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상담을 들어가기 전에. 오늘 무슨 말을 할 지 모르겠다. 너무 좋은 것 하나는, 요새 마음에 근심이 없구나 하는 것이다.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잔뜩이고 하고 왔다. 그 마음을 잘 살려나가고 싶다.어쩌면 그런 점에서 나의 마음에 더이상의 한은 없다. 지난 일년간 애도의 전 과정을 본 듯한 느낌이다.
(상담에서 나오고) 이제 상담을 마칠 때가 온 것 같다. 나도 알고 상담사님도 알았다. 일년이 조금 넘게 이어져온 이 상담의 행로가 이렇게 다다른다. 항상 처음에 여쭈시는 물음, 지금 마음은 어떠신가요? 에 나는 조금 생각을 하고서는 더할나위 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담님은 답으로 아 그건 제 표현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마는 그런 느낌인가요? 하고 물었다. 그런 것 같았다.
처음에 잔뜩 날이 서도 한이 서렸던 마음들이 시간을 거쳐 무뎌지고 순해지는 것이 신기하다. 이 시간의 흐름이 원망스러웠던 것도 적지 않으나, 감사하기도 하다.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뭔가 한이 드글거리는 그때의 마음으로는 평생을 살 수는 없을테니까. 내 몸과 마음의 변화가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이 상담의 과정을 잘 기록해서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두고두고 잘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해보고 싶다.
현기 스님이 삶이 참 순례 같다고, 이제야 그걸 알게 되었다고 하신 말이 참 좋았다. 이 가르침에 촉촉히 젖어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