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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소 May 22. 2018

[인도] 푸쉬카르 낙타축제에 갔다.

나는 낭만적인 사람인가?

본격적인 낙타 축제를 앞두고 하나 둘 모여드는 낙타와 낙타상인을 기다리는 것은 인도에서 한 그 어떤 행동보다 흥미로운 동시에 인내심을 요했고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푸쉬카르에서 낙타축제를 기다리는 5일동안의 나는 인생을 통틀어 손에 꼽을정도로 성실했고 부지런했다.


매일 새벽 동이 틀 무렵 반쯤 감겨 있는 눈으로 카메라가방을 짊어지고 샌들을 끌면서 멜라그라운드로 나간다. 멜라그라운드로 가는 길의 상점은 아직 셔터가 굳게 잠겨 있다. 멜라그라운드로 다가가면 갈수록 작고하얀 연기가 곳곳에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낙타상인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짜이를 끓이고, 짜파티를 굽고 있다. 분명 낯에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뜨거운 태양과, 열기가 가득한데, 새벽은 담요를 몸에 걸치고 있어도 몸이 떨릴 정도로 춥다. 사막의 날씨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얼어있는 몸을 녹이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커다랗게 피워져 있는 모닥불이 눈에 들어온다.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모닥불로 다가가 손바닥을 불앞에 대고 있으면 까맣게 연기가 손바닥에 그흘린다. 대충 바지에 손을 슥슥 닦으니 옆에서 함께 불을 쐬던 낙타상인 아저씨가 이미 여러 번 손을 닦아 시커먼 얼룩이 덕지덕지 뭍은 누런색 천을 건낸다. 바지에 닦던 손을 천에 마저 문데고 다시 멜라그라운드로 향한다. 어제는 낙타와 사람으로 가득찼 던 곳인데, 새벽은 횡하니 비어있다. 그 많던 낙타는 어디로 갔는가? 모래속으로 순식간에 스며든 것처럼 낙타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휘적휘적 텅빈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으니 띄엄띄엄 세워진 천막에서 터번을 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온다. 사막이 깨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낙타시장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장면은, 나무 울타리 속에서 한가롭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낙타들과 분주하게 대화를 나누고 낙타를 확인하는 상인들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낙타 가격을 흥정하기 위해 여기저기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한쪽에서는 상인들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냄새와 연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소년들은 짜이를 배달하기 위해 좁은 길을 맨발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막연하게 낙타시장에서 떠오른 이미지는 이렇게 분주하고 생명력 가득한 모습이었는데, 왠걸 이곳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지금이 이른 아침이라 그런 것일까?


점심까지 기다렸다. 사막의 태양은 자비가 없었다. 간간히 드리운 그늘아래로 기어들어가 변화가 생기길 기다렸다. 그러나 여전히 사막은 고요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낙타들이 다시금 사막을 가득 메우고 있을 뿐이다.

저녁까지 기다렸다. 해질 무렵, 뜨겁게 달궈진 모래가 식어갈 무렵 불안정한 대기는 모래바람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있고, 저 멀리서는 서양인들이 멜라그라운드로 무리를 지어서 다가왔다. 그리고 더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커다란 관광버스가 멜라그라운드로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관광버스 3대가  멜라그라운드에 멈추고 그 안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양옆에 두개씩 멘 중국인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낙타시장은 내가 생각한 시장이 아니었다. 아니, 이곳은 낙타시장이 아니었다. 이 장소에서 바쁜것은 오로지 관광객 뿐이었다. 낙타사이를 누비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터번을 쓴 낙타 주인들. 그리고 나 역시 이 장소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였다.


나는 낭만적인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가끔 본적도 만난적도 없는 대상에 대해 어딘가에서 주입된 이미지가 그것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곤 한다. 그리고 머릿속에 굴러들어온 이미지가 진짜 그 대상일 것이라고 확신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때때로 그 이미지는 현실을 동화나 영화속 장소 같이 미화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현실을 마주 했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현실에 의해 부셔졌을 때, 나는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낀다. 내가 지금 이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상의 이미지에서 현실을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여행자가 하는 일인 것임을...




사진에 찍혀있는 날자를 보니 나는 5일이나 반복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나와 주변에 실망을 거듭하면서 반복된 행동을 했던 나는 이곳에서 사진과 텔레비전에서 본 모습에 대한 기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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