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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다 Jun 15. 2022

#4 엄마가 일을 다시 시작할 때 만나는 장애물

죄책감과 자신감부족

출처: 픽사베이

엄마가 다시 일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1.아이가 아직 어려서 (죄책감) 

2. 다시 시작하기 두렵고 잘 할 자신이 없어서 (자신감 부족)

가 가장 주된 이유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이 두 가지 이유로 다시 일을 시작하는게 쉽지 않았다.


오랜 꿈이자 첫 도전이었던 영어독서 공부방은 결국 잠정 휴원하게 되었다. 집에서 수업 해야하는 공부방 특성상 돌도 안된 아기가 있는 공간을 함께 나눠쓰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어렵게 자리 잡은 공부방을 접는게 아쉬워 아파트 앞 상가도 알아보았다. 그러나 상가임대료, 인테리어 등 교습소를 차리기 위한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 돌도 안된 아들을 두고 일을 시작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아직 내 손길이 필요해 보였다. 내가 원하는 시점에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프리랜서의 장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내가 만약 지금 일을 시작했는데 아이가 분리불안이 오면 어쩌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이런저런 걱정과 불안에 쉽게 일을 다시 시작할 수가 없었다. 일도 시작하기 전에 죄책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 나의 죄책감 그릇을 가득 채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출처: 픽사베이


시준이 백일날이었다. 백일잔치를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첫 뒤집기를 연습하는 아이를 보았다. 신기하고 기쁜 마음에 영상을 찍는데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몸에 마비가 왔다. 가까스로 바로 옆 소파에 누웠는데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을 처음 경험해보니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영영 움직이지 못하게 될까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안방에 있던 남편이 급하게 119를 불러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원인은 허리 디스크 파열이었다. 다행이 심한건 아니라 간단한 시술을 받은 후 조금씩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허리로 진통을 겪은 것 때문인가? 몸이 망가져서 그런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체력만큼은 자신했는데 이 사건 이후로 조금만 몸을 무리하면 바로 허리에 영향이 갔다. 병원에 실려간 나는 내 아픈 몸보다 한번 뿐인 아이의 백일잔치가 엉망이 됐다는 사실에 엄청난 죄책감이 밀려왔다. 결국 시술을 받고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4개월 동안 이모님을 고용했다. 그때 내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함에 죄책감은 내 마음속에 계속 쌓여갔다. 결국 아이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눈덩이처럼 커져, 육아 외에 무엇인가를 시작하고자 할 때 큰 장애물이 되어 돌아왔다.


엄마 아빠 없이 찍은 백일사진


아이와 떨어지는 연습이 필요했다. 아이를 꼭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집착과 불안함에서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처음 영어미술지도사 과정을 듣기 위해 시준이를 친정엄마한테 맡기던 날, 나의 온 마음과 생각은 시준이한테 가 있었다. 밥은 잘 먹었는지, 낮잠은 잤는지, 울고 있는 시준이가 머릿속에 맴돌아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쉬는 시간마다 친정엄마한테 전화하며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의외로 시준이가 울지 않고 할머니와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왜 시준이가 꼭 나랑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아니어도 되는구나… 아이와 잠깐 헤어진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제야 아이에 대한 걱정을 조금은 떨쳐버리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영어미술지도사 수업 당시 과제물


다시 일을 시작하기 전 나를 망설이게 만든 또 하나는 자신감 부족이었다. 1년을 넘게 쉬었더니 내가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또 다시 학부모님께 수업을 알리고 홍보하는 과정을 하자니 걱정이 앞섰다. 공부방을 처음 시작할 때는 멋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아파트 단지를 곳곳마다 돌아다니며 홍보하고, 매일 블로그 글을 올리는 등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그 일들을 다했나 싶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했다. 그런데 매일 아이를 돌보는 지금의 내가 그때와 같이 해야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부터 났다. 처음부터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니 그때 내가 쏟은 에너지만큼 할 자신이, 열정이 없었다. 과거의 나와 비교하느라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그렇게 머릿속에서만 일을 하고 싶다고 외쳐대며 하루 이틀 실행을 미룬 채 시간만 흘러갔다.

 

출처: 픽사베이


육아로 경력단절이나 오래 일을 하지 않은 엄마들이 다시 사회로 나가고자 할때 걱정과 불안이 있는건 당연하다. 누구나 시작은 힘든 법이다. 나는 무엇인가 시작하고 싶은 엄마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자격증이나, 세미나, 강의 등을 들을 것을 적극 추천한다. 나 역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또 영어독서, 영어교육 관련 책들을 읽으며 일에 대한 기억들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대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영어미술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영어미술수업을 하겠다는 다짐보다 새로 무엇인가 시작함으로써 자신감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싶었다. 자격증을 따기위해 공부하며 육아 외에 다른 일을 성취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자신감과 용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엄마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다. 내가 책임져야 할 자녀가 생겼기 때문에 이전처럼 체력과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만 쓸 수 없다. 집중력도 열정도 예전처럼 한 곳에만 쏟아부을 수 없다는 사실과 이전과 다름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맞춰 내가 할 수 있는 실행가능한 나만의 일을 찾아보자. 작은 일이어도 좋다. 그 일을 해가며 조금씩 나만의 시간과 자신감을 늘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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