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6주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모였다. 정확히 6주는 아닐 수도 있는데 왜 6주냐면, 우리는 요즘사(요즘 것들의 사생활)에서 운영하는 파인더스 클럽에서 만났다. 온라인 모임 안에서 또 소모임을 만들 수 있었는데 거기서 책모임을 만들었다. 대학생 때부터 책 모임을 운영해 봤던 나는 책을 정해주는 것도, 계획을 짜주는 것도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허들을 낮춰 "1장이라도 읽어도 좋으니 각자의 능력에 맞는 책 읽기를 하자"라고 모임 취지를 밝혔다. 그렇게 6명이 모였고, 1명이 하차하며 꿀다, 오밍, 로렌, 지씽, 봉봉 이렇게 5명의 정예 멤버가 모이게 되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소모임 기간이 6주였고, 마지막 주차에 우리는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이 온라인 독서모임을 지속하기로 했다.
코스메틱 브랜드 PR, 10년 차 직장인 오밍
그렇게 시간이 지나,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에서 오밍님이 다 같이 정한 책을 선물로 가져왔다. 원래는 각자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읽고 서로 읽은 내용에 대해서 나누는 게 진행해 오던 방식이었지만, 오밍님이 책을 한 턱 쏘게 되면서 우리는 처음으로 같은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가 고른 책은 최혜진 작가의 에디토리얼 씽킹(Editorial Thinking)이었다. 나는 누군지 몰랐지만, 트렌디한 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로렌님이 최혜진 작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나도 책을 펴보고 나서야 저자가 어릴 때 즐겨봤던 <볼드저널>의 편집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에디토리얼 씽킹은 12 꼭지로 나뉘어 있다. 작가가 말하는 편집이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식 그 자체이다. 우리는 각자의 시선에 따라 어떤 부분은 주목하고, 어떤 부분은 무시한다. 이런 인지 활동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생각 훈련 방식을 작가만의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밍/코스메틱 브랜드 PR: 최근에 회사에서 모든 걸 데이터화하고, 평가도 데이터 기반으로 하는 게 은근 스트레스받고 신경 쓰이는 일이었는데 작가가 말하는 에디팅 덕분에 데이터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정리를 하느냐, 편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어서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거리에서 조금 해방될 수 있었어요.
챗 GPT가 절대 대체하지 못할 영역은 뭘까? 답은 금세 나왔다. 챗 GPT는 어떤 사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입장을 갖지 못한다. 입장이 없기 때문에 주장하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생성형 AI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만 가지 단어와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 무엇이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지, 무엇이 신선하고 매력적인지 의미 부여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는 일은 언제나 인간이 할 것이다. 에디토리얼 씽킹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38p)
로렌/코스메틱 브랜드 리테일 컨설턴트: 저는 뒷 내용이 좋았어요. 아니, 목차 컨셉부터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책 한 권을 풀어내는 과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책을 읽고, 나의 주관과 관점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선택을 할 수 있고, 에디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테니까.. 평소에 생각을 되짚어보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지씽/영상기획자: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소스는 AI가 다 만들어 줄 수 있고, 결국 그걸 활용하느냐, "어떻게 재배치해서 고객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봉봉/개인 사업 후 갭이어 휴식 중: 사례가 풍부해서 좋았어요. 64p에 연상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나오는데, 어디에나 다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움이 되었어요.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란 생각을 했어요.
오밍: 맞아요, 다 읽고 로렌님이 말한 것처럼 이 책을 가지고 워크샵을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 읽기를 놓지 않기 위해 서로의 핑곗거리가 되어주는 건전하고도 생산적인 독서모임. 매주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기록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