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엄마이면서 멋진 아내되기
남편과 나는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오랜 연인이 가정을 이루자 우리는 마치 돌아갈 날을 정하지 않은 여행을 하는 것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꿈같은 신혼기간이 흐르고 자연스레 아이 계획을 가지면서 상대에게 원하는 점이 늘었다. 문제는 나만 그랬다. 나는 특별히 내 건강을 챙기지는 않으면서 남편의 흡연을 문제 삼았다. 남편의 흡연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담배냄새 정도였던 반면 2세 계획을 가지자마자 흡연이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봐서 전전긍긍했다. 나는 남편에게 금연을 강요했고 각서까지 요구했다. 남편은 100퍼센트 타의로 동의했다. 지금 우리는 열여섯 살의 건강한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다.
사건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남편이 금연한 지 벌써 16년에 되어가고 나는 담배에 대해서는 아무런 자각이 없었다. 아니 잊고 있었다. 잔돈이 필요했던 어느 날 아침 자고 있던 남편을 깨우지 않기 위해 그의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지폐 대신 내 손에 잡힌 건 조그마한 상자였다. 바로 담배. 새것이었는데 딱 한 개비가 없었다. 처음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가 점점 '이게 왜 여기 있지? 다시 담배를 피우나?'라고 생각했다. 잠에서 깨어난 그에게 묻자 어제 같이 있던 지인이 두고 간 걸 챙겨 왔다고 오늘 돌려줄 거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는 "그래?"하고 넘어갔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만약 이 일이 16년 전에 일어났다면 3차 세계대전에 버금갈 큰 다툼으로 번졌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학원을 운영한다. 남편 교실에서 사무용품을 찾던 어느 날 책상 맨 아래 서랍을 열자 문제의 담뱃갑이 있었다. 지난번과 달리 꽤 여러 개비가 비어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지난번 외투에서 발견한 담배의 종류를 기억하지 못해 두 담배 사이의 연관성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담배 이야기를 했다. 큰 아이는 “엄마, 일단 아빠한테 말하지 말고 매일 확인해 봐. 담배가 그냥 있는지 아니면 줄어드는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용의주도한 지. 이렇게 아이들과 나는 다시 시작된 아빠의 흡연을 어떤 방법으로 증명할지 여러 방법을 의논했다.
다음 날 나는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새로 발견한 담뱃갑의 주인을 물었다. 남편은 거짓말을 못한다. 일단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자꾸 웃는다. 계속 추궁하면 귀가 빨개진다. 역시나 남편은 당황함을 숨기고 있다는 표정을 적나라하게 지으며 옆 교실 선생님에게 “선생님, 어제 두고 간 담배 가져가세요?”라고 소리치며 옆 교실로 사라졌다. 흡연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동지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나 보다. 옆 교실 선생님은 “어, 그래요. 내가 거기에 두고 갔군요.”라고 응수했다.
나는 첫 번째 담뱃갑을 발견했을 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잊었었다. 두 번째 담뱃갑을 발견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남편의 흡연을 인정하고 있었나 보다. 신기한 건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배는 기호 식품이니 남편의 선택을 존중해야겠지?’, ‘폐 건강이 염려되지만 하루에 3개비 정도로 스트레스가 풀리면 그게 낫겠지?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까.’ 나는 이런 생각으로 합리화하고 있었다.
그 뒤 나와 아이들은 남편의 흡연을 놀림거리로 삼았다. 남편이 개인적인 외출 후 집에 귀가할 때마다 앉은자리에서 “왔어?”라고 인사하던 나는 벌떡 일어나 가까이 달려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그때마다 남편은 눈 맞춤을 피하고 웃고 귀가 빨개지면서 욕실로 대피한다. 아이들은 아빠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동시에 놀린다. “아빠, 담배 한 개비 피울 때마다 수명이 1분씩 줄어든대. 언제부터 다시 피웠어?” 남편은 3단계에 해당하는 증상을 반복해서 보이며 안 피운다고 부인했다.
작년(2022년)은 우리 부부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문진표에 흡연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남편은 예의 그 3단계 증상이 나타나면서 손으로 나를 최대한 밀어냈다. 하지만 노안이 시작된 남편의 시력보다 60센티미터 이상 떨어져 있던 내 시력이 더 좋았다. 남편은 하루에 3개비를 피우며 최근 3년 전부터 다시 피운다고 답했다. 남편은 공식적으로 흡연을 인정했다.
나와 아이들은 새로운 놀림거리가 생겼다. 하루에 3개비 × 365일 × 3년, 총 3,285개비. 작은 아이는 이걸 시간으로 다시 계산했다. 약 2.3일.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빠가 담배 피우는 게 싫은 거야?” 이어지는 아이의 대답에 나는 깜짝 놀랐다. “아빠는 그동안 즐기지도 못하고 계속 일하면서 살았잖아. 그러니까 오래오래 살아야 그동안 못한 거 다 하면서 즐겁게 살지.”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감동하면서 동시에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나와 남편은 아이의 생각처럼 그렇게 열심히 희생하면서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엄마이므로 아이의 동심을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아빠가 피우는 담배 한 개비가 아빠 수명을 1분 단축시킬 수도 있지만 그만큼 스트레스가 풀려서 2분 더 늘어날 수도 있어.”
나는 훌륭한 엄마이면서 동시에 멋진 아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