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연말이 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시국이 시국이라 모두들 정신도 경황도 차리지 못하고 지나보냈겠지만, 그래도 연말이 오고 있다. 이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나올 때가 정말 귀한 때지 싶다. 평범하게는 상상할 수 없는 어느 지평이, 이 말들과 함께 나오게 되니까. 나는 그 스페셜한 순간들을 만나고 상상하고 싶다.
방금 지도교수님과 은사님을 만나고 왔다. 나는 너무 부족함이 많은데, 그럼에도 뭔가 이것저것 알뜰살뜰 챙겨주고 돌봐주셨다. 나는 참 감사함을 많이 주워받으면서 살고 있구나, 싶다. 괜스레 그런 감사함이 아니었다면 어찌 살아있었을까 싶고. 무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는 은혜들에 내가 오롯이 기대어 있다. 감사함을 복원하는 시기가 삶에서 가장 귀하고 중요한 순간이지 싶다. 나는 그런 까닭에 연말이 좋다.
돌아보면 정신 못차리고 살았던 한 해였다. 제대로 돌아보기가 사뭇 무서워질 정도로. 하지만 돌아볼 때 귀함이 많았으리라. 행복하자.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