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리 Nov 30. 2023

#4 한국거래소 개발자가 회사에서 나의 일을 하는 법

'나의 일'을 찾는 사람들

작년 이맘때쯤 알게 된 커뮤니티가 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멋진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어요. 운 좋게 이곳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의 인터뷰도 맡게 되었습니다. 자영업자, 프리랜서, 아티스트, 직장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퇴근 후 귀중한 주말에도 덕수궁 앞 꼬마 빌딩에 위치한 오아시스로 사람들이 모입니다. 요즘의 직장인들과는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인터뷰어는 궁금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활동을 하길래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까?’, ‘바쁜 하루를 끝내고 휴식 시간이 아닌, 친구와의 여가 시간도 아닌 나의 성장에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습니다. 저 또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회사와 직무를 경험했고,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건지, 회사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게 맞는 건지, 나는 미래에 우리 팀 팀장님처럼 되고 싶은 건지 의문이 들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 지금의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분들, 동기 부여가 필요한 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재희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오재희라고 합니다. 입사하고 초반 3년은 국내 증권 거래의 정산금을 전달해 주는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일을 하다가 현재는 해외팀으로 옮겨서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년 만에 팀을 옮기셨네요. 옮기신 이유가 있나요?


신입사원 때 배정된 팀이 저와는 잘 안 맞았어요. 초반에는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 제 인생은 제가 챙겨야 할 것 같아서 노조에 찾아갔어요. 사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노조가 힘이 세서 효과가 있을 것 같았어요. 처음엔 가고 싶은 팀을 골라서 옮겨달라고 어필했어요. 당연히 처음엔 T.O도 없고, 당장은 힘들다며 거절당했고, 몇 차례를 방문했지만, 팀을 옮기는 게 쉽진 않았어요. 그러다가 저의 간절함을 아셨는지 해외팀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해외 팀으로 옮기면 정말 바쁠 수 있다고 겁을 주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전 그런 걸 원했기에 바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보통은 신입사원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노조를 자주 찾아가서 팀을 바꿔 달라고 하기 힘든데요. (웃음) 팀장님이나 본부장님도 아시게 돼서 눈치가 보이잖아요.


네, 쉽진 않긴 하죠.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기보다는 일단 제 인생이 중요했어요. 눈치가 조금 보이고, 회사 생활이 어려워지더라도 제가 성장하는 느낌이 드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저는 준거집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제가 속한 곳은 저에겐 고여있는 느낌이 강했어요. 20년째 한 팀에 계신 분도 있었고, 일도 많지 않고, 성장할 기회가 적다고 느껴졌거든요. 물론 저도 그 팀에 적응해서 한 팀에서 오래 머물며 은퇴까지 다닐 수 있었지만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히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셨군요. 재희님의 노력으로 지금은 원하던 팀에 계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요즘은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이직을 하는 분도 많은데 어떻게 3년이란 시간을 버티셨나요?


일단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회사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워라밸도 좋았고, 연봉이나 복지도 다른 회사로 옮기기엔 좋은 곳이었고요. 하지만 제 성장이 멈춰있는 곳에 있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더라고요. 은퇴할 때까지는 어떻게 다닌다고 해도, 그 후 미래는 어떻게 될지 전혀 감이 안 왔어요. 그래서 회사 업무는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고, 개인적으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다른 일들을 했습니다.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고, 배달 아르바이트 같은 것도 해보면서 저의 마음속 불안감을 잠재우곤 했어요. 생각보다 재밌게 해서 시간도 금방 흘러간 것 같아요(웃음).



힘들었을 수도 있는 시간에 새로운 도전을 하느라 힘듦을 못 느끼셨을 것 같아요. 그럼, 지금 회사에서 하고 계신 개발 업무는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셨나요?


아니요. 제 전공이 컴퓨터학과였지만 저는 늘 컴퓨터와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고민이어서 대학교에선 경영이나 영상 기획 등의 수업도 들어봤는데 그것도 저와 잘 맞는진 모르겠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던 전공 관련 직무를 택했던 것 같아요. 지금 회사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가 20여 년을 증권회사에 다니셨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금융업계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친구들이 취업 준비를 하길래 저도 취업 준비를 하다 현재 회사, 이 직무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진 잘 모르겠어요.




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일이 아니어도 꾸준히 해나가시는 모습을 보니 곧 무언가 꽂히는 게 생기실 것 같아요. 사실 취업하고 싶어서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고, 원하는 팀으로 팀을 옮기고 싶다고 해서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어떤 점들이 재희 님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이끌어 주신 것 같나요?


저는 그때 당시에 제가 맡은 것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 전공 공부가 재미없고 저와 안 맞는 것 같았지만, 성실하게 학교에 다니면서 학점도 열심히 관리했고, 취업에 필요한 것들도 차근차근 준비하였어요. 회사에서 팀을 옮길 때도, 팀에서 맡은 업무는 잘하려고 노력했고요. 저에게 흥미 없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서 빨리 일을 끝낼 수 있는 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일잘러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웃음). 덕분에 평가도 좋아서 원하는 팀으로 옮길 수 있던 게 아닐지 싶어요.



하기 싫은 일도 끝까지 잘 해내시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저도 본받아야겠어요(웃음). 그러면 HFK는 어떤 계기로 등록하게 되셨나요?


HFK는 팀을 옮기고 나서 등록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HFK에 대해선 전혀 몰랐는데, 제가 자주 보던 블로거님이 여기서 모임을 운영하신다는 포스팅을 보고 바로 등록하게 되었어요. 경제, 경영 관련한 포스팅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파이낸셜 타임스를 읽고, 해외 트렌드와 유명 인사와 관련하여 토론한다고 하니 재밌을 것 같았어요. 모임 이름은 ‘글로벌 감각’이었습니다.


즐겨보던 블로그 운영자를 만난다는 게 굉장히 설렜을 것 같습니다. 시즌을 듣고 나서의 후기도 궁금하네요.


제 기대보다 더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파트너님만 보고 등록했던지라 어떤 분들이 오실진 생각 못 했었거든요. 다른 정보 없이 순수 호기심으로 등록한 것도 있는데, 제가 그냥 회사만 다녔다면 만나지 못한 분들을 만나게 된 게 제일 좋았습니다. 모두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하는 분들이었고, 모임 때마다 준비를 열심히 해 오셔서 저도 책임을 지고 제 파트를 준비해 가게 되더라고요. 너무 편하게 모임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도 HFK의 큰 매력 같아요.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게끔 준비해 오고, 좋은 인사이트들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모임에서 깜짝 시험 1등을 하셨다고요!


정말 아무런 고지 없이 마지막 모임 때 시험을 준비해 오셨더라고요. 당황스럽긴 했지만, 모임마다 집중해서 참여해서인지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되었어요. 파트너님은 제가 수능을 본 지 가장 얼마 안 된 멤버라 그런 것 같다고 하셨어요(웃음). 덕분에 HFK의 가을시즌 무료 쿠폰을 받아서 현재는 브랜드살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회사 밖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 회사에서든 회사 밖에서든 어떤 성장을 추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지금 팀을 옮긴 후에서 만족도는 97%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바쁘긴 하지만 꿈에 그리던 해외 출장을 팀원들과 다녀오기도 하고, 배울 수 없던 것들을 정말 많이 배우고 있거든요. 담당하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다르다는 것도 팀을 옮기며 알게 되었고, 다른 나라로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도 성장을 기대할 수 있어 만족스러운 편이에요.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웃음).


회사 밖 혹은 미래에 그리시는 모습은 어떤가요?


저는 늘 나중에 은퇴하게 되거나 회사 밖에서의 일을 할 때의 모습을 2가지로 생각해 왔어요. 첫 번째는 제가 직접 저만의 무언가를 만들거나 두 번째는 지금 하는 투자를 잘해서 성수동의 트리하우스 같은 곳을 만드는 상상이에요. 첫 번째는 어릴 때부터 생각해 오던 거라 브랜딩 관련한 수업이나 활동을 들어보면서 구체화해 봤는데, 경험을 해보니 저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재능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뾰족하게 저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두 번째 방법인데, 지금 하는 투자를 잘 운영하면서 돈을 모아 작은 건물을 사고 싶어요. 그래서 자기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제공하는 거죠.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못했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요즘의 직장인들과는 다르게 회사와 빠른 손절보다는 최대한 회사 안에서 현명하게 방법을 찾아가신 재희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원하는 걸 빠르게 이루어 낼 수 있던 것엔 그 과정 속 힘듦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끈기 있게 버텨낸 재희 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재희님의 여정도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인터뷰어'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