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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닿는 시 11 <철거 현장의 사물들>

by 모카레몬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는

ㄷ은 그에게 내장된 잔해


반듯한 울타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재개발 지역 철거 현장 구석에 구른다

떨어져 나간 문의 한쪽과

한편이 부서진 창문과

철근과 벽돌 사이에도 끼인다


단단하게 꺾인 방향

쪼개진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빛

닫힌 곳에서

다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바람은


그 각도에서만 보이는 풍경


파손된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벽돌들이 다글다글 모여 있다가

흩어지면 발견된다


두 팔을 벌리려다

완전하지 못한 자세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것


서툰 위로와 다독임이 굳은 살처럼 박힌다


모든 입구는 돌아서면 다시 바뀐다는 걸 아는 걸까


재활용 트럭을 기다리는

그의 어깨가 기울고 있다






사진출처> pixabay

#아파트 #철거 #벽돌 #재개발 #철근 #재활용 #어깨




연재 일정


월> 05:00 사물에 닿는 시

화> 05:00 별 한 빛, 모래 한 알 (동시)

수> 05:00 삶을 짓는 문장 365개

목> 05:00 사물에 닿는 시

금> 05:00 삶을 짓는 문장 36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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