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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니 Dec 22. 2020

6. 분노를 관리하는 방법

이혼소송 중엔 화병 날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

안녕하세요. 레니입니다.


늦은 입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평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오늘 저는 일이 많아서 조금 허덕이는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또 조용히 책상에 앉아 저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혼 소송 중에 '분노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하여 저의 생각을 말씀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혼'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격한 감정의 파도를 경험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그 스트레스의 강도는 인생을 살면서 거의 다섯 손가락,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극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인생에서도 이혼만큼 극심한 업앤다운을 겪게 하는 일은 여태껏 없었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을 해 보니, 한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큰 마음의 결심을 하고, 주변의 가족과 지인 모두에게 알리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끌어당겨 새로운 삶의 기반을 만들며 하는 적극적 행위가 바로 결혼이었습니다. 부부 사이가 되어서 아이도 낳았고, 수없이 많은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함께 하며, 괴로움도 있을지언정 가정을 깨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지내왔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이혼이라는 것은 이렇게 애써서 쌓아가던 공든 탑을 제 손으로 어서 무너뜨리고 나오겠다는 결정이었습니다. 그간 노력하고 투자했던 것들, 믿었던 미래들, 함께 행복했던 날들이 눈앞에서 산산 부서지고 흩어지는 것을 목격하는 일은 극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심지어는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생각에까지 르게 되기까지 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혼을 결심한 후  오랜 시간 동안 허무감을 겪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노력을 기울였던 일이 없었는데, 그것이 결국에 무너져 버렸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이혼의 결정을 내린 것은 제 자신이었지만, 만약 이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원인이 없었더라면, 혹은 그런 문제들이 생기더라도 조정이 되었거나 참을 만했더라면, 결혼할 때 마음가짐대로 평생 함께 살고 싶었 것이 저의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 선택을 내렸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고 억울했습니다.



사랑했던 배우자에 대하여 무감정해지는 무서운 변화를 경험하면서도, 동시에 꽤나 잦은 빈도로 배우자에 대한 격분이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관계의 종말 앞에서의 배우자의 태도를 보며 그동안 사람에 대해 가져왔던 모든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혼한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으로 인한 불안과 걱정 뒤섞여 마음속에 폭풍이 일었습니다. 긴 싸움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때로는 너무도 나약해졌습니다.

 

결혼을 알고 축하해 주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혼이 알려질 일을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으면서도, 가벼운 가십거리로 쉽게 소비하기도 합니다. 그런 가벼운 무게의 말들에 인생의 선택이 좌우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시선 앞에 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상황이 예상될 때, 두려운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이 모든 감정은 이혼을 하는 분들이라면 겪게 되실 보편적인 감정일 것 같습니다. 협의 이혼이 아니라 소송 이혼인 경우에는 고통이 한층 더합니다. 장시간에 걸쳐 다투며 서로가 적이 되어, 조금이라도 이득을 더 취하기 위해 서로의 작은 결점까지도 찾아내며 공격을 합니다. 한때 가장 가까웠던 이의 밑바닥을 보는 경험을 하며 쓰라린 배신감에 고통을 받습니다.


이런 감정적 격랑을 경험하는 가운데, 일상은 이혼 결정 이전보다 더욱 고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일단 이혼 소송에 수반되는 잡무들이 생겨납니다. 변호사와 소통해야 하고,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모두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들입니다.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아이를 혼자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이 듭니다. 휴식 시간이 많이 줄어듭니다. 경제적으로도 독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일하던 분이라면 일을 계속하셔야 할 것이고, 일하지 않던 분이라면 일자리를 찾으셔야 할 것입니다. 몸이 힘들어지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때때로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데"라는 표출할 곳 없는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이혼 진행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정서적 지지와 동시에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친정 부모님이 저의 결정을 지지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으로 인해 저에게 실망하셨을 것이라는 집요한 의심을 했습니다. 그것은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했던 저의 강박으로 인한 것이었고, 이혼을 '가족을 실망시킬 일'이라고 인식했던 저의 잘못된 생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부정적 감정들을 겪으며 저는 제가 가졌던 옳지 못한 인식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 모든 괴로운 감정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분노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혼 과정을 성공적으로 버텨낸다는 것은 장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직장 생활, 육아, 대인 관계 등을 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부정적 감정의 공격에 지쳐서 매일 밤 술에 취해 울며 잠들거나, 일상을 놓아버림으로써 스스로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힌다면, 것은 성공적인 이혼 과정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혼은 고통스러운 일이고, 이런 일 앞에서 사람은 바닥까지 무너져 내릴 수도 있습니다. 것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조절하며 소중한 일상을 방어해 냄으로써,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라는 자부심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필요성이 있으면 배움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혼은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저는 다행히 그렇게까지 어린 나이가 아니어서인지, 더 젊던 시절의 저와 비교해보았을 때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제 자신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분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절 찾아왔을 때 저는,


첫째로, 제 자신을 제삼자처럼 묘사해 보고는 했습니다. 예컨대 이름 ㅇㅇㅇ, 나이 서른다섯 살, 회사원, 결혼한 지 몇 년 차, 아이는 몇 살, 사람 보는 눈 없어서 현재 이혼 소송 중. 이렇게 생각을 해봅니다. 어쩐지 또래 친구들 대비해서 가장 먼저 이혼하고 있는 중인 것 같고, 법원에 들락거리는 처지를 생각하니, '참 안타까운 신세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표현하면 좀 균형 잡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으니 다른 사실 관계들도 추가를 좀 해 보게 됩니다. 저축은 얼마, 건강 상태 양호, 자식도 건강함, 도와주는 친정 가족 있음, 좋은 친구들 있음. 이런 것들을 추가해 봅니다. 추가하다 보면 부정적인 것들이 더 생각나서 그것도 추가하게 되지만, 또 좋은 점도 추가합니다. 하다 못해 "못생기지는 않았다. 젊다!' 이런 것까지 추가합니다.

   

그렇게 묘사를 덧붙여 가며 언어로 나타난 제 자신은, 이래 저래 좀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하지만, 흔히 인터넷에도 나오고 TV에도 나오고 어쩌면 아파트 옆 동에도 있을 것 같은, 썩 평범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비탄에 빠질 형편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평범하다'는 느낌은 저를 차분히 진정시켜 줍니다. 세상 가장 밑바닥에 떨어져 솟아날 구멍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분노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지금 어렵고 힘들어도, 건강한 내 한 몸이 있고 내 정신이 멀쩡하니 이만하면 최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두 번째 방법으로, 인터넷의 '상담' 관련 특집 기사들, '심리상담' 및 '정신 분석' 등 관련 책들 등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이것 역시 첫 번째 방법과 비슷한 효과를 주는데, 더 좋은 다른 효과도 줍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서 나의 삶에 벌어진 이혼이라는 돌부리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사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한 모양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은 자신의 상황을 드라마처럼 과대 포장하며 비관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첫 번째 방법인 '자기 객관화 묘사'와 비슷합니다. 다만 글들을 찾아 읽는 것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잘못된 나의 생각'을 고쳐먹게 해주는 대단히 좋은 학습 효과를 발휘합니다.


예컨대 배우자로 인해 목숨보다 사랑하는 내 자식이 한쪽 부모가 결핍된 상황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에 극도의 분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이혼을 선택하는 자기 자신이 밉고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 자녀 양육과 상담에 관한 책들, 기사들을 읽으면 이런 것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식은 끝없이 싸우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보다, 비록 한부모일지언정 평안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정서적으로 더 잘 보호받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자녀에게 있어서 가정이란 정해진 어떤 형태를 유지함으로 인해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정이 자녀에게 필요한 기능을 잘 제공해 줌으로써 역할을 다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자녀에게 어떤 상처도 가지 않게 보호하려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욕구이지만 동시에 인생의 속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것이며, 이혼에 있어서도 자녀의 속상함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최선의 대응을 함으로써 자녀가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게 할 수는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혼한 부모여도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 번째 방법으로는, 작은 나만의 활동한두 개 정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왜 부정적 감정을 잘 조절해 주는지는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경우에는 신기할 정도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컨대 매일 아침 집에서 할 수 있는 5분짜리 운동을 하기 라거나, 가끔은 점심시간에 혼자 근처로 산책을 다녀온다거나 하는 일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혀 생산적이라거나 현재의 상황 개선에 실용적 도움이 되지 않는,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어떤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으니,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넷플릭스를 본다거나, 저렴한 운동 기구를 사서 유튜브를 보며 홈트를 한다거나 하는 즐거운 짧은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스로에게 힘을 줍니다. 특히, 작은 여가를 즐기는 것은 역시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자신을 위한 여유를 즐길 만큼 힘이 있다'라는 인식을 알게 모르게 스스로에게 전달해 줍니다. 아마 이런 작은 일들을 작은 돈을 쓰며 계속해왔기 때문에 저는 더 큰 것을 얻지 않았나 싶습니다. 긴 이혼 소송 기간 동안 주변 모두에게 울부짖으며 모든 사람과 단절된다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다거나, 직장에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 일 안 하는 사람'이 된다거나, 아이 앞에서 화내는 엄마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굳이 랑을 할 만한 자리가 생길 일은 없겠지만, 제가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잘했다고 여기고 있는 점은, 이혼 결심 전부터 지금까지 내내 단 한 번도 아이 앞에서 울거나 신경질 내는 분위기로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에게 제 감정을 전가하지 않으며, 나름대로의 일상의 행복을 잘 지키면서 '웃는 엄마'로 소송 기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제 감정 조절 능력이 어른답게 느껴지고, 솔직히  자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아직 힘든 상황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제가 잘해나가고 있다 스스로를 격려하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제 인생에 있어서 좋은 시그널인 것 같습니다.



이혼 소송을 하시는 다른 모든 분들은, 제가 겪은 것과 마찬가지의 고통과 격분을 느끼시겠지만, 역시 제가 겪은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그런 스스로에 대해 뿌듯해지는 마음꼭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송 기간은 상당히 깁니다. 괴로움에만 매몰되어 있기에는 지나치게 깁니다. 어렵긴 하지만, 소송 기간에도 일상은 똑같이 일상이므로 행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혼을 결심하게까지 한 힘든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니, 더 행복해지기 쉬운 여건이 조성된 것이기도 합니다.   



피하기 힘든 괴로운 순간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소송 기간이지만, 자신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여 큰 결단을 내린 모든 분들에게 깊이 공감하며 응원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시간, 늦은 밤에 여러 가지 각자의 다른 이유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저도 그중의 한 사람이기에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인생의 새로운 시작의 관문 앞에 서서, 특히 저처럼 자식 둔 부모이시라면 한결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어려운 시간을 감당해 나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더 어려운 일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때때로 더 힘들겠지만 잘 버텨 나가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긴 글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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