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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Me Jun 01. 2020

딱히 특정 나라에 대해 편견을 갖는편은 아니야.

아마 과거형일지도 몰라.



여행을 하다보면 나오는 대화들 중 종종 이러한 말이 나온다. 


"OO 나라 사람들은 진짜 여지껏 봤을 때마다 이랬어" 

"DD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더라" 

"XX 나라 사람들은 투어라도 같이 가면.." 



각 나라에 대한 특성이 분명 없지 않아 있다. 

일반화 시키기엔 오류가 많지만 

평균화 시키기엔 적절한 그 선이라는게 주어진다. 


이러한 선이란게 숱한 이야기들과 경험들로 만들어지지만 

이것 또한 개개인마다 다 다르기에 


"나는 아니던데?" 

라고 할 수도 있겠다. 


뭐 그렇겠지 


'근데 난 이랬다고' 가 오늘의 이야기다.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사실 제일 자주 언급되는 나라가 '중국'이다. 

좋지 않아서라기 보단 인구 수가 많은 만큼 접하게 되는 경험도 더 많아지기에 

이러한것들이 토대로 쌓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제일 자주 언급하던 것 같다. 


실상 나는 '중국인' 여행객에 대해선 좋은 경험이 더 많았기에

오늘은 내가 만났던 '먼나라' 사람들에 대해 욕을 할거다.



먼나라 이웃나라 아닌, 그냥 먼나라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기에 그저 '먼나라'라 칭해본다. 



처음 세계여행을 나왔던 첫날 에콰도르에서 만났던 '먼나라' 남자 여행자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거기가 여성 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텝이 나랑 단둘이 한방에 집어넣었던건 

불편했지만, 그건 그 호스텔의 잘못이지 이 남자의 잘못은 아니니까 


그래도 샤워실에서 몸뚱아리에 수건 하나만 중요부위를 돌돌 가린채 나왔을 땐, 


눈을 어디에 둬야 하나 

몸이 좋다며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나 

이 순간을 즐겨야 하는걸까 


매우 혼란스러웠던건 사실이다. 



그 상태로 내 근처에 와 말을 자꾸 걸었더라면 

성추행을 당했단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비슷한 상황들이 많다. 정말 많다. 기분이 엿같다.)



묵묵히 머리말리고 몸을 닦고 내가 있든 말든 수건 안쪽으로 속옷을 입고 있기에 

그저 이런게 외국문화인가 하고 컬쳐쇼크를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아, 물론 내가 속옷 입고 있는거까지 일부러 본건 아니란건 집고 넘어가자. 

사람의 시야는 생각보다 넓어서 정말 어쩔 수 없이 어쩌어어얼 수 없이 보인 것 뿐이었다.  



이제 두번째로 만났던 먼나라사람들이 참 문제였다. 

쌈닭이 되기 시작했던건 여기서 부터 였을까 


콜롬비아에 살렌토라는 작은 마을에 가기 위해서 버스티켓을 끊고 나가보니 

버스라고 하기엔 민망한 작은 승합차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티켓에는 분명 좌석이 적혀 있는데 좌석의 뒷통수를 봐도 팔걸이를 봐도 

어딜봐도 좌석번호가 보이질 않았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먼나라 여행객 무리에게 좌석번호가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자 

"몰라, 그냥 너 앉고 싶은데 앉아" 를 쿨하게 던져주곤 그녀들은 수학여행이라도 온 것마냥 

무리지어 자리 잡기 바빠보였다. 



아, 그런가보다 하고 대강 괜찮아 보이는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뒤이어 다른 승객들도 하나 둘 타기 시작했다. 



그때 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좌석번호를 말하며 

자리 선점하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의 자리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으나 

또 아무데나 앉으라는 말을 시전하며 비켜줄 생각은 1도 없어보였다.



뒤이어 탑승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얹잖아지더니 

밖에서 여러 사람들과 버스기사 간에 꽤나 큰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버스기사가 티켓을 확인하곤 자리를 다시 배정해주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먼나라 애들은 그냥 아무데나 앉으면 되지 않냐는 자신들의 논리를 시전하느라 바빴지만, 

밖에 화난 사람들이 꽤나 많아보였기에 궁시렁 거리며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아, 역시 자리가 다 있는거였네' 

하고 생각하는데 어쩐지 내자리가 이상했다. 

내 좌석 번호대로 라면 아무리 따지고 따져봐도 절대 내 좌석 번호는 지금 버스기사가

가르키는 자리는 아니었다. 



정말 거지같고도 거지같은 자리였다. 



내 자리 앞에 먼나라 무리 중 한명이 먼저 자리잡고 앉아서는 의자를 얼마나 제꼈는지 

앞에 의자와 내 의자의 간격 사이에 들어갈 틈이라는게 없었다. 

앞좌석과 뒷자석이 그냥 맞닿아 딱 붙어있었다.

진짜 기가차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지.



그 간격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두고두고 씹어줬어야 했는데 원통하다. 



"미안한데, 의자좀 올려줄 수 있니? 앉을 수가 없어.." 

조심스레 말을 건냈다. 


1차 씹혔다. 



"저기, 의자좀 올려줄래? 앉을 수가 없어" 

뒤를 한번 힐끗 보더니 무시하곤 앞을 다시 보곤 의자를 올리는둥 마는둥 시늉만 하곤 의자는 다시 제자리. 


2차로 씹히고 나니 슬슬 열이오른다. 


'하.. 이게 지금 장난하나..' 



인종 차별인지 뭔지 들은척도 안하기에 니가 못알아들었다면 바디랭기지로 해주지 하곤 

앞 좌석을 '탁!!' 치곤 어차피 씹을거 한국어로 시원하게 내짓거렸다. 


"의자 올리라고" 


그제서야 또 찔끔 의자를 올려주신다. 

도저히 앉을 수도 없는 상태에 아무래도 내 자리도 아닌것 같단 생각에 

좌석 수를 다시 한번 세어보고 버스기사에게 저기가 내자리가 맞냐고 어떻게 저 자리가 11번이냐며 

계속 반복해 물었지만 버스기사는 이 버스안에서 내가 제일 만만했었나보다. 


귀찮다는듯 맞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이런 내가 불쌍했는지 몇몇 서양인들이 나를 짠하게 쳐다보는 시선에 

그저 망연자실해 있으니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르켰다. 



좌석표였다.

그리고 내자린 11번, 내자리가 맞다고 준 자리는 14번이었다. 



'하, 이런 쌍쌍바 진짜 이것들이 장난하나. '

욕짓거리를 내뱉기보다 버스기사부터 족쳤다. 




"야!!!!!저기 내 자리 아니잖아 왜 거짓말해?!" 




그 들켰다라는 표정의 버스 기사 얼굴을 잊질 못한다.

그제서야 내 자리를 차지하곤 좌석을 거하게 젖혔던  먼나라 애한테 말하는게 더 가관이다. 



"니자리로 가"



니 자리로 가라는건 쟤는 지 자리가 아니란걸 첨부터 알고 있었단거고 

버스기사도 알고 있었단 얘기아닌가? 

진짜 뭐하는짓이냐며 따지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쭈구리가 뭘 할 수 있었을까 



짜증나는 감정을 그저 내 자리 찾았으니 되었다 하고 위안 삼아야지. 



내가 앉을뻔한 그 다리 하나 못들어갈 공간의 그 자리를 보고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이제서야 친근한척, 내가 했던 말을 이젠 본인이 하고 있었다. 



"아미가(친구), 의자좀 올려줄 수 있을까?" 



기가 찼는지 나도모르게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얼마나 자리가 비좁은지 알기에 90도로 빳빳하게 의자를 세워주곤 

어거지로 입꼬리만 겨우 올려 싱긋 웃어보이곤 자리에 앉았다. 



내가 기껏 웃어주고 자리까지 올려줬는데 

뒤와 옆에서 한참이나 시끄럽게 뭐라뭐라 떠들기 시작했다. 


지네 나라 말인지 뭔지 도통 알아듣진 못하겠으니 종종 가르키는 손가락질이나, 

상황이나 내 얘기를 하는게 분명했다.  

욕을 할거면 티 안나게나 하던지, 손가락질은 치우든지 

내 눈치를 안보는척이라도 하던지




더러운 성격 또 한번 못참고 뒤를 돌아 내질렀다. 

어차피 나도 못알아들을거, 니들도 못알아들어봐라



"그럼 첨부터 똑바로 쳐 앉든가!"  



그러자 일제히 조용해졌다. 

군 전역까지 한 애들에게 뭔 깡따구로 지랄했을까. 

아마 같이 타고 있던 다른 여행객들도 한껏 찌푸린 미간으로 걔들을 노려보고 있었기에 

든든한 지원군이라도 있는것 마냥 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일 이후로 자주 들었던 말이 하나 있다. 



"걔넨 한명,한명 만날땐 진짜 괜찮은데 무리로 뭉치면 진짜 개념이없어" 



미친듯이 공감이 간달까

너무 싸잡아 욕하나 싶어 실컷 써내려갔던 나라 이름을 지웠다. 



그리고 세번째 만났던 먼나라무리들도 별반 다를바 없었다.  


어버버 거리며 짧은 영어에도 같이 어울려주던 

영국과 호주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에겐 세상 살갑게 인사하면서 

내 인사는 씹어대던 먼나라 무리였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친구들이 

밥먹으러 가야 된다며 나를 이끌고 나와서는 그저 어깨를 토닥일 뿐이었다.


"신경쓰지마" 

그 말 한마디에 위로가 되면서도, 내가 느낀 상황이 잘못된게 맞았음을 확인사살 당한 기분에 

흐렸던 그 곳의 날씨만큼 내 마음도 우중충 했었다. 


 

이 뒤론 딱히 그 나라 사람들을 마주친 적은 없었지만,

간혹 여행을 하다보면 종종 들려오곤 했다. 


"왜 나무들이 다 탔어!?" 

"먼나라 애들이 여기서 불을 내서 이렇게 됐어" 

"오, 이런.." 



여기저기서 사고쳤단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대게 가이드를 통해 나온 말이거나, 같이 여행하던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들이었기에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별 좋았던 인상들이 없었기에 나는 그저 사실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걔네가 그럼 그렇지" 




그래도 편견을 가진다는게 좋은건 아니니까 

이렇게 시원하게 욕한바가지 지껄여놓고는 언젠간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기를 바래본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도 무뎌진다고, 

지금은 그저 밉기보단 이런 일도 있었지 정도로 많이 덤덤해졌지만 

그때의 나는 이런게 인종차별일까 하고 꽤나 서럽고 아팠다. 



그 감정을 잊을만큼 좋은 친구를 만난다면 언젠간 편견 또한 사라져있겠지. 

근데 어디서 만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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