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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May 15. 2024

마음의 어버이

 지난주부터 교실에서는 '스승의 은혜'가 울려 퍼졌다.

며칠 후 있을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스승의 은혜'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린이집 현관 양쪽에 놓인 상자텃밭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걸었다.

화초와 채소들이 키가 훌쩍 커져 잘 자라고 있었다.

물 만 주어도 쑥쑥 자라는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어린이집 아이들과 닮아있는지......


 

 새싹반 지유가 등에 뭔가를 목에 걸고 등원하였다.

지유는 꽃이 되어 리본을 목에 걸고 왔다.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물론 센스 넘치는 지유엄마의 아이디어겠지만 새싹반 선생님은 무척 고마울 것 같다.

원장실에 지유를 안고 들어와서 자랑을 하였다.



 오전 일과로 분주하게 보내는 중에 7세 반 아이들이 원장실에 우르르 들어왔다.

손에는 카드가 한 장씩 들려있었다.

그리고는 "원장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수줍게 카드를 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원장실 밖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직접 아이들이 색연필로 그린 감사카드에 연필을 꾹꾹 눌러서 써 내려간 고불 고불한 아이들의 글을 읽어보았다.

아직 한글을 정확히 깨치지 못했지만 지렁이처럼 그려진 글씨가 사랑스럽다.

감사하다고 표현한 문장들도 다양하였다.



'원장님. 우리들이 재미있게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나리반 차유나 올림-

'원장님, 우리를 즐겁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나리반 피서현 올림-

'원장님! 우리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개나리반 김지안 올림-

'원장님! 재미있는 놀잇감을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개나리반 권지안 올림-

'원장님, 우리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개나리반 이서인 올림-

'원장님, 놀잇감을 사 주셔서 우리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개나리반 황지후 올림-

'원장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개나리반 류승우. 승연 올림-

'원장님, 우리들이 재미있게 지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나리반 박재희 올림-


 그렇게 미소를 지으면서 카드를 읽고 있는데 주임선생님이 원장실로 들어오더니 잠깐 장미반 교실로 같이 가보자고 하였다.

전체 아이들이 장미반에 모여 앉아서 내가 교실로 들어가자 전날까지 목청껏 연습했던 '스승의 은혜'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준비한 작은 케이크에 촛불을 밝혔다.

연극대본의 큐시트에 있을 법한 내용이었지만 감동이었다.

많은 아이들 앞에서 장미반 대표 친구들이 커다랗게 만든 카드를 전달하였다.

아이들이 직접 그려 준 애정 어린 카드로 샤넬백을 선물 받은 것처럼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스승의 날은 부모님이 주는 촌지 문제로 부각되면서 어떤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을 아예 재량휴교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올해는 다행인지 공교로운 것인지 '부처님 오신 날'과 겹쳐서 공휴일이다.

엄마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모임방에서 "어린이집 교사에게 스승의 날에 어떤 선물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묻는 질문들이 있었다.

"교사에게 선물을 줘야 우리 아이에게 잘해주지 않을까요?"라고도 묻는다.

거기에 댓글을 다는 내용 중에 "교사들이 요즘은 선물을 안 받아요."

"교사에게는 줘도 되고, 원장님만 안 드리면 돼요."

"선물은 안 받으니까 간식 사가세요."

"선물은 안 받는다고 가정통신문에는 쓰여있는데 선물을 주니까 잘 만 받더라고요."등 등의 재미있는 댓글들도 다.


 스승의 날은 '교사의 노고에 대한 존경을 되새기고 혼탁한 사회를 정화한다는 뜻'에서 기념일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백성을 사랑했던 임금님의 속 마음과 의미를 되새기고, 존경을 담아 기억하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아이들의 카드 덕분에 나는 또다시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고 있는 어린이집계에서

마음의 어버이 

'원장선생님 하기 잘했다!' 생각이 속절없이   하나 더(+1) 추가되었다.

아 놔~~~~~





스승의 은혜

 작사 강소천 / 작곡 권길상   

1.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2.
태산같이 무거운 스승의 사랑
떠나면은 잊기 쉬운 스승의 은혜
어디 간들 언제인들 잊사오리까
마음을 길러주신 스승의 은혜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3.
바다보다 더 깊은 스승의 사랑
갚을 길은 오직 하나 살아생전에
가르치신 그 교훈 마음에 새겨  

나라 위해 겨레 위해 일하오리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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