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은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센 강에 들어가기로 한 날이다. 센 강이 더럽다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 이달고 시장이 이번 파리 올림픽을 통해 가장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바로 센 강에서 하는 수영 경기다. 사실 수영 가능한 센 강 만들기는 파리의 오랜 숙원이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파리 시장이었던 1990년대에도 센 강 수질 개선 작업이 시도됐지만 매번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예산이 너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달고 시장에게 올림픽은 절호의 기회였다. 국가적 이벤트를 계기로 엄청난 국가 예산을 확보했다. 2조 원이 넘는 돈이 센 강 정화에 들어갔다. 전체 올림픽 예산의 1/3을 하나의 프로젝트에 쓴 것이다.
이달고 시장이 그리는 이미지.실제 작년에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센 강에서 열리기도 했다.
안 이달고 시장은 파리의 대중 자전거를 설계하고, 주차 공간을 없애 차량을 줄이는 등 친환경 정책을 통해 자신을 어필해 온 좌파 정치인이다.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지만 존재감 없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센 강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정치적 도약을 꿈꿨건만, 그 마저도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이자 '관종' 마크롱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의회 해산, 조기 총선 실시’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모든 언론의 관심이 올림픽에서 총선으로 옮겨졌기 때문. 냄새나는 센 강에 고생해서 들어가 봤자 언론과 대중의 외면을 받을 게 분명한 상황이니, 이달고 시장은 센 강 입수를 무기한 연기했다.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올림픽 전엔 반드시 들어가겠다고 해명했지만 뭔가 궁색해 보였다.
트워터(X)에 올라오는 이미지들
사실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달고 시장의 퍼포먼스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도 이달고 시장과 함께 센 강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여론을 자극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관종질에 지쳐있던 파리 시민들은 ‘6월 23일 센 강에서 똥을 싼다’ 운동을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를 똥 속으로 빠뜨렸고, 이제 그들이 우리의 똥 속에 빠질 차례’라는 게 운동의 기획 의도였다. 물론 이달고 시장의 퍼포먼스 취소로 ‘똥 싸기 작전’도 무산됐지만, 재미 들린 프랑스 네티즌들은 강물의 유속과 방향을 계산해, 언제 어디서 싸야 정확히 마크롱 대통령에게 똥을 맞출 수 있는지 알려주는 내용을 올리고 있다.
0623 현재 센 강의 상태
어제 루브르 박물관 앞 카루셀 다리를 지나는데, 이틀 전 내린 비로 강은 불어나있었다. 특히 정화되지 않은 온갖 하수 오수들이 센 강으로 유입된 건지, 강은 아주 더러워 보였다. 더러운 강을 보고 있자니, 아마도 이달고 시장은 센 강 입수 취소 핑계를 제공해 준 마크롱 대통령이 고마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