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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Jan 21. 2024

#5 한국에서 미국 변호사로 일하기

'나의 일'을 찾는 사람들

많이 늦어진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씨앗을 열심히 뿌려놓았더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 바빴졌었네요. 그래도 '어쩌다 인터뷰어' 시리즈 조금 느리지만 꾸준히 발행해보겠습니다:)


이번 편의 인터뷰이는 제가 인터뷰하면서도, 글을 정리하면서도 이런 분을 인터뷰한 게 영광이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분이었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미국, 한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박사 과정까지 준비 중이신 분이에요. 글을 정리하면서도 좋은 자극이 많이 되었습니다. 독자분들도 건강한 자극 받으실 수 있길!





취업을 하면서 더 이상은 공부를 안 해도 될 거라 생각했다. 동기들 대부분은 로스쿨 입시를 준비했지만, 법대 도서관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앉아있는 동기들만큼 공부할 자신은 없었다. 처음에는 동기들을 따라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법학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방향을 틀어 로스쿨 대신 취업 준비를 했다.

어려운 법학 공부를 했다 보니 취업 준비 시험은 비교적 쉬웠고, 다들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 시작이었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 간의 보이지 않는, 아니 누가 봐도 느끼는 차이. 자격증 없이는 더 올라갈 수 없다는 한계가 보였다. 그렇게 앞으로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법학을 다시 공부했고, 지금은 미국 변호사로 일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미국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팀장님이 추천해 주셨어요. 전 회사에서는 시험에 도전할 자신이 없었는데, 팀장님이 저를 잘 이끌어주셨습니다. 제가 실행력이 좋은 편이라 팀장님의 조언을 듣고 바로 한국, 미국 대학원을 알아봤어요. 아마 이때가 살면서 제일 공부를 많이 한 시기이지 않을까 하네요.


당시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도 하고, 팀장님도 제가 공부하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에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었어요. 학기 중에는 평일과 주말을 꽉 채워서 수업을 들어야 해서 정말 바쁘게 지냈죠. 1년 반 만에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2년 반만에 한국 대학원과 미국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팀장님의 독려만으로 대학원 등록을 한건가요?


그런 것만은 아닌데, 팀장님의 독려가 70%는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이전 회사에서도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도전할 용기가 없었거든요. 근데 지금 회사로 이직하면서 리더의 훌륭한 리더십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팀장님께 제 의견이나 고민을 편하게 전할 수 있었고, 항상 저에게 넥스트 스텝을 제안해 주셨죠. 입사를 하고 얼마 안 되어 팀장님이 회사를 다니면서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운명처럼 1 – 2주 뒤에 대학원 모집 공고가 뜨더군요.


현재 회사에서 맡은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현재 회사에서는 컴플라이언스, 신사업 법무 검토, 국제법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컴플라이언스를 알리고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이 업무를 하기 전에는 컴플라이언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어요. 지금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합해서 30회 이상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진행했는데요. 여러 번 교육을 하다 보니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을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법무는 이슈가 발생하고 난 후 해결을 담당하지만, 컴플라이언스는 이슈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것들을 알려줍니다. 저는 컴플라이언스가 인사나 법무처럼 당연히 있어야 하는 부서라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규모가 큰 회사들에만 최근 생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진: 오아시스 덕수궁


지금 하는 일에 굉장히 만족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일을 맡게 될 줄 아셨나요?


사실 몰랐어요. 전 회사에서는 법무팀에서 재개발, 재건축 법무 지원을 했었어요. 부동산 법무가 어려웠지만 해야 하니까 했고, 입사 6년 차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하지만 회사에서 여러 한계점을 느끼며 이직 고민을 하던 차에 아는 선배의 추천으로 지금 회사로 오게 되었는데요. 당연히 부동산 법무를 할 줄 알았는데, 이커머스나 신사업 같은 새로운 분야의 법무 지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게 되었고요. 모두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재밌게 했어요. 일이 굉장히 많은 편이었는데도 그만큼 배울 수 있어 재밌더라고요. 야근도 힘든지 모르고 했어요.


어떤 점들이 만족스러우셨을까요?


현재 회사에서는 어느 한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신사업 법무, 국제법무, 컴플라이언스와 같은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점에 만족하고 있어요. 처음 해 보는 일들도 계속 생기지만 반복적인 업무보다는 오히려 도전적인 업무에 흥미를 더 느낍니다.


법무와 컴플라이언스 업무 특성상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면 그것에 대응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요. 회사에 소속되어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이 좋아요. 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동료들과 논의하면서 생각을 확장시키는 것도 좋아합니다.


법학과를 선택했던 이유도 궁금하네요.


어릴 때부터 법 공부하는 것을 생각하진 않았어요. 중학생 때 함께 학원에 다니던 친구가 외고를 준비하더라고요. 친구가 하면 저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외고 준비를 시작했죠.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외국어가 재밌고, 좋았어요. 당시에는 통역사가 되고 싶었죠.


그렇게 외고를 합격하고, 영어과를 가게 되었는데, 외국어를 저보다 잘하는 친구가 태반이었어요. 중학생 때는 반에서 줄곧 1등을 할 정도로 나름 우등생이었는데, 외고에서는 성적이 그만큼 잘 나오지는 않았어요. 충격이 꽤나 컸어요. 그 와중에 줄곧 1등급을 받았던 과목이 법과 사회였고, 재밌었어요. 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법에 대해 배우면서 새로운 꿈을 키웠죠.


그러면 대학교에 입학할 때, 법정에서 일하는 것도 상상하셨을 것 같아요. 시험도 통과하셨는데, 변호사나 검사로 활동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대학생땐 그럼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입학했었어요. 하지만 그 당시 저에게는 하루종일 법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만한 동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회사를 다니면서 자극을 받았고, 지하철에서도 두꺼운 미국 법학책을 들고 다니면서 공부할 정도로 열심히 했죠.


미국 변호사라서 국내 법정에서 변론을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지금은 컴플라이언스에 집중하고 싶고, 이쪽으로 좀 더 전문성을 쌓고 싶어요. 사실 지금 하는 일도 제가 치밀하게 계획해서 한 건 아니라 앞으로의 일들도 단정 지어서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나중에는 미국에 가거나 로펌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진: 오아시스 덕수궁


HFK의 주간 회고 클럽을 통해 우영님 SNS를 접했습니다. 기록 활동도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를 그냥 보내고 싶진 않아서, 돌아볼 겸 기록을 시작하면서 습관이 되었어요. 기록을 하다 보면 당시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이 또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 좋더라고요.


저의 일상을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국 변호사 시험 준비 과정이나 미국 변호사 이야기, 회사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미국 변호사가 되고 싶은데, 정보가 얼마 없습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같은 간절함이 느껴지는 질문들도 있고요. 저 또한 준비할 때 정보가 많이 없어서 힘들었기 때문에, 관련 정보들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HFK는 어떻게 등록하게 되셨나요?


HFK는 23년 2월에 오픈 하우스 이벤트를 통해 처음 와봤어요. 그때가 공부를 마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이고, 성장의 에너지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어요. 또 목표점을 보고 계속 달리다가 목표를 이루고 나면 빈 시간들이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HFK가 그 부분을 채워줬고, 가봤던 커뮤니티 중에 가장 성장 속도가 저와 잘 맞았습니다.


듣고 나니, 쉬는 시간이 있긴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그런가요?(웃음) 쉬지 않고, 달려오기만 한 것처럼 보이시겠지만 틈틈이 혼자 쉬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글을 쓰는 것도 어떻게 보면 나만을 위한 시간이고요. 또 일이 재밌다 보니 야근을 하는 것도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다만 앞에 말한 미국 변호사 관련 정보나 컴플라이언스 관련 글들을 이것저것 많이 적어 놓긴 했는데, 바빠서 정리를 못하고 있어요. 쌓아놓은 글들이 빼곡이 쌓여 있어서, 안 되겠다 싶어 작년 연말에 일주일 동안 치앙마이에 다녀왔어요.  노트북과 책 몇 권을 챙겨서 갔는데 치앙마이에 생각보다 구경할 게 많더라고요. 책 읽고 글 쓰고 오겠다는 다짐과 달리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여행하면서 틈틈이 치앙마이 여행 기록만 쓰다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글을 몇 편이라도 써 볼 예정이에요.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해나가실지 기대가 됩니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일단은 써놓았던 글을 모두 책처럼 정리하고 싶어요.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보기 쉽도록요. 그리고 법학 박사 과정에 진학하게 되었고 상법에 대해 연구할 계획입니다. 박사 과정을 하는 분들은 진심으로 상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일 것 같아 함께 공부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어요. 저와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한 분들과 함께한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질 거로 생각합니다. 쉽진 않겠지만, 다시 또 도전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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