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quilegia, granny's bonnet columbine
아침에 브런치를 먹기 위해 집 밖을 나섰다.
뜬금없이 "고양이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며칠 전 내 눈에 띈 길냥이가 아른거렸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서라....... 내 몸 건사도 버겁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어느 빌라 담장 옆 작은 화단에 핀 근사한 모습의 꽃이 눈에 들어왔다.
오리발처럼 생긴 꽃들이 활짝 펴서 하늘하늘거리며 마치 "나 좀 봐 줄래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꽃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진흙밭에 오리들이 떼 지어 다니면서 발자국을 남겨놓은 모습 같다.
그런데 오리발이 아니라 '매발톱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으로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이다.
오리발보다 더 강력한 이름이다.
다섯 장의 꽃잎은 노르스름한 빛을 띠며 꽃 잎 밑동에는 자줏빛이 나는 꿀주머니가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명도와 채도가 낮은 파스텔톤이라고 해야 할까?
식물이름 중에는 동물의 이름을 붙여준 것들이 많은데 매발톱꽃도 그중의 하나였다.
꽃이름도 정말 잘도 지었다.
꽃 모양에 반해서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고산지대에 사는 여러해살이풀로 백두산의 가장 높은 곳에 무리 지어 피어난다고 한다.
잘 자라는 습성으로 습한 곳, 추운 곳 어디에나 키울 수 있는 친숙한 꽃이었다.
꽃의 아름답고 단아한 자태에 비해 식물 자체는 독성을 지녔다.
자세히 살펴보니 꽃뿔이 매의 발톱을 닮았다.
독특하게 '바람둥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자기 꽃가루보다 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더 좋아한다고 하여 붙여진 꽃말이다.
수정방식이 남다르니 비난받을만했다.
번식력이 좋아 한번 씨앗을 뿌려두면 씨앗이 떨어져 이듬해에 다시 나와 금방 포기를 이룬다.
이른 봄에 새잎이 나오고, 늦봄에 줄기 끝에 고개 숙인 꽃이 달린다.
꽃은 크고, 꽃 색은 보랏빛과 노란빛이 고르게 분포한 세련된 색상을 띤다.
자태와 고고함은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들꽃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참 잘 자란다.
사람은 애지중지 길러도 잘 키우기 어려운데......
들꽃처럼 날것 그대로 키워야 제대로 잘 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