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루나 Oct 06. 2023

과거의 나에게 쓰는 편지

- 그때의 루나에게 -

안녕 루나,


오늘 하루는 어땠어?

짜증 나고 버거운 하루를 보내진 않았어?

또 빈속에 마시는 술로 짜증을 풀어냈니, 아니면 밤늦게까지 혼자 빵과 쿠키를 구우며 참아냈니?


진절머리 나게 하기 싫은데, 못한다는 소리는 듣기 또 싫어 마지막까지 꾸역꾸역 해내려고 노력한 거 알고 있어. 진짜 고생했어. 지금의 내가 너라면 난 정말 못했을 거야.


내 이야기가 너에게 전달이 되진 않겠지만, 하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네가 지금은 외롭게 혼자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다 알고 있더라. 시간이 흘러 너에게 이야기해 줄 거야. 그때 너 정말 잘했었다고. 심지어 네가 잘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너에게 이야기할 거야.


그러니까 결코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그리고 무엇보다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내가 지금을 살다 보니, 지나간 날 힘들었던 건 사실 기억으로는 남았어도 감정은 많이 옅어지더라.


고통은 네가 기억하지 않으면 사실 존재하지도 않는 거야. 나도 예전에는 고통을 곱씹으며 내게 계속 상처를 주었어. 어느 날 문득 보니까, 과거의 상처는 이미 아물었는데 그곳에 오늘도 계속 상처를 내던 건 바로 내 자신이었어.


내겐 아직 가꾸어야 할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건 모두 내팽개치고 과거의 상처만 계속 바라봤을 때도 있었어.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해.

그렇다고 내가 너를 잊은 게 아냐.

나는 항상 너를 생각하고 있어.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지?


고마워.


정말 이 말이 너무 하고 싶어.


네가 견뎌준 덕분에 오늘의 내가 숨 쉬고 살고 있어.

너는 때때로 너의 하루가 쓸모없게 느껴지고,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겠지만 단 하루도 그런 날은 없었어.


네가 술을 마시고 울던 날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늘어져 있었던 날도,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이렇게 사는 게 맞나' 고민했던 날도 모두 의미 있고 소중한 날이야.


그런 하루가 모여 지금의 내가 숨 쉬고 살고 있어.

네가 배운 일들, 견뎌낸 일들, 또 이뤄낸 일들 덕에 너의 미래는 너에게 감사하며, 무너지는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거운 순간에는 잠시 숨을 고르며, 하기 싫을 땐 잠시 짐을 던져두기도 하며 살고 있어.


다 너 덕분이야.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


밤늦게까지 불현듯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불안에 잠들지 못했던, 맥주 한잔에 의지해 쓰러지려던 마음을 추스르려던, 터덜터덜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해 그저 걷기만 했던 너의 옆에 내가 있다는 걸 네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혼자라고 생각한 순간에도 너는 혼자인 적이 없었다는 걸 네가 알 수 있다면 말이야.


오늘도 나, 잘 지낼게.

가끔 휘청일 때면 너를 떠올리면서 나 또 잘 지내볼게.

그럼 아마 미래의 나도 내게 이렇게 이야기할 거야.


너 덕분에 지금 내가 살아.


오늘 하루, 너무 힘들지 않았기를.

힘들었다면 금방 잊기를.

그리고 쉬이 잠들기를 기도해.


- 2023.10.6. 루나로부터 -

매거진의 이전글 시아버지가 떠나시던 날, 하늘에는 폭죽이 터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