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를 볼 때마다 자주 나오던 광고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올 때마다 짜증 나는 광고 중 하나였는데 어느 정체모를 외국인이 우주복을 입고 괴상한 표정을 짓던 광고였다.
이 외국인 말고도 삭발을 한 출연자가 우주선을 타고 배달하는 장면도 있는데 아무튼 보는 내내 고역이었다.
배달의민족이 디자인으로 업계에 한 획을 긋고 있을 때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가장 주도면밀하게 경쟁업체를 분석해도 모자랄 판에 아직도 이렇게 광고를 만들고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이쯤 되면 경영자들은 디자인 따위 하등 도움도 안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혹은 굳이 머리 아프게 노력 안 해도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름 글로벌 기업인지라 빵빵한 자본을 바탕으로 배달통을 인수해 점유율 51:49라는 수치를 만들었기 떄문이다.
김봉진 대표가 집필한 ' 배민다움'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그가 단순히 소비자들을 웃기기 위해 B급 컨셉을 고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내가 책을 읽으며 김봉진 대표에게 경외심을 가졌던 부분은 외적 요소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굳건하게 '배민다움'을 형성하려고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이렇게나 훌륭하게 경영에 성공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그가 집필한 책을 요기요 직원들은 얼마나 읽어봤을까? 내가 요기요 경영진이었다면 송파구 쪽으로 넙죽 절을 세 번은 했을 것이다. 이건 흡사 각종 TV출연 인기 맛집이 자신들의 비법 레시피를 공개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봉진 대표는 속으로 이런 생각할지도 모른다. '따라 할 테면 따라 해 봐'
브랜드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그저 트랜드에 따라 '웃긴 광고'를 제작하고 싶다면 차라리 개그맨들에게 광고 제작을 맡기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B급 게그 코드 컨셉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광고들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광고를 맡긴 요기요보다 300만 조회수라는 포트폴리오를 얻은 에이전시가 몇 배는 주가가 더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은 때로 매출 보증수표라도 되는 것 마냥 보이기도 한다. 이쯤 되면 왜 수많은 기업들이 아직까지 너도 나도 B급 광고 만들기에 혈안인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들에게 조언이 될만한 문구를 인용해본다.
내가 나에 대하여 스스로 고민하고 만든 것과 저 사람이 저렇게 하니 나도 해야 지는 본질적,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우리를 따라 하게 만들어야 된다
배달의민족 처럼 뛰어난 디자인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을 보면 경영에 있어서 디자인 영역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어디까지일까 개인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만약 김봉진 대표가 다른 업종의 보수적인 대기업에 들어간다면 지금 처럼 큰 파장을 일으킬수 있을까? 요기요는 배달의민족과 정반대로 보수적이고 전형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그들이 언제나 외치는 건 할인 할인 할인. 이쯤되면 책에 나와있는 '1등은 문화를 말하고 2등은 기능을 말한다'라는 문구가 딱 들어맞는 셈이다. 이정도까지 되면 상반되는 두 회사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해진다. 아직까지 '디자인경영'이라는 단어는 그 실체가 모호하고 생소한데 과연 배달의민족은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수 있을까? 디자이너 출신 경영인. 참으로 재미있지 않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