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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an 20. 2024

스토아 철학의 부활

(1) 스토아 철학의 현대적 재조명

  최근 스토아 철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 추세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과장을 조금 더 보태서 '스토아 철학의 부활'이라고도 한다. 사실 영미권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 관심의 정도가 덜하다. 그래서 스토아 철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글을 통해서 스토아 철학 현상을 구체적인 사례들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그런 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번성했던 스토아 철학이 현대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철학은 어렵고 골치 아픈 학문이다. 별 대단하지도 않은 생각을 외계어 같은 어려운 용어와 개념, 논리로 풀어낸다고 생각한다. 다 알고 있는 걸 괜히 복잡하게 말하는 '투머치 토커'(TMT)를 떠올리게 한다. 어렵게 풀었으면 그럴듯한 결론을 내려야 그나마 고개라도 끄떡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결론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현대 사회에서 사실 철학은 조롱의 대상이다. 


  현대인에게 이렇게 좋지 않은 평판을 가진 것이 철학이다. 그런데 스토아 철학은 예외인 듯하다. 영미권 국가에서 스토아 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알려주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은 한 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성경 다음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책이 마르쿠스 아울레니우스의 [명상록]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은 매년 한 번 이상 명상록을 반복해서 읽는다고 한다. 물론 그는 어떤 면에서 실패한 대통령이다. 그는 성공한 로마 황제와 같은 삶을 살지 못했다. 하지만 실천하지 못한 미완의 인생관은 스토아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한 정치행사에서 연설을 하면서 자신보다 아울레니우스 황제에 조금 더 근접한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 "겉모습은 차갑지만 내면에서는 아메리카를 위한 열정으로 불타는 사람“(a man cool on the outside, but who burns for America on the inside.) '내면적 열정과 평정심을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은 바로 스토아 철학의 현자를 가리킨다. 이 연설을 할 때 클린턴은 분명 머릿속으로 스토아적 현자를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생산성과 기업 정신을 강조하며 유명해진 작가 팀 페리스, 현대인에게 스토아 철학적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한 리이언 홀리데이, 현대 스토아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로버트슨 등도 스토아 철학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정치와 비즈니스, 학계뿐 아니라 스포츠 스타들 중에도 스토아 철학을 자기 삶과 운동에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 NBA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 미식축구의 전설적인 쿼터백 톰 브레디,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 역시 스토아 철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스토아 철학의 현대적 부활을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제임스 스톡데일이라는 군인이다. 스톡데일은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1965년 어느 날 베트남 상공에서 격추됐다. 이후 베트남 감옥에서 7년 이상을 보냈다. 이때 참전 전 읽었던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처한 암울한 상황을 의연하게 버틸 수 있었다. 동료 포로들 중 자신들이 빨리 석방될 것이라는 희망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그 희망이 좌절되자 몸과 마음이 허물어졌다. 그들에 비해 스톡데일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희망에 자기 삶을 의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7년이라는 긴 시간을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다. 


  해군 사관학교 철학교수였던 낸시 셔먼은 [스토아적 군인](The Stoic Warrior)에서 스토아 철학이 군인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강조했다. 스토아 철학은 군인들에게 지구력, 자제력, 용기를 갖게 하여 강한 군인이 되도록 만든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의 전 국방장관인 제임스 메티스도 스토아 철학과 군인 정신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했다. 


  위와 같은 스토아 철학의 현대적 부활은 어떤 특징을 가진다. 다른 학문이나 철학의 부활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스토아 철학이 학문과 이론적 관심의 차원에서 재조명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즈니스, 정치, 스포츠, 학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이유와 목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 이유는 스토아 철학자들이 철학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추구하지 않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들에게 철학은 행복한 삶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와 과정이었다. 행복을 위한 삶의 기술을 찾기 위한 철학이었다. 이런 스토아 철학의 특징 때문에 현재 스토아 철학은 철학 전공자의 관심사에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그들 자신이 안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유능하고 행복하게 살아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이론과 가치관으로 스토아 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 스토아 철학에 대한 현대적 재조명 사례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최근 스토아 철학을 다룬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아마존에서 'stoic'이나 'stoicism'으로 책 제목을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도 [불안을 이기는 철학](브리지드 딜레이니), [스토아 수업](라이언 홀리데이), [스토아적 삶의 권유](마르코스 바스케스), [인생이 막막할 땐 스토아철학](요나스 잘츠게버) 등 많은 스토아철학 안내서들이 출간되었다. 더불어 세네카, 에픽테토스, 아우렐리우스 등 스토아철학자들의 원전 번역 출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으로 스토아 철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럼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The Stoic fellowship, Daily Stoic 등 스토아 철학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럼이 많이 생겼고, 그 회원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공유하고 그 스토아적 해결책을 찾고 있다. 또한 스토아 철학을 현대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블로그 포스팅, 기사나 논문 등의 형식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대학이나 기업 등의 단체에서 스토아 철학과 그 적용방법을 주제로 다양한 강좌와 워크숍 등을 개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던 스토이시즘이란 단체는 온라인 연례행사로 '스토아철학 주간'(Stoic Week)을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스토아철학을 현대인의 삶에 적용하는 다양한 강좌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대학에서 스토아 철학 강좌를 단독으로 개설하는 경우도 증가했다. 유데미(Udemy)와 같은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 스토아 철학 관련 강좌들이 개설되어 있다. 또한 지역별로 스토아 철학 연구 모임을 개설하여 활동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기업에서는 스토아적 삶의 원칙들 중 탄력성, 리더십 및 의사결과 관련된 원칙들을 중심으로 직원교육이나 연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사례가 많다. 또한 인지행동치료(CBT)와 같은 심리치료의 이론적 배경으로 스토아 철학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외에도 마음챙김의 방법으로 스토아 철학을 소개하고 적용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트 등 SNS에서 스토아 철학의 지혜를 공유하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스토아 철학이 다시 현대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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