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프러덕트 디자이너 포지션 Case Study 면접 경험과 팁 공유
지난 3년 동안 캐나다에서 수많은 잡 인터뷰를 보았다. 올해 UX 디자이너에서 디지털 프러덕트 디자이너 포지션 변경과 함께 이직을 준비하면서 한 시간 반 짜리 케이스 스터디 면접을 보고 합격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캐나다의 한 은행의 IT계열사 인 이 회사에서는 디지털 프러덕트 디자이너를 채용하기 위해 디자인 챌린지 대신 1시간 반짜리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였고 나는 삼일 밤을 새워 면접을 준비하여 좋은 결과를 맺었다.
디자인 챌린지 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면접 모두 경험이 있지만 프레젠테이션을 선호하는 편이다. 디자인 챌린지는 주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과 스킬을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반면, 발표는 나의 대표적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가 가능하다. 영어를 자유롭게 쓰는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때때로 인터뷰에서 내 장점을 부각을 못하거나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이야기가 의도치 않게 산으로 갈 때가 있다. 하지만 발표는 사전에 충분히 준비가 가능하며 나의 장점을 최대한을 압축해서 전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터뷰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 사람들은 내가 가진 장애물을 걷어내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포커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일해보고 싶었다.
나는 내가 해외에서 근무를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영어 면접에 대한 뼈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첫 회사 인터뷰를 볼 때였는데 그 당시 면접 담당자가 나의 어학 성적을 보더니 갑자기 영어로 자기소개를 시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간단하고 쉽게 넘어가면 되었을 것을 당시에는 덜덜 떨며 식은땀을 흘렸었다. 한참을 횡설수설하고 나니 머리가 하얗게 되어 그 이후의 중요한 질문들을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는 그때 내 영어 회화실력이 들통 날 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해외에서 인터뷰를 많이 보니 면접관이 궁금해하는 것은 내 언어 실력이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일하는지를 더 궁금해한다. 언어는 의사를 전달하고 듣는 도구이기 때문에 명확히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수준만 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키는 수려한 말솜씨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에 있다. 해외에는, 아니 적어도 내가 일하는 캐나다에는 비영어권에서 온 이민자 근로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 회사는 그들이 전문 분야에 경쟁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고용하고 싶어 한다.
각 회사마다 요구하는 발표 시간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케이스 스터디 2개에 한 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졌다. 이런 면접에서는 내가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느냐 만큼 중요한 것이 나의 소프트 역량들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였고 나를 소개하는 스토리에 초반 15분을 썼다. 나의 지난 해커톤, 대회 경력과 현재 스피치 클럽에서의 활동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며 내가 왜 디자인을 좋아하고 무엇을 발전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앞으로 성장해 나갈지 궁금하게 만들고 싶었다. 수상 경력이나 네트워크 클럽 활동 사진 등의 객관적 자료를 함께 보여주면 금상첨화이다.
프레젠테이션의 전체 구성을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자기소개, 케이스 스터디 1, 케이스 스터디 2. 첫 파트인 나의 소개가 준비되었다면 그다음으로 나의 대표 프로젝트들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프러덕트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범위가 아주 넓다. 제품의 사이클에 따라, 또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 활용하는 능력에서부터 UI 디자인, 인터렉션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하다. 1년이 넘게 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어도 end-to-end를 모두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운 좋게(?) 아주 바쁘게 한 회사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중 하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커머스 문제를 정의하는 리서치였다. 다른 하나는 애자일 개발 팀에서 이커머스 툴을 론칭하기 위해 디자인과 인터렉션을 담당하였다. 그래서 케이스 스터디 1에서는 UX 리서치 프로젝트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케이스 스터디 2에서는 애자일 팀에서의 디지털 제품을 론칭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프로젝트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속되는 과제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end-to-end 유사 경험처럼 이어졌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커리어 멘토에게 들은 조언 중 하나는 인터뷰에 갈 때 질문 천 가지를 준비해 가라는 말이었다. 천 가지는 과장된 말이었지만 그녀의 뜻은 그 포지션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속속들이 물어보고 동료는 무엇을 하는지, 그들과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는지, 어떤 레벨을 나에게 요구하는지, 프로젝트 스피드는 어떤지, 향후 조직 변경이 있을지 등등 정말 그 포지션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 신중하게 평가하라는 의미였다.
인터뷰는 나와 회사와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사가 나를 평가하지만 나 또한 동등한 입장에서 단순히 크고 좋은 회사라서 가 아닌 나에게 꼭 맞는 자리인지를 알아보는 자리이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몇 번의 면접으로 해답을 다 얻지 못하였다면 면접 담당자에게 추가 면접을 요구해도 된다. 매니저 레벨이 아닌 스텝 레벨의 동료와 1:1 면접을 따로 요청해서 회사 분위기에 대한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좋은 질문을 잘함으로써 얻는 다른 장점도 있다. 내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는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기존 회사에서 A/B 테스트를 할 때 기술적 어려움 자주 있었고 부서 간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스스로 코딩을 해가며 설루션을 찾아야 했다. 나는 면접을 보는 팀에게 이곳에선 사용자 테스트를 누구의 주도로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며, 개발팀의 협력이 가능한지를 물어보았다. 팀으로부터 솔직한 답변을 들었고 또 결과적으로 나의 테스트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까지 프러덕트 디자이너 포지션을 위한 케이스 스터디 면접 경험과 팁들을 공유했다. 이번 면접을 준비하면서 대표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얼마나 내가 성장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 할 때는 발끝만 보고 하게 되니 디자이너로서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 종종 의식을 하지 않게 된다. 되는대로 일하지 말고 되고 싶은 대로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