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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안 Nov 06. 2023

내 모든 사랑을 불태워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지만 떠날 수 없는

 <내 모든 사랑을 불태워>
제12회 스웨덴영화제 상영작


감상평

'결혼은 미친 짓이다'

결혼을 하고 행복하고 평온하게 보내는 분도 많지만,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른 건 한국 영화 제목이기도 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였다. 서로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부부. 그 부부의 모습을 닮는 후손.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등 앞으로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순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카린과 스벤, 울라프를 연기한 배우들의 매력에도 푹 빠질 수밖에 없다.




줄거리 (스포 있음)

<내 모든 사랑을 불태워>의 원작《내 모든 편지를 불태워라》(Bränn ala mina brev)는 스웨덴의 유명 팟캐스터이자 작가 슐만이 2018년에 출간한 반자전 소설이다. 1930년대 슐만의 외조부의 이야기, 할머니 카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할머니 카린은 젊은 시절 당시 유명 작가인 스벤과 결혼했지만 같은 재단에서 지원을 받으며 같은 숙소, 같은 층에 지내고 있는 올로프와의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영화의 초반에는 알렉스가 부인에게 자기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인 스벤이 카린에게 하던 질투와 강압적인 태도를 하는 모습을 그대로 하는 모습이 나온다. 알렉스의 부인은 이에 질릴 대로 질려서 알렉스를 잠시 떠나고, 알렉스는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꽁꽁 묻어두었던 외조부모의 과거 이야기를 파헤친다. 

그렇게 세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카린을 중심으로 서사된다. 스벤과 카린의 첫 만남은 로맨틱했고,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상상하며 서로의 평생의 짝이 되길 약속한다. 하지만 이상과 달랐던 결혼과 스벤의 모습은 카린이 다른 남자를 찾게 만들었고, 스벤은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하지만 팜므파탈의 카린을 힘들게 얻어낸 그이기에 그녀를 쉽게 놔주지 못하고, 그녀의 상처를 이용하여 본인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카린은 자신의 아픔과 잘못을 이용하는 그에게 질려버린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구토가 나올 정도로. 카린은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평생 동안 벌을 줄 것처럼 자기를 옥죄여오는 스벤과 달리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상처를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올라프에게 깊이 빠져버린다. 둘의 은밀한 연애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숙소 사람들뿐만 아니라 스벤도 눈치를 챈다.



카린의 외도, 상간남의 아이를 임신, 또 다른 남자와의 외도는 상식적으로 보면 욕을 먹어 마땅하다. 하지만 카린은 완벽주의와 나르시시스트, 일밖에 모르는 스벤에게 이미 마음이 떠났고, 여러 번 이혼을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벤은 가스라이팅을 시전 하며 그녀를 옥죄이고, 죄책감으로 그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그런 상황에 올라프는 카린이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카린의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죽고 싶은 상황에 본인을 다시 사람처럼 살아가게 해 줄 사람이 있다면.. 또 스벤의 폭력적인 태도와 그녀를 놓지 못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이해가 되고 (영화가 끝나고도 여주가 잘못했다, 남주가 이상하다는 의견이 반반 들렸다) 신체적 폭력은 없지만,  스벤의 모습에서 예전 한국의 아버지들의 폭력적인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둘 사이의 딸, 아니 스벤이 딸이 아닐 수도 있는 아이가 생기며 부부는 스벤이 죽을 때까지 평생을 같이 살아간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카린이 모아둔 올라프의 편지가 발견되며 두 부부의 조금은 귀여운(?) 부부싸움이 나오는데, 한국의 부부들이 보이기도 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세 사람이 같은 숙소, 층을 쓰고 식사와 여가 시간까지 보내는 장면들이 꽤 있는데 두 남자의 은근한 신경전과 그 상황을 조금은 즐기는 듯한 카린, 스벤의 옆에서도 서로를 탐하는 카린과 올라프, 카린의 미묘한 감정 표현들이 재밌었다. 배우들 각각의 매력이 넘쳐서 더 재밌게 봤다. 정말 문제적 남자 그 자체의 연기를 보여준 스벤 역할의 빌 스카스가드는 그 유명한 스카스가드 집안이라고! 



*사진 출처 : 아트하우스 모모, 주한스웨덴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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