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엔젤스윙 Nov 23. 2017

중국 동포의 오랜 터전 :
가리봉동 쪽방촌

슬럼매핑 테스트베드


구로구 가리봉동은 경기 안산 원곡동, 영등포구 대림동, 금천구 가산동과 독산동 등과 함께 조선족 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60년대에는 구로공단 수출무역단지에 일자리를 찾으러 온 한국 청년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지만, 90년대 들어 공단 생산시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면서 한국 노동자들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92년에 한, 중수교가 이루어지면서 그 자리에 중국 동포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가리봉동 인구추이. 출처/박려정(2017), 중국동포 밀집지역 가리봉동의 도시재생에 관한 연구

보시다시피 가리봉동에 외국인이 급격하게 늘어난 시기는 2003년 정도이다. 2003년에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합법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하지만 5년 이상 체류자는 출국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법무부에서 단속을 강화했고, 가리봉동 조선족 동포들이 단속을 피해 각 지방으로 흩어지기도 했다).



가리봉동 벌집촌. 사진/중앙일보

이렇듯 공단 노동자들과 조선족 동포들이 가리봉동에 모여 살면서 무허가 불법 개조 주택 밀집촌이라고 할 수 있는 쪽방촌이 형성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에서 주민들이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다른 여느 쪽방촌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 동포들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여 거리가 더럽고, 대낮에도 순찰대가 돌아다닐 정도로 사건사고가 잦은 동네라고 한다. 중국 동포들이 조직폭력단을 만들어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재개발 논의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한때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하여 결국 진행자인 LH공사가 사업을 포기했다. 오히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동안 개발이 제한되어 디지털단지로 탈바꿈한 주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낙후되는 결과를 낳았다.



가리봉 파출소의 캠페인. 사진/조선일보

그러나 최근 이 지역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관할서의 적극적인 캠페인, 교육활동으로 주민들이 직접 청소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로경찰서는 서장님의 주도로 중국 동포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을 알려주는 한편, 고대구로병원의 협조를 바탕으로 이들에게 월 1회 무료 건강진단을 지원했고 구로약사회의 도움으로 구급함을 배포했다. 집집마다 간이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를 설치하여 형편이 어려운 중국 동포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리봉파출소에서는 CCTV 26대를 새로 설치하고 여성 주민들을 모아 위급 상황 대처 요령을 가르치는 한편, 모든 직원들이 직접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대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하는 ‘문안 순찰’을 하고 있다. 그랬더니 가리봉동 중국 동포들도 자발적으로 ‘동포 자율방범대’를 만들어 경찰을 돕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의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건물을 허물고 아파트를 새로 짓는 재개발이 아니라 도심과 주거기능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두는 도시 재생 쪽으로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 이곳에 국비 등 약 470억 원을 투입해 가족통합지원센터와 같은 주민 공동시설을 들이고 가리봉 체험루트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런 점에서 가리봉동은 앞으로 관할서, 정부와 주민의 협력을 바탕으로 더욱 살기 좋은 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들이 스스로 단체를 만들고 지역 문제 개선에 관심을 많이 갖는 만큼, 엔젤스윙이 드론 서비스를 활용하여 그들을 돕고 함께,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by Soo




매거진의 이전글 재도약을 준비하는 '시민참여형 쪽방촌 매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