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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Aug 31. 2021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아는 즐거움이 무서운거야

  

   읽는 내내 샘이 났다. 저기 저거정말 좋은데, 그거 맛있는데.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기를 종이 너머 한참 탐냈다. 아마 원고를 정리하는 작가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이제는 일상에서 멀어지고 나니 여행의 소중함이 더 애틋하게 닿는다. 

   모든 크고작은 에피소드에 작가의 이야기와 생각을 엮어 작가만의 런던, 아헨, 오사카, 대만, 뉴욕을 만들어 나간다. 여행을 그리 즐기지 않아 화려한 여행 이력은 없다는 작가의 보편적인 여행지를 다녀온 단상은 너무 정세랑 스러워서 이게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자꾸 헷갈렸다.   여행에서의 시간에 작가가 수년간 쌓아온 생각과 지식이 더해져 자신만의 색채로 덧칠했기 때문에 '정세랑 렌즈'로 간접여행을 할 수 있었다. 많은 경험 많은 생각이 주는 풍성함에 감탄했다. 내가 겪은 모든 것들을 그물처럼 촘촘히 연결할 수 있도록 사고력 훈력을 지속하자.

  덧붙여, 계속해서 뭐라도 쓸 용기를 얻었다. 무릇 여행 에세이라 하면, 50개국 80개도시 정도 다녔다던지, 퇴사하고 1년간 세계여행을 했다던지, 히치하이킹으로 남미를 종주했다던지, 건축답사 여행을 했다던지... 엄청난 테마와 소재가 있어야만 무수히 많은 여행 에세이에서 조금 그럴싸한 대열에 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가 다녀온 곳들은 대체로 평범한 여행지이다. 남들 다녀올만한 여행지만 다녔던 나도 그 안에서 있었던 즐겁고 슬펐던 일들을 마음껏 써도 되겠구나. 하는 용기를 얻었다. 작가도 9년이나 걸렸다고 하는데, 나도 2015년쯤 다녀온 홍콩 얘기 쓸 수 있지뭐! 난 돈받자고 쓰는 글도 아닌데. 글쓰기에는 모종의 뻔뻔함도 필요하다. 다르게 말하면 묵혀둘 이런 저런 핑계도 잃었다. 킵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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