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현정그레이스 May 21. 2024

미술집단 상담을 시작했다.

만학도들과 함께한 집단상담

미술 집단 상담을 시작했다.

나는 집단 리더도 100시간 넘게 했고, 집단원도 300시간 넘게 했다. 나는 집단 경험이 무척 많은 편이다. 이런 내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 집단을 개최하게 되었다. 2시간씩 6회. 인원은 5명~7명으로 월요일과 금요일 두 개의 집단이 돌아간다.

어제 드디어 대망의 첫 미술 집단이 시작되었다. 5명의 귀여운 할머니들이 모여서 잡지와 가위 풀로 콜라주 작업을 했다. 주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소개하는 나’이다.  그림을 그리기보다 잡지로 콜라주를 하면 쉽게 표현할 수 있어서 콜라주를 한다. 또 내가 나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나를 소개하면 자신과 연관된 관계를 알 수 있고, 나를 타인의 입장에서 볼수 있어 객관화도 된다.

자발적으로 집단 상담을 신청하셨으니 이 할머니들은 비교적 적극적인 분들이시다. 다들 오리고 그리고 쓰면서 콜라주 작업을 하셨다. 손자가 되어 자신을 소개하신 분도 있고, 딸이 되어, 엄마가 되어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을 사랑받는 할머니로, 엄마로, 딸로 소개하셨다. 인상적인 것은 그렇게 본인이 할머니가 되었는데도 다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신다는 거다.

이분들은 모두 학우들로 수업을 같이 들으시지만, 또 이렇게 집단 상담이 열리니 속 얘기들이 튀어나왔다. 소위 판이 깔린 셈이다. 자신의 얘기, 남편의 얘기, 며느리 흉보기등 자신에 대한 여러 얘기가 나왔고, 건강과 엄마 얘기를 할 때는 눈물을 훔치시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도 하고, 동료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 작업도 하고 지지와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사실 젊은 사람과 함께 하는 집단보다 만학도와 함께하는 집단이라 표현력은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이분들에게 집단상담이란 처음이고 신선한 경험이다. 그래도 늦은 나이에도 전문대학이나마 다니기 때문에 이런 경험도 하실수 있는 거다. 그동안 배운 것들을 최대한 녹여서 집단을 운영하였다. 할머니들의 별칭은 하늘, 코스모스, 작약, 민들레, 나비로 예쁜 꽃과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학생으로 돌아가서 배움에 대한 열정이 뿜뿜한 할머니들을 보고 있노라니 흐뭇해졌다. 2시간 꽉 채운 집단을 마치며, 앞으로 2회기에는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해당하는 생명나무 작업을 할텐데, 얘기가 더 깊어지리라 기대해본다. 첫 회기라서 자기 소개를 하고 라포를 형성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앞으로 남은 5회기 동안 그분들의 인생만큼 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1회기 미술집단을 종료했다.

작가의 이전글 다들 기피하는 '우울함', 그래도 저는 예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