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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Jun 28. 2024

파리 올림픽의 속내-백문이 불여일견

0626@Champ de Mars

겉으로 보면 아름답지만 속은...

     트로카데로 광장과 콩코드 광장에 간이 스타디움이 설치됐다. 차량 통제는 당연한 일. 도로 혼란은 말할 것 없고, 풍선효과로 인파가 몰린 지하철은 연착되기 일쑤, 출퇴근 시간 공용 자전거 구하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아름다움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프랑스를 볼 때마다 17세기 베르사유가 떠오른다.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에서 사치스러운 식기를 사용해 최고급 음식을 먹었던 루이 14세. 화려함 그 자체였지만 정작 그는 움직이는 악취 덩어리였다. 평생 샤워를 기피했고, 충치가 심했으며, 입천장엔 구멍이 뚫려 콧물이 입안으로 흘러내렸다. 치루도 심했으며 장이 안 좋아 설사를 달고 살았다. 화장실이 부족한 궁전에선 귀족들의 배변 냄새가 진동했으니,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였다. 그럼에도 루이 14세는 위엄을 갖추며 늘 연극적인 행동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통해 파리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려는 파리의 시도는 루이 14세의 허구적 궁중생활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에펠탑 앞 비치발리볼 경기장

     파리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니들이 과연 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보고도 불평할까. 베르사유의 압도적 규모와 화려함이 배변의 악취를 눌렀던 것처럼, 정작 파리 도심 속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보게 되면 모두 침묵하게 될 것이다라고 믿는 자신감. 나는 에펠탑 앞에 설치된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보며, 파리의 자신감을 좀 이해하게 됐다. 콩코드 광장. 트로카데로 광장, 그랑 팔레, 베르사유 궁전, 그리고 에펠탑 앞에서 펼쳐지는 경기가 드론과 지미집 등 최고의 중계 장비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전 세계의 감탄이 들리는 듯했다. 그만큼 직접 본 상드마르스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은 압도적이었으며, 모든 투덜거림을 멈추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 외신 앞에서 에펠탑 경기장을 공개하는 파리올림픽 대변인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라


     아름다움을 위해 모든 걸, 특히 효율성을 쉽게 희생해 버리는 프랑스적인 태도가 지금의 프랑스 명품 산업을 만들었다. 여름이 아무리 덥다한들, 아름다운 오스만식 건물에 덕지덕지 달린 실외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그들의 엄격함. 각종 미술 전시, 박람회가 열리는 그랑 에피메르의 레슬링 경기장까지 보고 나니, 얄밉지만 파리 올림픽은 대흥행을 하겠구나 싶었다. 파리 올림픽 위원회의 속내. 직접 보면 다 달라질 것이다. 역시 백문이 불여인견이다.

레슬링과 유도경기가 열릴 장소. 통 유리로 나폴레옹이 나온 군사학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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