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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Mar 16. 2024

봄 향수 찾기 여정

올팩티브저니 (Olfactive Journey) '파르품삼각'


문득 나의 향 취향을 더 깊이 파보고 싶었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기분 전환이 되는 향수를 사고 싶기도 했던 차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곳을 예약했다. 파르품삼각은 300여 종의 향수를 프라이빗하게 시향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난 주말에 파르품삼각을 방문해서는 체감상으로 거진 100 여개가 되는 향을 시향 해봤다. 원래 알던 향수가 반, 처음 시향해보는 향수가 반. 그날 가장 마음에 들었던 향수들은 구루망 계열의 향수들이었다. 이전에 더현대에서 시향 한 구찌 알케미스트가든 라인이 너무 좋아서 봄 향수로 확정해 놓은 상태였는데, 이날  완전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새로 알게 되었던 향수들 중에 레몬머핀 향이 나는 아크로의 베이크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았던 셀린의 블랙 타이가 너무 좋았기 때문. 일단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착향을 해봤는데, 나에게 뿌려지니 또 달라지는 향들에 더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중에 파르품삼각 대표님이 위스키, 꼬냑, 구루망 계열의 향수를 시향 하는 미식향수 클래스에 초대해 주셨다. 제대로 미식 향수들을 다시 시향해 볼 수 있다니! 유독 기다려지던 금요일 밤이었다.




어제도 6~70 여개의 향을 시향 했던 것 같다. 올팩티브저니는 제너럴 하면서 유명한 향수들 위주로 하지만 이번 수업은 기본 향 지식이 쌓인 분들이기 때문에 더 깊게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같은 노트인데도, 다른 노트와의 조합으로 완전히 다른 느낌의 향수들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었는데 어떤 분이 끌로에의 로즈탠저린을 좋다고 하셨다. 그러면 대표님은 정말 장미향만 나는 향수, 고급스러운 노트들이 더해진 장미향, 우디나 인센스 느낌을 넣은 장미향 등을 소개해주시는 식이라 재밌었다. 난 그중 완전히 취향 저격 당해버린 향수가 있었는데,  버버리의 가든 로즈이다. 묘한 중독성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장미 정원 향이랄까. '집에 다들 정원 하나쯤은 있지 않으세요?'라고 던질 수 있는 여유 있는 분이 뿌리는 향이라고 표현하면 와닿으실지. 이번에 나온 버버리 향수들이 괜찮다고 하셨는데, 다른 향수들도 좋았다. 아마 가을에 한 번 더 시향 해보고 들여오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아크로 베이크가 너무 좋았다고 하니 아크로라는 하우스를 기획한 Oliver Cresp가 조향 한 향들을 소개해주시기도 했다. 하우스를 보면 봤지, 조향사까지는 보지 못했던 나에겐 또 다른 접근법이었다. 그리고 이 분이 만들어내는 향들의 조화가 확실히 나한테 너무 좋은 것 같다. 펜할리곤스의 쥬니퍼슬링도 조향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주니퍼베리 향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쥬니퍼슬링은 주니퍼베리와 카다멈과 페퍼, 오렌지 브랜디 등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너무 좋다. 계속 맡게 되더라. 이전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렸던 본투스탠드아웃의 일부도 Oliver Cresp가 하셨다고 하고. 내가 취향 저격을 당한 향들의 탄생 뒤에 이 분이 계셨구나 나는걸 알게 된 것도 이 날의 와우 포인트!



알면 알수록 궁금하고, 공부할 게 많아진다고.. 아직 난 부족한 것 같다. 향 공부 너무 재밌고..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린 정원의 향이 나는 불리 그로세이냐 인간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된 것만 같은 블랙 타이이냐, 인간 리치가 된 것 만 같은 뚜티 트윌리인가! 결국 아직 봄 향수는 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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