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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Me May 08. 2019

# 한밤중에 호텔에서의 탈출기.

세계여행레시피. 인도 디우




20시간이 걸리는 버스를 타고오는 내내 그간의 피로누적으로 정신못차리고 잠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에서 잔건 잔게아니라듯이 피로감이 몰려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아..씻어야하는데..빨래도 해야하고..'





해야할 것들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면서도 쏟아지는 잠에 정신을 못차리고 이따금씩 깨었다가도 또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리는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지 않았어도 밤 늦은시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할 수 있었다.



핸드폰을 들여다 보니 밤 11시 18분이었다.




잘못들었다고 생각하기엔 방문을 계속 두드리는 소리에 심장이 급격히 뛰기 시작했지만, 

무서워서라기 보다는 저 소리에 자다가 놀라서 그렇겠지 하고 애써 떨쳐내고는 문을 열었다. 

낮에보았던 작은 체구의 어린 직원이 이 늦은 시각에 물을 주겠다며 물을 건냈다.

체크인 할 당시에 내가 물이 있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기에

그래서 주는건가 하는 생각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받아들었다. 

어떨결에 받아든 나는 습관적으로 뚜껑이 따져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인부터 했다. 



이미 따져있는 뚜껑을 확인하곤 물갈이를 하고싶은 생각도 없었기에 

고맙지만 괜찮다고 물을 돌려주고는 방으로 들어가는 찰나에 내 몸을 훑는 손에 또 한번 화들짝 놀랐다.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인거고, 상황이 무서운거라고 애써 넘겼다. 


숙소에는 투숙객이라곤 나밖에 없는것 같았고, 

문들은 앞뒤로 잠겨있고 불빛이라곤 내 방에서 나오는 빛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시간 그 공간엔 그 어린 스탭과 나밖에 없다는것이 섬칫하게 다가왔다. 

"Talk to me"

영어를 못한다고했었기에 잘못들었나싶어 몇번이고 되물었고 

단호하게 싫다고 얘기하고 방으로 들어가려했다.

하지만 방문앞에 서서는 안에 들어가겠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내가 화를 내고 있는건 안중에도 없었다. 



그 와중에 그것도 밤 11시 반에 바닥을 가르키며 청소라는 단어를 계속 내뱉기에 청소용품이 이 방안에 있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잡고있던 문을 놓는 순간 빠르게 방에들어와 문을 걸어잠그는 상황이 벌어졌다.



급하게 막아서고는 무슨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나가라고 소리치는 내 앞에서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있었고,

돈을 안주면 무슨짓을 할까에 대한 생각까지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작았고 외소했으며 어렸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지만, 

그래도 덩치로보아도 내가 이길 수 있을것 같았다는 판단까지 그 와중에 마쳤다. 





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손이 떨려왔고 

문을 벌컥 열어재치고 주인을 찾기위해 소리를 지르고나서야 그는 아니라며 황급하게 도망쳤다. 


주인의 와이프로보이는 사람이 먼저 내려와서 상황을 듣고는 

그저 어린애일뿐인데 뭘이리 난리냐는 식의 표정과 말들을 쏟아낸다.

와이프도 그러한데 주인이라고 뭐가 달랐을까.

"그는 고작 16살 어린아이이고, 우리 가족은 위에 살고있어. 걱정안해도 돼. 뭐가 문제야??"



짜증섞인 그의 목소리에 그만 내가 유난떠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정도었다.



"밤11시반에 내 방에 마음대로 들어오는게 문제가 아니라고??"

이해할 수 없는 내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할까 싶어 소리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고 나가겠다고 짐을 싸들고 나가는 내 뒷통수에 대고 그는 말했다.

"니가 원하면 가도 괜찮아. 니가 1000루피만 주고간다면"

나는 이곳에 약 반나절을 있었고, 숙박비는 1박에 500루피었다. 

처음 묵겠다고 말했던 2박에 대한 요금을 달라는 얘기었다. 



"그럼 경찰을 불러" 

경찰을 부르라는 내 말에 절대 열어주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문이 열렸다.

여행하면서 성격만 나빠지는건지 욕짓거리를 내뱉곤 빠져나오는데 덜컥 서러움이 몰려왔다.

'별일아니야. '

속으로 끊임없이 별일아님을 되내이며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하지만 이 야심한 밤에 야반도주하는 내 꼴이

동네 개들조차도 수상쩍어 보였는지 어디선가 잔뜩 몰려들어 금방이라도 물어 뜯을듯이 짖으며 

나를 둥글게 에워쌌다. 

한발짝 움직이려하면 금방이라도 달려들것 같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저 인도 개들은 알아듣지 못할테지만 내 억울함 정도는 느낄까 하고는 나도 따라 고래고래 짖는다.

"니들까지 나한테 왜그래!!!!!!!!!!"

늦은 밤, 고요한 마을에 낯선 언어로 소리지르는 내 모습에 가던 길을 꺾어 한 오토바이가 다가왔다. 

그러곤 백마탄왕자님 마냥 그 개들부터 쫓아내준다. 

어디가냐고 묻는 아저씨에게 아는곳이라곤 한국인들 많이가는 닐리쉬밖에 몰랐기에 

"닐리쉬...?" 라고 하니 

선뜻 태워주겠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이 아저씨에게 끌려가 죽나, 저 개들에게 물려뜯겨 죽나 

그게그거란 생각과 지금 처해진 상황이 너무나도 비참했기에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일거라는 상상까지는 가고싶지 않았다.

그저 고맙다고 인사를 꾸벅한 뒤 늦게 올라탔다.

상황을 대충 들은 아저씨는 정신이 나가있는 나에게 

영어를 잘 못해서 미안하다며 괜찮으면 자기집으로 가자고 권해주셨다.

덧붙여 집에 와이프도있고 아이들도있으니 걱정하지말라는 말과 함께.

그래도 처음 뵙는 분에게 신세끼치는것도 죄송했고

인도사람을 믿어도될지에 대한 의심도 있었기에 

정말 고맙지만 괜찮다고 너무 고맙다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까지 따라온 아저씨는 갈 생각을 안하시고 직원 여러명과 실랑이를 하기시작했다.

돈을 요구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걱정이됐던 아저씨는 넓은 침대를 보고 내 방에 다른 사람을 또 받는거아니냐고

의심했고 나 혼자 방을 쓴다는것을 몇번이고 확인받은 후에야 떠나셨다. 



사람으로 상처받고 사람으로 치유받는것이 

익숙하면서도 아리다. 



디우에서의 신고식은 혹독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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