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서 그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의 추정이 더해지면 보다 근사치에 가까운 디자인 가치 측정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의 가치 평가는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이를 해석하고, 목표로 삼고, 디자인 작업에 반영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보다 좀 더 직접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제안하는 디자인의 가치 평가 방법은 고객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횟수와 총시간의 합을 가치로 환산하는 것입니다. 일단 측정 방법부터 설명하자면, 먼저 고객이 일상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의 발생 빈도를 측정하고, 이들의 해결을 위해 소용된 사용자의 시간의 합을 기준 시간으로 정합니다. 사용자의 동일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롭게 제안되는 디자인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 시간의 합을 줄여준다면 디자인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는 것이죠.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의 수식과 같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가치를 평가하고 기준을 삼을 수 있는데요. 크게 나눠보면 제품 디자인이냐 서비스 디자인이냐에 따라 해석 방식이 달라집니다. 먼저 제품 디자인의 경우 사용자는 디자인을 활용하여 그들이 가진 생활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문제 해결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짧을수록 좋은 디자인이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제품 디자인의 경우 제안되는 제품의 디자인 가치(DV)는 1보다 작을수록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공급자 입장에서도 유리한 가치 평가 기준인데요. 제품의 판매 대수가 매출의 크기를 결정하는 제조업의 성과 특성상 짧은 문제 해결 시간은 고객에게 장점으로 어필할 수 있고 이는 매출의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디자인의 경우는 디자인 가치의 평가가 좀 더 세분화되는데요. 기능적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와 감성적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기능적 문제 해결, 예를 들어 수리, 관리, 식음료... 등등 과 같은 서비스의 경우 디자인 가치(DV)가 제품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1보다 작을수록 제안되는 서비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사용자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그들의 일상을 이어나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공급자 관점에서도 회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매출에 기여하는 좋은 디자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감성적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 예를 들어 상담, 케어, 교육... 등등과 같은 서비스들의 경우에는 디자인 가치(DV)가 1보다 클수록 서비스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어지는데요. 이용 시간이 길수록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공급자도 서비스 공급에 들어간 시간만큼 추가 과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 증대에 유리합니다. 특히 감성적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의 경우는 양적시간뿐만 아니라 질적 시간도 중요한 요인이 되는데, 질적 시간은 양적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디자인 가치(DV)가 1보다 작아서는 곤란합니다.
기업 경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특정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얼마나 큰 시장을 점유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시장 경쟁의 마케팅 기법들(4 P's mix)을 활용하는데요. 이러한 것들은 경쟁 자체에만 몰두한 나머지 사용자가 무엇에 가치를 느끼고 왜 지불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사용자의 시간 관점의 가치 측정은 기업에게 새로운 경쟁의 잣대를 제공합니다. 고객의 다양한 컨텍스와 이에 사용되는 시간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시간 점유를 조절하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경쟁 우위의 방법이며, 디자이너들에게 어떻게 하면 경쟁사 대비 더 나은 시간 점유를 위한 디자인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 대비 제품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서비스 이용 시간의 양과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디자이너는 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창의해 낼 수 있고, 다소 개념적이고 모호한 디자인의 가치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평가받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1> 바쁜 지하철 통로에 집중적으로 붙어있는 서울시 캠페인 포스터입니다. 지하철 이용객의 눈을 끄는 데는 효과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요. 이 서비스는 사용자의 시간도 붙잡을 수 있을까요? QR 코드를 통해 이 캠페인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이 서비스에 참여하기 위해 시간을 쓸까요?
<사진 #2> 서울 성수동에 있는 한 카페 앞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입장 전 대기 고객을 위한 문구와 시설들인데요. 의자와 파라솔은 물론 식수대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식당 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지불하는 시간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대기 시간까지 포함해야 할까요? 아니면 식당에 입장해서부터의 시간만 계산해야 할까요?
정리하면, 고객은 그들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이를 얻기 위해 금전 가치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지불하는 금전의 크기는 제품과 서비스를 교환함으로써 얻게 되는 시간의 크기나 품질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디자이너는 고객이 얻게 되는 시간의 양과 품질을 높이는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