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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Jun 26. 2024

매일 숲에 가는 아이들

오늘은 감북동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수업 탐방을 갔다.

아이들이 숲에서 잘 논다고 소문이 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등원하는 중이었고, 교직원들은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앞에 있는 도로는 4차선으로 넓히는 확장공사를 하느라고 파헤쳐 놓았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먼지가 일고, 도로에 그어진 안전선도 없어서 위험해 보였다.

부모님들은 자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파헤쳐진 도로를 건너 등원시켜 주고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등원하는 것을 보면 이곳 어린이집에서는 분명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같다.

현재는 공사 중으로 어수선하지만 2개월 정도만 지나면 어린이집 앞이 4차선 도로로 확장되어 시원하게 길이 뚫려 오히려 어린이집이 환하게 잘 보이고 안정적으로 바뀔 것 같다.

등원한 아이들은 오전 간식을 먹고, 본인의 물병을 옆으로 메고서 숲에 갈 때 입는 작업복 같은 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서 밖으로 나왔다.

숲으로 출발하기 전에 선생님은 천연 모기 기피제를 뿌려주었다.

아이들 손에는 1리터의 물을 담아놓은 우유병이 들려있었다.

그건 어디에 쓸 것이냐고 물었더니 식목일에 산에 심어놓은 나무에 물을 주려고 가지고 간다고 하였다.

나는 오늘 '일일 숲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경력 있는 숲선생님을 따라서 아이들의 숲놀이터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미리 숲선생님과 원장선생님께 양해를 구했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숲으로 가는 진입로는 공장으로 들어가는 물류차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이었다.

숲을 지나면 물류회사들이 여러 곳 있는데 이곳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물류자동차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나에게는 위험해 보였는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동차는 아이들을 보면서 배려하면서 천천히 지나갔고, 아이들은 벽을 따라 기대어 손을 벽에 얹고서 안전하게 걸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숲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아이들이 심어놓은 꽃들이 활짝 피어 아이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백일홍, 메리골드, 봉숭아, 금잔디 등

한 아이가 버들강아지 한 개비를 뽑자 너도 나도 버들강아지를 뽑는다.

한 개씩 뽑아 들고 친구 볼에 가져다 대기도 하면서 재미있다고 하였다.

산길을 따라 걸으면서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곤충에 관심을 갖는다.

서너 명이 다가가서 큰광대노린재 가족을 찾아냈다.

큰광대노린재가 아주 많이 살고 있는 나무였다.

나는 처음 보는 곤충이었는데 아이들은 곤충의 이름도 잘 알고 있었다.

곤충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을 지닌 것 같다.

닥에 지렁이가 있다고 삼삼오오 지렁이를 관찰하면서 가던 길을 멈추었다.

버베나꽃이 피어있는 언덕에 다다르자 몇몇은 언덕을 올라갔다가 다시 몸을 굴려서 내려오기를 반복하였다.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놀이였고, 숲은 아주 친근한 놀이터였다.

동네 종갓집의 선산을 잠시 빌려서 아이들의 숲놀이터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종갓집 어르신의 무덤이 보였다.

이 무덤 또한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다.

한 아이가 숨바꼭질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라고 숲선생님이 외치자 뿔뿔이 흩어지면서 상체만 숨기는 모습을 보였다.

측백나무 밑으로 옹기종기 들어가 앉기도 하고, 무덤 뒤로 가서 숨기도 하였다.

무덤가에 세워진 비석 뒤로 가서 숨는 아이도 있고, 돌멩이 뒤로 가서 앉아있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꼭꼭 숨었지만 내 눈에는 한눈에 다 들어오는 곳에 숨어있었다.

숲선생님은 안 보이는 척 아이들을 찾으러 다니셨다.

한참을 그렇게 숨바꼭질 놀이로 즐거웠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산딸기 무리가 열려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아이들의 손길이 닿기에는 구서진 곳에 자라고 있어서 선생님께서 산딸기를 따줘야 했다.

산딸기에는 가시가 있었다.

나도 한 개 따서 맛을 보니 단맛에 길들여져서 인지 심심하니 무슨 맛인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옆에 계신 선생님은 한주먹을 따오더니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어서 맛을 보면 단맛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한입에 털어놓어보니 입안 가득 산딸기액이 퍼지면서 정말 맛이 있었다.

자연의 맛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산딸기를 배불리 따서 먹고, 다시 산길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함께 걸어가는데 아이들은 내가 초행인 것을 알고 저쪽으로 올라가면 밧줄놀이터가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곳은 밧줄이 메어져 있어서 밧줄 타기를 할 수 있었다.

삽을 가지고 흙을 파면서 노는 아이, 낙엽 위를 뒹구는 아이, 개미를 만지고 노는 아이, 달팽이를 관찰하면서 나뭇잎에서 달팽이가 떨어질까 봐 나뭇잎을 받쳐주고 있는 아이. 밧줄을 타며 균형감각을 즐기는 아이,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 아이 등 다양한 놀이에 푹 빠져있었다.

그물망 위로 걷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게 놀이를 구성하면서 놀고 있었다.

아이들을 구경하는 나도 덩달아 재미있었다

두 시간이 어느 사이 훅 지나갔다.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면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그만 놀고 어린이집으로 돌아가자고 신호를 보냈는데도 듣지 못했다.

한참을 그렇게 신나게 놀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하나도 놀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신나게 놀아서 귀가 후에 바로 곯아떨어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가지고 온 물병을 챙기고, 벗어 놓은 모자를 찾아 쓰고서 오던 길과는 다른 길로 산둘레를 돌아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 앞에서 에어건으로 옷과 신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얼굴과 다리는 모기에 물려서 부어오르고, 귀를 물려서 빨개진 아이도 있었지만 마냥 행복한 표정들이다.

나는 에어건으로 아이들의 옷과 신발을 털어주었다.

그중의 한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오늘 숲선생님은 예쁘다."라고 하였다.

나는 순간 너무 좋아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예쁘다고 해 준 아이에게 에어건 바람을 덤으로 쏘아주었다.


 환경적으로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게 매일 숲에 가서 관리해 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아이들에게는 최적의 놀이장소가 되었다.

아이들이 뛰어놀 있는 숲이라는 공간이 있는 어린이집을 매일 등원하는 아이들은 행복할 것 같다.

숲을 하루종일 같이 다니면서 나도 저 아이들처럼 일곱 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곳처럼 숲 놀이터가 있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


 AI 시대에 끊임없이 경쟁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숲에서 놀이를 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는 혜택을 받은 아이들은 운이 좋은 것이다.

놀이는 아이들의  밥이며, 생존이고 삶이며 본능이라고 한다.

바깥에서 마음껏 뛰어놀아 본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단련이 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계형성이 잘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아이들로 단단하게 잘 성장할 것이다.

오늘의 숲은 아이들에게는 관찰의 숲이었고, 놀이의 숲이며, 쉼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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