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르 Dec 04. 2018

<부탁 하나만 들어줘>, 유튜브 시대의 흔한 반전

브런치 무비패스 #24


<부탁 하나만 들어줘>, 유튜브 시대의 흔한 반전


스테파니(안나 켄드릭)는 부유하고 당당하게 사는 에밀리(브레이크 라이블리)와 친구가 된다. 에밀리의 멋진 모습에 반한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모든 것을 동경하게 되고 에밀리로부터 아이를 봐달라는 부탁도 자주 들어주게 된다. 그러던 중 에밀리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남편을 위로하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죽음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고 뭔가를 이상하게 느낀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과거를 캐기 시작한다.


<고스트 버스터즈> 리메이크와 <스파이>를 연출한 폴 페이그 감독의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반전을 품은 스릴러 영화다. 보험금을 노린 거짓 죽음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치정 관계에 진실과 거짓이라는 퍼즐 조각들을 늘어뜨려 놓았다. 여기까지는 흔하다. 사연이 있는 인물의 과거를 캐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가다 마지막에 반전을 보여주는 스릴러 영화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유튜브 시대의 반전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이미 1998년작 <네고시에이터> 때도 생방송으로 범인을 밝혀내는 일은 흔했으니까.



영화의 첫 장면에 반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일종의 수미쌍관 방식으로 구성한 셈이다. 물론 이 반전 때문에 이 영화가 재미있어지고 없어지고 하는 차원은 아니지만 '저렇게 전개되겠지'하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유튜브를 보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게 더 당연한 결말일지도 모른다. 귀신 같이 사람을 속이고 온갖 거짓말로 자신의 정체를 감춘 사람이 라이브로 모든 범죄를 실토하는 것만큼 확실한 마무리를 없을 테니까. 물론 이런 반전을 쉽게 드러내기 싫어서 몇 번 상황을 꼬아놓긴 했지만 크게 의미 없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 시작부터 정해진 셈이니까.



반전은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 치더라도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가짜 죽음은 꽤나 상투적인 설정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독특한 캐릭터를 앞세워 여러 상황을 만들어가는 부분이나 진실이라고는 1도 없는 캐릭터의 본모습을 추적하는 부분에 힘을 싣기도 했지만 그다지 매력적인 전개는 아니다. 캐릭터 하나로 상황을 모면해 버리거나 인물의 과거 설정 한 두 개로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은 무성의한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 엄마'라는 설정이 식상함을 상쇄시키는 면은 있지만 영화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그나마 캐릭터에는 눈길이 간다. <언더 워터>의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퇴폐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며 막말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에밀리를 연기한다. 아이에 대한 사랑 외에는 모든 것이 거짓인 에밀리이기에 그의 과거나 진짜 모습이 밝혀질 때마다 흥미로운 구석들이 보인다. 센 언니 설정에 이보다 더 부합하는 캐스팅이 있을까 싶다. <인 디 에어>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펼친 안나 켄드릭은 극성스러운 엄마 스테파니 역을 맡아 사건을 이끌어 간다. 평면적인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이기에 약간의 한계가 보이기도 하지만 마무리를 생각하면 '스페파니스럽다'고 할 만하다.



<서치> 등의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듯 SNS와 유튜브 시대의 이야기들이 아이디어로 많이 채택되는 분위기다. 기존 장르 영화 속에서도 이러한 소셜 채널들이 주요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마지막 장면 외에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한 방식이 더 많이 쓰였다. 그림을 그린 화가를 찾아가거나 티셔츠를 통해 캠핑장을 조사하고 사진첩을 통해 과거를 알아내는 식이다. 그나마 페이스북이나 사진 등이 연결고리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유튜브 세대들에게 만족할 정도는 아니다. 아이디어를 차용은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여전히 아날로그 세대에게 어울린다.



영화는 사건을 깊게 파고들어 스릴러의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마지막 반전을 위해 이야기를 몰아붙이진 않는다. 사건 자체에 빠져들만한 포인트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캐릭터를 살리고 중간중간 코믹한 요소를 넣는 등 킬링타임용 스릴러로서는 포용력을 지녔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스릴러 영화이자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리고 SNS 세대스러운 반전 역시 어느 정도 귀엽게 봐 줄만은 하다. 무게를 줄인 스릴러로 대중의 취향에 맞춘 결과물을 내긴 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의 입맛에 맞춘 음식은 결국 누구의 입맛에도 안 맞을 수 있다는 우려는 든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이번에도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막말이 착착 감기고 야한 얘기들도 어울린다. 상대적으로 안나 켄드릭은 소녀 같은 느낌이다. 주인공치곤 임팩트도 떨어진다.


(사진 제공 : Daum 영화)

작가의 이전글 <영주>, 모든 관계에는 입장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