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상담, 좀 미루다가 한 달 반 만에 찾아왔다. 정기상담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큰 것 같다. 기분도 좋고 말이다. 이제 이렇게 마음도 정돈 되었으니, 일과 공부를 제대로 잘 해야겠다. 이 에너지를 그렇게 쓰는 것이 좋고 중요할 것 같다.
오늘 아침에 꾼 꿈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먹고 갔는데 지난 한 달 간의 근황을 이야기하다 보니 아빠 엄마 이야기를 해버리게 됐다. 꼭 한 달 전 7월 6일 할머니 기일 날 있었던 그 고민들과 장면들과 감정들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자세히 말하기에는 힘이 또 쓰일 것 같아서. 아빠와 아주 앙금이 상해서 가출했다는 이야기 정도만 적어놓으련다. 우리집 고양이 세나가 시골로 귀양갔던 이야기부터, 광안에 죽어있던 고등어색 고양이와 아빠까지.
아빠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서 화가 많이 났고 내 자주달개비꽃을 잡초인 것처럼 멋대로 뽑아버린 데레서 용서할 수가 없었다. 고작 싹 난 풀 몇 개 뽑았다고 그 난리를 부리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켜켜이 쌓여있는 맥락들이 다 있었다.
어쩐지 요즘에도 아빠에게서 전화가 오면 그 섬세하지 못한 말투 하나하나가 죄다 거슬리고 짜증나더니만. 주된 감정은 짜증이었다. 담님이 어떤 장면이 떠오르냐고 물으시기에 성게 같다고 했다. 내가 아빠 앞에서는 성게 같이 날이 서게 된다고 그랬다. 나는 내가 거친 말을 내뱉는 고슴도치 같은 날 선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데 성게라고 말하고 보니 나름 귀여워서 기분은 좀 풀렸다.
이야기하다가 새로운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나는 아빠와 갈등하면 두고봐 잘 살 거야 하는 복수심 같은 감정이 일고, 엄마와 갈등하면 아 살기싫다 다 모르겠다 싶은 감정이 든다. 두 갈등이 미치는 감정의 영향이 사뭇 결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물론 모든 갈등이 삶의 잘 살고자 하는 결과 쉽게 맞춰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가족이야 어려운 게 당연한 거고,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하겠다 싶다. 거리를 좁히는 것도 중요하겠다 싶고. 같이 살까 따로 살까 괜스레 고민을 다시 잇게 된다.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인데아직 말을 꺼낼 준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너무 소중한 사람을 사고로 잃는 꿈을 아침에 꿔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비명을 지를 정도로 힘든 악몽이었다. 너무 생생했고.
그래서 내게 내재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그냥 머루나무만 잘 키우기로 했다. 마지막 소감은 울음과 웃음이 공존하면서 마음 작업을 하는 게 좋도 중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깨어나는 듯한 기분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