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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Jul 03. 2024

비 오는 날의 수채화


 S 어린이집 유아들이 '유명산 숲체험원'으로 체험학습을 간다고 해서 따라가 보기로 하였다.

아침에 멀쩡했던 날씨가 S 어린이집에 도착을 하고 보니 비가 내렸다.

'오늘 유명산 숲체험원으로 체험학습을 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데 마침 어린이집 앞에서 아이들 등원맞이를 하고 있던 선생님께서 학부모님께 '유명산 숲체험원에서 비가 온다고 오늘 체험학습을 취소하였다'라고 전달하고 있었다.

유명산 숲체험원에 가는 것은 취소가 되었지만, 선생님들은 뒷산으로 숲놀이를 하러 나가기 위해 창고에서 아이들의 장화와 우비를 꺼내 놓았다.

어린이집에 장화와 우비가 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 어린이집 아이들은 비가 와도 숲에 갈 수 있었다.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우산도 없이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고서 첨벙거리면서 숲으로 향했다.

우산도 없이 비옷만 입고 숲에 가는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제법 쌀쌀해진 날씨인데도 아이들은 그저 오늘은 숲에 가는 날이었다.



 지난주에 아이들은 숲에서 언덕 위로 올라가서 몸을 눕혀서 뒹굴면서 아래쪽으로 내려오기도 하고, 무덤 가에서 숨바꼭질도 하면서 즐겁게 지냈는데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어떤 놀이들을 할지 궁금했다.

좁은 신작로를 걸어가면서 안전한 장화를 신은 덕분인지 계속 발길질로 첨벙거리면서 빗길을 걸으면서 숲 속으로 들어갔다.

숲은 비가 오는 날에는 지렁이나 달팽이를 만나기가 더 쉬운 조건이 되었다.

지렁이와 달팽이들은 비를 피해서 자기 집을 찾느라 분주해 보였다.

"선생님, 사슴벌레 잡았어요."

사슴벌레를 잡았다고 하면서 한 아이가 곤충박스에 담아가지고 왔다.

난 보기만 해도 흉측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들은 사슴벌레가 그저 신기하다고 했다.

이마트에서 캐시로 사야만 하는 줄 알았던 사슴벌레를 아이들은 숲에서 무료로 구해 왔다.


 

 사슴벌레는 딱정벌레의 총칭으로 몸에서 전체적으로 광택이 나고 단단한 검은색 외관을 지녔다.

단단한 등껍질로 인해서 절지류 중에서 힘이 세서 가장 으뜸이다.

사슴벌레의 상징으로는 수컷의 큰 턱을 들 수 있다.

'턱'이라고 부르지만 사람처럼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 발달된 것이 아니라 다른 성충들과 싸울 때 무기로서의 효용 가치를 지닌다.

사슴벌레의 전투방식으로는 턱으로 상대를 잡아서 조여주고, 비틀어서 내팽개치는 방법을 사용한다.

턱의 힘이 좋아서 물리게 되면 통증이 있다.

발달된 턱으로 인해서 성충이 되면 장수풍뎅이를 제외하고는 사슴벌레와 대적할 곤충이 없다는 것이다.

 암컷의 턱은 수컷에 비하면 아주 짧고 작은 턱을 지녔다.

짧고, 두껍고, 예리하여 물리게 되면 수컷이 무는 것보다 훨씬 강도가 세며, 피를 보게 된다.

한 번 물리면 턱이 작아서 떼어내기도 힘들다고 한다.

암컷의 턱이 작고 예리한 이유는 사슴벌레의 산란 습성과 관련이 있다.

죽은 나무껍질을 파내고, 그 속에 알을 낳기 때문에 암컷의 턱은 나무를 파내기 위해 발달되어야만 했다.

암컷은 산란 후에 지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다른 곤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그러나 먹잇감이 없으면 수컷을 잡아먹기도 하고,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도 잡아먹어버린다.


 

 사슴벌레는 딱지날개 속에 얇은 뒷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덩치가 탓에 방향전환이 서툴고, 속도가 느리므로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사슴벌레를 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다른 곤충들처럼 불빛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고, 바나나가 숙성된 냄새를 잘 맡기 때문에 가로등에 바나나 껍질을 문질러 놓으면 그 냄새를 찾아서 가로등 불빛에 모여든다고 한다.

그때 사슴벌레를 유인하여 잡을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사슴벌레 종류는 16종이 있다고 한다.

사슴벌레는 어린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애완용으로 가정에서나 어린이집에서 많이 기르고 있다.

실내에서 젤리를 먹이로 주면서 키울 수 있는데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의 순서로 자라난다.

죽은 나뭇껍질 속이나 부엽토 속에다 알을 낳는 이유는 번데기에서 깨어나면 썩은 나무나 흙속에 있는 유기물을 먹이로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결국 사슴벌레는 생태계 순환에 기여하는 곤충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 사슴벌레를 키우면서 가장 큰 장점이라면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도 알게 하고, 먹이를 주면서 책임감도 갖게 하고, 직접 관찰하면서 곤충의 성장과정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아이들은 사슴벌레가 들어있는 곤충박스를 아주 소중한 비밀상자를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들고 내려왔다.



  비 오는 날에 아이들이 숲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여 따라다녀 보았더니 마치 '비 오는 날 수채화' 한편을 감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유아의 직접적인 경험은 자연과 인간과의 유대감을 갖게 하고, 신체와 정서 발달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산업의 발달의 최대의 피해자를 바로 '영유아기의 아이들'이라고 한다.

현대의 양육 방법 및 교육 여건들이 아이들에게 비만이나 알레르기,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유발하면서 불안 및 분노, 스트레스와 같은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시켰다.

지금의 어른들은 어린 시절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텃밭과 들과 산과 논 그리고 나무밖에 없는 동네가 생태공원 자체였던 곳에서 자랐다.

지금보다 훨씬 불편한 환경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놀이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자유로운 교육여건에서 살아왔기에 행복했던 유년기를 추억할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본성을 되찾아주어야 한다고 생태학자들은 주장한다.

탐색하고, 발견하고, 채집하고, 수렵하면서 직접 경험으로 하루 일과는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한다.

곤충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자연과 소통할 줄 아는 아이들은 생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아이들은 '늦게 피어나도 아름다운 한 송이의 장미꽃'이 되어야 한다.

비 오는 날에 비에 젖어보고, 비를 만지면서 흙탕물 가득한 웅덩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첨벙거리면서 실컷 비를 즐기는 활동으로 아이들은 즐겁다.

혀를 내밀면서 하늘을 향해서 내리는 빗물의 맛을 본다.

흠뻑 젖어 덜덜 떨면서 비를 맞으면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알게 되고, 자연 속에서 있는 그대로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비를 맞은 숲은 어제보다 더 산뜻하게 맑았고, 큰 광대노린재들이 사는 나뭇가지에 주황컬러의 노린재들이 어느새 이사 와서 기존 노린재들을 밀어내고서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절지류 곤충들은 목욕재계로 반들반들 더욱 투명하게 빛이 났다.

오동통한 지렁이들은 숲 속 고양이의 장난감이 되었다.

빗물을 머금은 잘 익은 블랙베리는 더욱 싱싱하게 도드라져 숲 속에서 그들의 멋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한 개 따서 맛을 보니 농익은 맛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비 오는 날 수채화 한편을 감상하면서 나는 오늘도 '어린이집 원장선생님'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은 이렇게 소소하게 달달하고 행복하고 맛있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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