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하는 사람 vs 발산하는 사람
한글 ‘끼’와 영단어 ‘talent’, 확장 의미 ‘gift’를 구글링 해보라.
끼-0.28억 개(2,800만), talent-7.5억 개, gift-19억 7천만 개의 검색 결과를 보게 된다.
‘끼’를 국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면, 그 결과가 애매모호하거나 야릇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상이한 검색 결과 같아 보여도 뽐냄, 매력, 재능이란 의미로 대개 수렴되니 ‘컨버전스(convergence)’이다. 구글링 결과는 모 회사 우유 CF가 연상된다. 우유 방울 하나가 떨어질 때 생기는 밀크 크라운(milk crown)처럼 ‘확산’을 의미하는 ‘디버전스(divergence)’로 볼 수 있다.
전편에서 줄 곧 ‘끼’를 재능(talent)에만 머무르지 말고 ‘선물(gift)’가 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구글링 결과에서 보면, 같은 의미여도 재능(talent)보다 기프트(gift)의 검색 결과가 27배가 더 많다.
한글 ‘끼’는 비교가 부끄러울 정도이다.
언론 보도나 대학, 관공서, 기업 홍보물의 카피 중에 흔히 보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융합을 뜻하는 ‘컨버전스이다. 컨버전스는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되거나, 양립하기 힘든 학문 영역들이 서로 섞여 다른 무엇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수년 전부터 대학들이 낮은 취업률을 이유로 문과를 이과에 흡수 통합하는 대학구조조정안을 유행처럼 내놓았다. 그 과정에 통합한 학과명을 ‘OOO융복합과’로 이름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짬뽕 학과’냐며 우스꽝스러운 이름에 우려와 강한 반감을 표출했다. 실례를 든다면 서울의 K대학이 '국어국문학과'+'전자전파공학과'='웹툰창작학과'로, 인천 I대학이 ‘기계공학+전기공학+전자공학+의과대학+생명공학을 합체해 ’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공학과’로 명명해 대학생들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 운영진들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산재된 (=디버전스) 학과를 하나로 묶은(=컨버전스)것 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미 상당 시간 취업에 초점을 맞춰 살아가느라 시간과 비용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고, 각종 연수와 인턴 활동 등 온갖 사회적 경험을 쌓으며 이미 컨버전스 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어떻게 줄이고 하나로 묶는가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사회의 양극화도 달리 보면 컨버전스이다. 꼬일 대로 꼬여 복잡해진 계층 간 갈등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기부, 재능을 나누는 프로보노(pro bono), 기업의 공익사업 메세나(mecenat)는 사회의 양극화를 극복하는 다양한 얼굴들이니 디버전스로 볼 수 있다.
도시마다 번화한 상권, 즐비한 음식점들 역시 컨버전스 물결을 피하지 못했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당 등 다양한 음식점에 국적을 알 수 없는 하이브리드(hybrid) 메뉴가 많아졌다. 세트 메뉴 구성을 보아도 동양과 서양이 만난 지 오래다. 과거 서민과 귀족이 구분되어 즐겨먹던 특정 음식도 경계가 사라져 뒤죽박죽이다.
‘끼’를 가진 사람들은 학습하지 않아도 태어날 때부터 내재된 생활양식이 있다.
바로 ‘수렴’과 ‘확산’이다.
세상과 인간관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알고리즘 같은 것이다. 이 말은 사실 쉬운 말은 아니다. 마음의 에너지를 일반인보다 많이 가진 ‘끼’ 가진 사람들에게 ‘수렴’과 ‘발산’은 호흡과 같다. 이들은 위험스럽게 바닥과 천장을 오가는 생각의 질주란 야생마에 올라탄다. 통제 불능의 야생마를 길들이기 위해 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숨 가쁘게 서로 연락하며 호흡한다.
그래서 ‘끼’ 가진 사람들은 매일, 매 순간 ‘수렴인’ ‘발산인’ 사이를 오간다. 마음과 몸의 에너지가 쉼 없이 완충과 방전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간다. 수렴할 때는, 복잡계(complex systems) 속에 불현듯 시작된 사색으로 깊은 우울감에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들다. 때로는 죽음이 바로 문 앞에 찾아온 듯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차오른 만족과 행복함에 저 멀리 미래가 밝아 보인다. 만나는 사람들마저 출처를 알기 힘든 이들의 화사한 에너지를 반기며 “달라 보인다. “멋지다” “쿨하다” “무슨 좋을 일이 생겼는가?”라며 궁금함을 감추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행동양식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
수렴과 발산은 고등학교 수학에서 수열, 미적분 함수를 배울 때 접하는 용어이다. 수학의 정의를 몰라도 ‘끼’를 가진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이 의미를 알아챌 수 있다. 수학에서 ‘수렴’은 “발산하지 않는 모든 경우는 수렴한다”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단순 적용해 보자. ‘끼’란 충동적 에너지는 제어하기 쉽지 않으니 결국 수렴 또는 발산하게 된다. 이들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때, 사유(思惟) 보다 본능에 따른 직관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수학에서 수렴하지 않는 모든 경우 발산한다고 정의한다. 다음처럼 세 가지 경우 발산한다.
①양의 무한대로 커지는 경우 ②음의 무한대로 커지는 경우 ③진동하는 경우인데 ‘발산’에 대한 정의들을 감성적으로 바라보면 다소 낯이 익지 않는가?
과거 동, 서양을 막론하고 역대 황제나 왕들을 보면, 당대는 물론 후대에 극단의 평가를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로마의 대다수 황제들이나 동양의 진시황을 보라. 이들은 자신의 광기를 채우려고 자신의 끼를 무한에 가깝게 발산만 했고 그 결과 나라는 위기를 겪거나 몰락의 길을 걸었다. 아울러 그 자신 역시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암살을 당했다.
수학에서 말하는 발산의 정의를 조금 더 살펴보자. 음의 무한대로 커지는 경우는 우울함, 즉 사색이 밑도 끝도 없이 깊어만 가는 단계이다. 양의 무한대로 커지는 경우는 자기 삶의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할 때이다. 진동하는 경우는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고립된 상황이며 마음마저 움츠러들어 매우 답답하고 힘든 상태이다.
신기한 것은, 끼를 가진 사람들이 우울감을 느끼면 한 없이 위축되지만은 않는다. 절박함이 느껴지면 질수록 마음의 에너지가 얼어붙은 생각을 두드려 깨기 시작한다. 아울러 현재 상황을 극복하며 반전시킬 출구를 찾는다.
우울할 때에는, 마음이 한 곳에 모아지는 수렴작용이 아닌 오히려 에너지를 분출하려는 발산 작용이 강하게 일어난다. 이것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은연중에 일어나는 ‘끼’ 가진 사람들의 전형적인 삶의 패턴이자 행동양식이다.
수렴과 발산은 ‘끼’를 가진 사람들이 지닌 매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양자가 지닌 극단적 이질감 때문에 가족, 친구, 회사 동료들이 저마다 사뭇 다른 평가를 내린다. ‘끼’를 가진 사람이 부정적인 수렴(-)이 일어나면 타인보다 자신의 문제가 늘 크게 느껴진다.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자신과 주변 사람을 몹시도 힘들게 한다. 부정적으로만 수렴과 발산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삶의 문제들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준비가 없었거나 무지해서 겪는 문제들은 대개 갱신할 기회로 삼으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된다. 모든 일, 사건 속에 문제만이 보인다면, 불안, 염려, 원망 속에 놓이게 된다. 나아가 좌절하고 절망해 항구 없는 외딴섬을 향해 기약 없는 삶을 살게 된다.
‘끼’ 가진 사람들에게 “수렴하지 않으면 발산한다”는 수학의 정의를 다시 적용해 보자. 자신의 내면에 일어나는 복잡다단한 생각과 감정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수렴작용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 상태에서는 부정적으로만 발산이 일어난다. 매우 이기적이 되며 때로는 광폭한 사람이 되어간다. 타인의 배려와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자기 주변 사람들은 도구로서 기능하도록 한다. 하여 환경과 조건에 따라 울고 웃는 가련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결국 타인이나 환경이 문제가 아닌, 스스로에게 매여 살아가는 유약한 존재가 되고 만다.
‘끼’란 양극의 에너지는 수렴과 발산이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행동양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끼’는 창작의 원천 에너지원(creative resource)이다.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하늘이 준 재능(talent)이자 나아가 선물(gift)이다. 그러나 이 선물이 주는 무게감이 적지 않아 마음 한편에 절벽 하나쯤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마치 목에 박힌 생선 가시처럼 성가시고, 발에 박힌 가시처럼 움직일 때마다 온몸을 찌르듯 아픔이 몰려온다. 이 작은 가시는 부지불식 중 마음에 박힌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고통의 원인인지 알기 힘들어 정작 고통을 더한다.
‘끼’를 가진 사람들의 마음은 여리고 예민한 생각이란 피부에 덮여있다. 인간관계에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쉽게 입거나 주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인간관계에서 상처가 났다면, 딱지가 생기고 자연스레 떨어져 나가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편이 났다. ‘긁어 부스럼’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보기 흉하고 불편하다고, 빨리 해결해 보겠다고, 딱지를 떼어본 들 상황은 다시 재현될 뿐이다. 차라리 그 상처를 잊고도 남을 만한 다른 무엇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 설령 딱지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볼썽사나운 흉터가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그것은 지난날의 아픔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실패의 흔적이 아니다. 이전보다 더 성숙해지고 강해진 ‘지금의 나’를 있게끔 한 개선장군의 상흔이며 영광의 표징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인생의 상처란 지우고 싶은 얼룩이지만, ‘끼’ 가진 사람들에게는 삶이란 화지에 떨어진 오색 물감 한 방울일 뿐이다. 삶이 그림이라면, 오색 물감 한 방울 한 방울이 이리저리 붓에 밀려 어질러져 원래 모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결국 화폭에 아름답게 담긴 명작(masterpiece) 하나쯤은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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