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드라마 리뷰
"연애세포가 다 죽었나 봐."
오랜 기간 연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농담 삼아 흔히 하는 말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화가 날 때,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을 때 우리 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호르몬, 신경세포, DNA 등 어려운 용어 없이도 사람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재미있게 표현한 드라마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2015년부터 5년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했다. 누적 조회수 32억이 넘는 인기 웹툰으로 드라마 공개 후 웹툰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고 있다.
드라마는 주인공 유미의 감정이나 신체 상태 등의 뇌세포를 의인화해서 유미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 연애에 관해 유쾌하게 표현했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첫 번째는 프라임(Prime) 세포다. 이성세포, 감성세포, 출출세포, 작가세포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포들 중 사람마다 각자의 프라임 세포가 있다. 프라임 세포는 모든 세포들을 진두지휘하며 컨트롤하는데 즉, 그 사람을 대표하는 '정체성 세포'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유미의 프라임 세포는 사랑세포다. 3년 전 실연을 당한 후, 유미의 세포마을에는 눈물홍수가 났고 이때 '사랑세포'는 혼수상태에 빠져 버린다. 유미의 프라임 세포인 '사랑세포'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유미는 삶의 방향성을 잃은 체 직장과 집만 오가며 단조로운 삶을 산다.
그러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혼수상태였던 '사랑세포'가 깨어난다. 프라임 세포인 사랑세포 즉 유미의 정체성이 살아나자, 그동안 활동하지 않았던 다양한 세포들이 깨어나며 유미의 삶은 한층 풍요로워진다.
드라마에서 주목할 또 한 가지는 '마음속 우선순위 현황판'이다.
그동안 유미의 '마음속 우선순위 현황판'은 남자 친구가 늘 1위에 있었다. 프라임 세포가 사랑세포인 유미는 남자 친구가 바뀔 때마다 1위는 남자친구가 차지했다.
그런데 남자 친구 구웅의 주변에서 유미와의 관계를 훼방을 놓던 친구 '서새이'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으며 유미에게는 그동안 없던 '이별카드'가 생긴다.
그동안 유미에게는 '항복카드'만이 있었다. 남자 친구가 유미에게 지나친 요구를 해도, 7년을 사귄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았을 때도 유미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다시 돌아오라고 눈물만 흘렸고, 결코 헤어지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유미에게 '이별카드'가 주어 지면서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이별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자기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관계에서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인 '김유미'가 마음속 우선순위에서 1위로 올라간다.
유미는 말한다.
"나는 서새이를 날려버릴 능력 같은 건 없다. 웅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싫으면 안 보고 좋으면 계속 보는 선택은 나의 것이다."
<유미의 세포들> 원작자인 이동건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랑을 하면서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애할 때뿐일까? 가정이나 직장 등의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오로지 '자기 자신'으로 살기는 쉽지 않다.
이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외향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좋은 대학, 직장에 들어가야 하고,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보다 넓은 평수의 집에 살아야 하고, 능력과 외모를 키워야 하는 등 타인의 시선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가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인생을 건다.
사회적인 동물인 우리 인간에게 사회적 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가 내 삶의 전부가 되면 불안과 걱정,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늘 부족하고 늘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보다 더 잘하고 더 많이 더 잘 살아야 한다는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혹시라도 자신의 사회적 가치가 다른 사람들보다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게 된다. 비교와 경쟁을 기반으로 한 상대적이고 유한한 사회적 가치에 만족이란 결코 없다.
유미 또한 대학 동창, 전 남자 친구 등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다이어트를 하고, 옷을 사며 나 자신의 만족보다 타인의 시선에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진정한 만족은 사회나 다른 사람이 정한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선택한 가치라 할 수 있다.
나 아닌 다른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없고, 비교도 되지 않는 나의 가치를 찾을 때 사회나 다른 사람이 강요하거나 기대하는 삶이 아닌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자기 주변의 환경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정보의 휘둘리지 않는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야말로 자기 세포들의 주인, 뇌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드라마를 보면서 유미를 위해 응원하는 '유미의 세포들'을 보면서 오로지 내 건강과 행복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있는 '나의 세포'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유미와 유미의 세포들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드라마 애청자로서 기대된다.
*이 글은 [브레인미디어] 기사 일부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