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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y 08. 2024

무지개 여신 이리스

아이리스

 

 나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고 싶었다.

미쿡 경험이라고는 한 번도 없던 촌년이 서울에 상경하여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면서 여의도에 있는 영어학원을 주야장천 어머니 쌈짓돈을 탕진하면서 다녔다.

 학원 등 첫 시간에 만난 영어선생님 이름은 'Queeny'였다.

이름에 알맞은 여왕 같은 아우라, 서구적인 마스크, 큰 키, 글래머러스(glamorous)한 체형의 그녀는 하와이에서 10년간 거주하고 왔다고 했다.

촌년 눈에는 그녀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조차 멋있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무 살 후반에 미국에 건너간 사람이 한국어 발음을 유아기 때부터 살았던 사람처럼 어눌하게 했을까 싶었다.

'전략이었나?'

아무튼 원어민들과 네이티브스피커처럼 영어로 솰라 솰라 말하는 그녀의 입모양만 봐도 부러웠고, 영어강사라는 직함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첫 시간그녀는 수강생들에게 앞으로 수업시간에는 닉네임을 부르겠다고 하였다.

수강생들은 즉석에서 닉네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내 이름의 이니셜 I와 S로 만들어야 했다.

어떻게 지을까 절절 매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즉석에서 'IRIS'로 하자고 제안했다.

굿 아이디어였다.

그 후로 주욱 나의 닉네임'아이리스'였고, 현재도 아이리스는 나의 영어이름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외국인들에게도 내 이름, 아이리스는 잘 먹혔다.

아이리스꽃을 보면서 나를 기억한다


 나는 방송국 문화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영어로 밥벌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기회가 되어서 나의 유능한 영어선생님, Queeny방송국 문화센터소개하였고, 그녀와 함께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었다.

리치언니였던 그녀는 파파 할머니가 되었어도 여전히 예쁘고 멋지게 평생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


 

 아이리스는 붓꽃과 식물로 학명은 Iris sanguinea Donn ex Horn이다.

아이리스 5월에 피는 귀티 나는 아름다운 꽃이다.

한국에서 '붓꽃'으로 부르는 이유는 봉오리가 먹을 묻힌 붓처럼 길고 볼록하게 생긴 모양이어서 붙여졌다고 한다.

붓꽃!

한국어 꽃이름도 예쁘다.

영어의 '아이리스'는 그리스 신화의 무지개가 의인화된 여신 '이리스(iris)'에서 따왔다.

그리스의 여신 헤라는 충직한 부하직원이었던 이리스에게 소식을 전달하도록 .

신들의 전령을 전달하는 심부름꾼으로서 무지개처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했다.

무지개여신, 이리스는 마치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헤라여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와 아이리스(붓꽃)모습으로 바꾸게 다.

사람들은 아이리스를 '라여신이 이리스에게 내린 축복의 숨결이 땅으로 떨어져 핀 꽃'이라고 하였다.

아이리스의 꽃잎은 무지갯빛의 한 빛깔을 갖고 있었다.


 기원전 2000년의 이집트 벽화에서도 아이리스를 볼 수 있다.

특히 이집트의 Thutmose 3세는 승리의 표시로 아이리스를 사용했고, 직 아이리스를 재배하기도 했다고 한다.

파라오의 왕홀과 성전의 벽, 입상 에서 찾아볼 수 다.

또한 아이리스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꽃이며, 프랑스의 국화로 사용하고 있다.

아이리스는 들과 산기슭 등 한국의 어디에서나 자라나고, 일본, 중국, 몽고에 분포하며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난초 같은 잎에서 보라색, 푸른색, 노란색, 자주색 등의 꽃이 피어나 정원의 자수정 보석처럼 빛이 난다.

곧게 뻗은 잎과 부드럽고 짙은 색의 꽃잎은 고고하고 품위가 넘친다.

꽃말은 좋은 소식, 변덕스러움, 잘 전해 주세요, 사랑의 메시지 등이 다.



 요즘에 한강변, 아파트 정원, 서울숲 등을 다녀 보면 곳곳에서 작은 여신인 아이리스를 만날 수 있다.

산책하다가 한강변에서 찾아내서 찍은 위 사진의 꽃은 Iris hyrcana다.

이 꽃은 보랏빛과 파란빛이 공존하는 색깔이다.

아이리스의 뿌리는 베이비파우더와 비슷한 아기 향이 있어서 아로마세러피 향수, 특히 샤넬의 NO.19의 원료로도 사용하고 있다.

아이리스 꽃의 보라색은 '행운'을 의미하고, 노란색은 '믿는 사람의 행복' 상징한다.


 아이리스 하면 잊지 못할 유명한 서양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리게 된다.

고흐는 자연물 중에서도 특히 꽃을 많이 그렸다.

그의 동생, 태오가 그림그릴 돈을 대주었지만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서 자화상이나 꽃을 주로 그렸다고 한다.

그가 생을 마치기 전 그가 좋아했던 동료, 고갱과의 불화로 인해 자신의 한쪽 귀를 자르고 자해를 하면서 병이 악화되어 정신병원을 드나들게 된다.

동생 태오는 1889년 프랑스의 생 레미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킨다.

이때부터 그린 그림이 무려 130여 점이나 된다고 한다.

입원  첫 주에 병원 화단에서 자라고 있이리스꽃을 보면서 사후에 유명해진 '아이리스꽃' 그림을 그렸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던 고흐에게 어쩌면 아이리스꽃은 인간의 불안한 마음을 보호해 주는 형태와 의미가 있다고 해석한다.

고흐는 아이리스꽃 그림을 그리면서 위안을 받았것이다.

그림의 배경과 화병의 구도, 색채 등에서 그가 주로 그렸던 노란색 해바라기 정물화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푸른빛의 보라색, 주황색과 노란색의 보색대비가 그림을 더욱 선명하게 해 준다.

그 당시의 유럽화가들은 일본의 판화그림에 매료되어 있었기에 고흐도 마찬가지로 일본풍 판화그림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하는 그림이다.

화병의 오른쪽 아래로 늘어뜨린 아이리스 꽃줄기는 대칭을 피하기 위한 그의 섬세함의 표현이라고 본다.


빈센트반고흐 / 아이리스 / 1889


 점심을 먹고 아이리스가 피어있는 한강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나는 예쁘게 피어있는 아이리스꽃을 찍느라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자전거 도로에서는 날렵하게 생긴 전문가용 사이클자전거를 탄 동호회 회원들이 바람소리를 내면서 쌔앵 내 옆을 지나갔다.

갑자기 그중의 한 명이 자전거 도로를 이탈하여  나와 부딪칠 뻔했다.

악!!!!!

나는 놀라서 소리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다.......

긴 휴일에 빈둥거리다가 잠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꿈해몽을 찾아보았다.

'꿈속에서 오솔길에 아이리스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면, 우연히 뜻밖의 귀인을 만나게 되어 큰 도움을 받고, 참된 인연을 맺을 수 있다'라고 한다.


 귀인을 만나고 싶은 자여!

꿈속에서 아이리스꽃이 피어 있는 꽃길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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