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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르 Oct 15. 2018

<스타 이즈 본>,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

브런치 무비패스 #19


<스타 이즈 본>,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


톱스타 잭슨(브래들리 쿠퍼)은 공연을 마치고 근처 바에서 우연히 앨리(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듣게 된다. 엄청난 재능을 지녔지만 외모에 자신이 없어 소극적인 앨리는 그날 밤 잭슨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계기로 잭슨의 무대에 설 기회를 잡는다. 잭슨의 도움으로 재능을 보이게 된 앨리. 이후 앨리는 승승장구 하지만 오히려 잭슨은 술로 인해 내리막을 걷는다. 어린 시절 상처와 예술적 고뇌 속에서도 사랑하는 앨리를 떠올리며 제대로 된 삶을 살려고 애쓰는 잭슨. 하지만 그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스타 이즈 본>은 꽤나 전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잘 나가는 스타가 공연을 마치고 주변의 바에서 우연히 재능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묘한 끌림을 느껴 함께 새로운 음악을 하게 된다는.. 어쩌면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이야기를 전체 스토리로 삼고 있다. 튀거나 나대는 캐릭터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감 없고 소극적인 캐릭터가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준 스타 덕분에 새로운 스타가 된다는 설정이 얼마나 드라마틱 한가. 그래서 이야기만 따졌을 때 <스타 이즈 본>은 촌스러운 구석이 있다. 재능만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된다니, 얼마나 꿈만 같은 이야기인가!



영화 속 캐릭터들은 더욱 전형적이다. 락스타 잭슨은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외골수에 기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공연 때나 아닐 때나 항상 술에 떡이 돼 있고 가끔 약도 한다. 귀가 점점 멀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치료를 하지 않고 귀를 혹사시킨다. 작곡이나 연주에서는 최고이고 뛰어난 직감으로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 능력까지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괴팍한 천재 스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앨리 역시 전형적이다. 재능은 있지만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어 늘 나서지 않는다. 알바나 하면서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게 낙이다. 하지만 스타가 한 번에 듣고 알아볼 정도의 실력은 지녔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모두가 원하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영화 앞부분 두 사람의 만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작은 클럽에서의 공연을 통해 잭슨이 앨리의 능력을 알아보는 장면부터 마트 주차장에서 밤새 같이 음악 이야기를 하는 부분까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두 사람의 예술적 교감을 보여주며 능력자는 능력자를 알아본다는 식의 긴장감도 조성한다. 물론 둘은 예술적으로만 교감하는 건 아니다. 이후 사랑으로 발전하지만 이 장면까지는 아직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예술가 혹은 스타로서의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관객 모두가 뮤지션으로서의 두 사람의 미래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기대를 품게 하는 장면이다.



<스타 이즈 본>은 락스타와 연예계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의 화려한 삶을 보여주진 않는다. 어떤 일상을 살고, 어떤 규모의 공연을 하며,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럭셔리한 삶보다는 그들의 고뇌와 감정에 치중한다. 그래서 주로 클로즈업을 사용한다. 전반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풀샷을 지양하고 클로즈업을 사용해 인물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에 집중하라고 유도한다. 지금 이 사람은 스타가 아니라 한 인물이며, 화려한 삶보다는 예술가로서의 치열함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음을 보여준다. 주연과 연출을 맡은 브레들리 쿠퍼는 카메라 워크 하나만으로 <스타 이즈 본>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클로즈업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에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편집이 유려하지 않으면 클로즈업으로 전개되는 장면들은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이미지의 나열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사가 있어서 몽타주의 향연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가끔 편집이 덜컥거리는 부분이 있다. 이미지 효과의 극대화에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에서는 다소 불편한 점이 보이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상쇄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영화의 주요 테마이자 이야기를 전개하는 수단이기도 한 음악은 곳곳에서 좋은 역할을 해낸다. 가사를 통해 이야기를 드러내고 분위기나 감정을 전달하는 부분도 있지만 음악 자체의 효과가 큰 몫을 해낸다. 특히 사운드 시스템이 좋은 극장에서 본다면 그 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의외로 볼만 하다. 연출까지 한 브레들리 쿠퍼는 시종일관 우울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읊조리듯 대사를 친다. 내리막길을 걷는 스타의 암울함과 예술적인 고뇌를 잘 표현한다. 레이디 가가는 화장기를 다 걷어내고 민낯을 보여준다. 순수함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체 화려하고 기괴한 모습만 많이 봐와서 그런지 그것 자체로 의외인 부분이 있다. 연기도 괜찮은 편이다. 촌스러운 부분부터 화려한 스타까지, 남자를 위한 순정녀에서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엔터네이너까지, 모든 부분에서 중간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연기자 레이디 가가는 좀 낯설긴 하다.



음악이나 카메라 앵글, 배우들의 연기는 <스타 이즈 본>의 큰 주제인 사랑을 뒷받침하는 요소일 뿐이다. 영화에 그려진 사랑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거룩한 사랑에 가깝다. 앨리는 자신을 알아봐준 사람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잭슨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으로 인해 불행해질까 봐 곁을 떠난다. 두 사람은 어떻게 하는 것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욕망을 숨기지 못해 결국 헤어지고 만다. 하지만 이기적인 욕망은 아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본연의 모습, 말 그래도 타고난(born) 기질에 대한 것이다. 각자의 기질을 안고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은 결국 그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기질을 극대화한다. 그것이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각자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사랑의 모습이기도 하다.


브레들리 쿠퍼의 연출가로서의 재능은 아직 뭐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연출적인 측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방향성은 명확히 가져가기 때문이다. 아마도 조금 더 경력이 생기면 달라지지 않을까? 다음엔 자신의 주변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얘기에 도전해본다면 그 윤곽이 더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사진 제공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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