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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Jan 11. 2022

27살, 27살? 와 늙었다

오랜만에 글쓰기

땅 다당당 따다다당똥 알람이 울린다.


스르륵 일어나 양치를 한다


부스스한 거울 속의 그에게


그는 쉴 새 없는 질문을 시작한다




'나 같은 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운동을 하면 마동석처럼 될 수 있겠지?'


'외국 간호사 면허증 올해 안에 딸 수 있을까?'


'조교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가?'


그러고 보니, 매일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과


그의 무궁한 상상력이 합해져


망상의 소용돌이를 만든다.


망상의 소용돌이에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사실 요즘은 그는 의식적으로 빠져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금방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빠르게 털고 일어나는 방법은


‘움직이기’이다





겨울의 새벽,


새벽의 겨울,


그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 머리를 뭉쳐 묶고 집을 나선다.


소름이 쫙.



기어코 운동복을 뚫고 들어온 찬 공기가 아침인사를 한다.


소름 끼쳐, 제발 저리 가.




키만 한 롱 패딩을 끌고 집 근처 헬스장에 도착했다.


헬스...?


운동하는 걸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 자랑은 어떤 사실을 증명한다.


그의 생활에서 운동이


매우 특별한 활동이고, 그걸 자랑하고 싶을 만큼


그는 평생 운동을 안 하고 산 사람이다 라는 사실




뼈 때리는 이 사실이 그를 맴돈다.


'어디 가서 요즘 운동한다고 자랑하지 말아야지'


'그 말을 하는 순간 들키는 거지. 좀 진중해지자.'


그러나 너무나도 가벼운 그의 주둥이와 두 엄지손가락은


이미 쉼 없이 움직이며 동네방네 운동 자랑을 한다.


역시 한결같다.




그에게 있어 최고의 형벌은 아마도 그의 주둥이를 닫고 살게 하는 것.


그래, 그건 정말 지옥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둘째치고


말 한마디를 하기 무서워 입을 닫아야 하는


말이 칼이 되어 박히는 무수한 기억들이 우글우글 그를 항해 몰려온다.






우글우글 헬스장에 사람이 넘친다


도착한 그가 러닝머신 위에 올라갔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달리기를 바로 시작,


하지는 않고 런데이 어플을 켰다.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맞춰 걷고 달리기를 반복한다.


그 순간 그는 오로지 달리기에 집중,


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며 달린다.




그가 달리기를 처음 시작한 건


21년 가을이었다.


제주도의 아침,


아침의 제주도,


그는 저녁 9시에 잠들어 새벽 5시에 일어나길 반복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유튜브용 원고를 쓸 때도 있었고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가서 바다를 향해 걷기도 했다


매일 걸었다.


곽지 해변까지 왕복으로 2-3시간이 넘는 거리


돌담길이 좋았고, 뭔지 모르게 자라고 있는 작물들이 좋았다.




좋아하는 것


마당의 고양이, 오후의 산책, 나뭇잎 사이의 햇살


가족들과 저녁식사, 작지만 소중한 친구들


친절한 말 한마디, 월급 모으기





그는 세후 188만 원을 받으며 조교로 일하고 있다.


이 월급은 작고 작다


저금을 하려니 허리가 휘지만


안 쓰면 0원인 것처럼 돈도 안 벌면 0원이라고 생각하고 일한다


25살 월급 350에서 시작해서 26살 백수 27살 188만 원을 받는다니


절레절레 큰일이다




다시 27살의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보자.


'나 같은 게 글을 쓸 수 있을까?'


- 글을 써야 책을 내지


'내가 이렇게 운동을 하면 마동석처럼 될 수 있겠지?'


- 운동을 매일 하고 단백질을 잘 먹고 운동만 하면, 마동석처럼 될 수 있어. 근데 솔직히 마동석까지는...


'외국 간호사 면허증 올해 안에 딸 수 있을까?'


- 면허는 딸 수 있을 거야


'조교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건가?'


- 일단 해. 언젠가 교수님이 되고 싶으면 경력이 되겠지? 그러나 다시 한번 누가 너를 걸고넘어지면 그때는 나오자. 농사짓고 살아도 되고, 제주도 카페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잘 살 수 있어. 아니면, 그냥 그런 시골의 간호사로 살아가도 되지. 당장 모든 걸 버리고 어딘가로 떠날 준비도 항상 되어있으니. 일단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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