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선생님은 다른 종족
발레 학원을 다니면서 여러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 대부분은 아리따운 발레리나 선생님이 많았지만, 종종 발레리노 선생님께도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선생님들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그냥 무조건 예쁘고 멋있다!
수업 중 시범을 보여주실 땐 다른 종족의 사람 같았다. 긴 다리는 귀 옆에 붙고 턴 아웃은 완벽하고 사뿐사뿐 몸짓은 가볍고 우아하다. 하나같이 날씬하고 긴 목에 얼굴은 조막만 하다.
남자 선생님도 비슷하다.
정확하고 절도 있는 동작과 군살 제로의 몸, 탄탄하고 바른 자세, 남자이면서도 여자인 나보다 더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 그냥. 다 멋지고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대부분 선생님은 졸업 후 바로 강사를 하거나, 또는 현역으로 활동하시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나이가 20대 중반에 많아도 30대 초반 정도였다. 가끔 20대 선생님을 보면서 왜 저렇게 예쁜 몸과 완벽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발레를 안 하시나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로서는 다 굳은 몸을 가지고 30살 넘어 낑낑거리면서 발레 좀 더 잘해보겠다고 고군분투하고 있었으니 선생님들이 마냥 부럽고 가진 실력을 계속 보여주길 바랐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었다.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니 늘 부상의 위험이 있고 현역의 수명도 짧은 편이다. (실제도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은퇴하신 분도 있다.)
꼭 무대에 서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본인의 적성과 상황에 맞게 현역에서 계속 활동하든 지도자를 하던 연출가가 되든 길은 다양하다.
모든 직종이 그렇듯 취미니까 재미있지 본업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죽하면 너무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만 하라는 말도 있다.
나도 그렇다. 발레를 배우면서 취미니까 재미있고 부담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마냥 재미있고 부담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조금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특히 공연을 준비하면서부터는 부담과 압박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