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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빗헌터 Mar 27. 2024

베트남으로 떠나실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호찌민 주재원 파견기

지금의 회사로 이직한 지도 벌써 2년 반이나 되었다. 감사하게도 이 회사는 입사 후 2년이 지나면 15일 정도의 리프레시 휴가를 제공해 준다. 받은 휴가로 올해 초에 남미 여행을 다녀왔는데,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3월 중순쯤이었을까. 남미 여행의 추억에 한창 빠져 살던 어느 날, 퇴근 시간 즈음에 한 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베트남 주재원 포지션 선발 소식


"베트남으로 떠나실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라는 글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 사실 나는 몇 주 전에(그것도 남미 여행 중에) 해외주재원을 선발하는 사내 공고에 지원했다. 서류 접수, 영어 테스트와 팀장님 인터뷰를 거쳐 운 좋게도 내가 해당 포지션에 최종 합격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 IT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우리 회사가 베트남에서 특별한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내 IT 과제들을 개발자가 저렴한 국가에 아웃소싱할 수 있도록, 베트남 호찌민에 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 개발센터의 HR 관리자 포지션에 새로운 인력 파견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본사 HR 담당자인 내가 해당 법인의 인사주재원으로 선발된 것이다.


정말? 이 포지션.. 내가 가도 되는 거야?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기대를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남미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내내 베트남으로 다시 출국하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김칫국을 사발째 들이켰던 것 같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직 내가 인사주재원으로 파견될 연차는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HR 업무를 쭉 해오긴 했지만, 첫 회사에서 4년, 지금 회사에서 2.5년으로 총 경력 6.5년, 통상적인 직급으로 치자면 대리 4년 차 정도로, 나는 아직 주니어라는 생각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전 직장에서 주재원 기회는 통상 10~15년 차의 시니어 인력에게 주어지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빨라도 대리가 가는 경우는 없었다. 막상 합격 통보를 받고 나니 주재원은 항상 선배들의 몫이었는데, "진짜 내가 가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가서 잘할 수 있을지.. 합격의 기쁨과 함께 부담감과 걱정도 뒤따라왔다.


아직 내부 인수인계 및 출국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지만, 곧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2년, 길면 3년 간 호찌민에서 생활하게 될 것 같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기회인 만큼 출발 준비부터, 호찌민 일상의 소소한 기억들을 글로 연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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