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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nie Volter Mar 30. 2019

감정 쓰레기 글도 책이라고 해야 할까

감정 쓰레기 글을 뭉치로 모아 책을 낸 사람이 있다. 자기 식대로의 노력에 자기 식대로의 합리화를 자기 식대로 표현한 글이다. 창작 관련 전공을 마치고 숱하게 출판사에 원고 투고하다 결국 안되니 자가출판을 한 것을 보면 어떤 종류 일지는 모르지만 분명 의지이고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그의 글을 꾸준히 읽은 나로서는 맘속 어딘가에 불편이 느껴진다. 일종의 동족 혐오인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작가상과 달라 그런지 몰라도 그런 글을 나는 도저히 책이라 인정하지 않는다.


작가는 독자를 대신하여 대리 경험, 대리인생을 살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미처 경험하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한 언저리를 탐험하여 활자로 남겨 간접 체험하게 해주는 것, 잠시지만 한 순간 독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으로 살게 해주는 것을 나는 작가라 생각한다. 다분히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고 자신의 정제되지 않은 단어의 조합을 뱉어내며 풀어던지는 사람을 난 작가라 생각하지 않는다. 닫혀진 계 속의 노력과 의지 대신 열린 세상에서 본인이 온몸으로 겪으며 이겨낸 경험을 기록해낼 때 그것이 책이 된다고 믿는다. 

찰나의 감정 응어리를 누적한 글 뭉치,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징징대는 넋두리 묶음이 책으로 둔갑하여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참 불행하다. 출판의 쇠락을 틈타 온전한 과정을 거쳐 성숙하는 대신 곁길로 새어 어떻게든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으려는 사람들. 제사보다 제삿밥에 관심 있어 빈 종이만도 못한 책을 내놓고 강연이랍시고 자기 얘기만 하고 다니며 인스타그램에 바이트 낭비하는 글을 올리며 셀럽 흉내를 내는 사람들을 보며 조용히 분노하는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인데. 차라리 작가가 아닌 예능인이라는 타이틀을 쓴다면 이렇게 아니꼽게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곁길로 우회하는 작가들 중에 그 나름의 목적을 거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예가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 작가라는 직업과 글이라는 가치를 퇴색시키는 것이 반복되면 정말로 창작이라는 산업의 본질이 회복 불가한 상황에 처할 것 같아서다. 셀럽을 꿈꾸는 아마추어 글쟁이는 글이 아닌 예능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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