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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13. 2024

<조선일보>가 윤 대통령 부부를 버린다고?

보수 진영에 차기 주자가 안 보인다.

총선 후유증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조선일보>가 먼저 윤 대통령과 김여사 부부의 무한 책임을 들고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누구인가? 결코 수구 진영의 분열을 획책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런 논조를 펼친다면 당연히 꿍꿍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연 무슨 숨은 계략이 있을 것 아닌가?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이 윤 대통령과 김여사의 오만과 무능만이면 좋겠다. 그런 논리라면 두 사람이 물러나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마땅한 대안이 안 보이는 상황에 윤 대통령 부부를 먼저 몰아내고 나면 그 빈 공백을 채우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여권에도 비록 패장이지만 한동훈이 있고 나경원같이 당대표를 역임한 자들과 백전노장의 윤핵관, 그리고 경상도의 맹주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리고 아쉬운 대로 오세훈도 있다. 그들 가운데 하나를 밀면 제2의 윤석열을 만들 자신이 <조선일보>에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 참패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윤·김 커플을 먼저 몰아내면 혼란이 조성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렇게 치고 나오는 이유가 뭘까?     


당연히 정국의 주도권을 야권에 넘겨주기 싫다는 말이다. 같은 편이 적에게 쫓겨나는 꼴을 볼 수 없으니 과거 박근혜를 몰아낼 때 <조선일보>와 김무성이 시작한 모양대로 이번에도 자기가 시작해 볼 심산인 것이다. 그래야 탄핵이든 하야든 사달이 벌어져도 주도권을 여권이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닌가?      


사실 한동훈부터 시작해서 오세훈까지 함량 미달들뿐이니 <조선일보>의 입장에서도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함량을 따지면 문제가 가장 많았던 윤석열도 대통령으로 만든 <조선일보>는 자신이 있는 것이다. 누구든 밀기만 하면 당선 가능하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온 <조선일보>이니 말이다. 비록 0.73%p이지만 이기면 그만인 정치판에서 표 차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동훈이라도 이제 밀면 제2의 윤석열로 만들 수 있는 법 아니겠나?     


그러나 천하의 <조선일보>라도 살아 있는 권력을 내치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더구나 상대가 다름 아닌 예측 불허의 김여사 아닌가?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로 불리는 비리 의혹 리스트가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후보 리스트만큼이나 긴 것은 차치하고라고 김여사의 고집을 천하의 <조선일보>도 쉽게 꺾을 수는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에게 지난 1년 동안 ‘김건희 버리기’를 그토록 주문했지만, 끄떡없이 버텼다. 그리고 그 와중에 디올 백도 당당히 받아낸 김여사 아닌가? 그런 사달이 나도 윤 대통령은 김여사 지키기에 나서며 총선에서 공천권마저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정도로 김여사는 난공불락의 요새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김여사를 아무리 천하의 <조선일보>라도 ‘글로 죽이기’를 시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김여사를 아무리 직격해도 꿈쩍도 안 할 것이 분명해진 현실에서 윤 대통령만 붙들고 늘어진다고 해서 뾰족한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이러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곧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럴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이제 조선일보를 따라서 나머지 수구 언론들이 같은 논조를 펼칠 것이다. 그러나 김여사를 직접 치는 일은 아무도 못 할 것이다. 김여사는 최순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탄핵으로 몰고 갈 빌미를 제공한 최순실은 권력 놀음에 취해서 비서진은 물론 장관들의 인사에도 적극 개입하고 국고를 낭비한 죄를 지은 것이 재판을 통해 밝혀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기 딸을 위해 재벌들의 돈을 전용하는 파렴치한 짓도 저질렀다.


그러나 김여사는 무엇보다 자식이 없다. 한국 정치판에서 자식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가 된다. 조국 대표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정치인의 자식은 문자 그대로 걸면 다 걸리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걸린 자식은 관련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된다. 그러나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는 딸린 자식이 없다. 그러니 아무리 캐보아도 조국 대표처럼 걸고넘어질 건더기가 없는 것이다. 물론 김여사 자신의 쥴리 의혹, 학력 경력 조작 의혹,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양평 땅 의혹 그리고 화룡점정이 된 디올 백 수수 의혹은 분명히 윤리·도덕만이 아니라 법으로도 얼마든지 따져 볼 수 있는 ‘비리 의혹’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수준이 최순실의 국정농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그저 개인의 물욕과 허영심에서 벌어진 일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안에서 ‘배신자’가 나와서 탄핵 정국이 수립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아내인 김여사의 비리로 남편인 윤 대통령을 걸고넘어지기에는 걸림돌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도 이런 모험을 감행할 용자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선 이후 최강자로 부상한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탄핵 정국을 자초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저 3년 동안 윤석열 정권이 처절하게 두들겨 맞으면서 자멸하는 것을 바라만 보아도 차기 대권은 거의 확실히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이 이미 나왔는데 굳이 결과가 불확실한 도박을 뭣 하려 하겠는가? 꽃놀이 패가 되어버린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몰락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즐거움을 마다할 이재명 대표가 아니다. 더구나 보수 진영에는 이재명 대표에 맞먹을 차기 주자가 전혀 안 보이는 현재 상황에서 말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누구보다 <조선일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조선일보>가 글을 통해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호통을 치는 모양의 속내가 너무나 뻔히 보인다. 차기 주자로 써야 했을 한동훈 카드를 총선에 내보내 이렇게 망가뜨린 윤 대통령의 술수가 놀랍게 보이지만 이 또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권력은 절대로 측근과 나누는 법이 없다. 아니 측근일수록 권력은 나누지 못한다. 정적은 늘 최측근에서 나오는 법이고 더 나아가 바로 그 최측근이 권력자를 무너뜨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동훈은 총선 마당에 등장할 때 이미 몰락이 예견된 것이었다. 물론 기적적으로 총선을 잘 이끌었다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목격한 대로 한동훈은 그릇이 아니다. 그의 사주가 말해주는 그 수준에 떡 맞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내려갔다. 물론 그는 정치판에 다시 나올 것이다. 그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 자존심과 더불어 정치라는 마약보다 강한 X 맛을 보았으니 이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차기 깜이 아니다. 그러니 윤 대통령도 안심하고 버리는 카드로 활용했던 것이다. 그의 최측근이었으니 누구보다 속내를 잘 알았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여권에서 차기로 밀만한 인물이 누구일까? 현재로서는 없다. 그래서 차라리 김여사를 밀면 어떻겠냐는 말까지 떠돌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경상도와 강남의 콘크리트 지지로 36%대의 지지율은 변함이 없으니, 그것을 믿고 나설 자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과연 그가 누구일까? 그것이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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