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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현 철학관 Apr 07. 2024

시간이 빛을 바라기까지

4월 1주차

드디어 작년에 개발에 몰두했던 가방을 오늘 출시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나는 어떤 제품에 끌리고, 어떤 제품을 수집하는지 볼 때면 새로운 것을 창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다. 새로운 제품은 필요하지. 하지만 뭐랄까, 상상만 했던 제품을 실제로 실물로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일. 그런 일을 잘하면 판매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브랜드 하는 친구랑 둘이 이야기하면서 하소연을 했다. 실력에 비해 눈이 높으니까 거기서 오는 괴리감에 종종 무너지는 것 같다고. 근데 그것도 요즘은 빨리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뭐 어쩌겠나, 하소연한다고 내 실력이 느는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 것을. 요즘은 인정하는 마음에 대해 곱씹고 있다. 누구는 잘되고, 잘 나가고 다 운이라고 사람들 말하지만, 나는 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 밑에 그 사람이 뿌려놨던 씨앗들, 땅을 다지고 일궈낸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그냥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종종 인스타그램 DM으로 친구가 내 전남자친구 릴스가 자기 피드에 떴다며 링크를 보내줘도. (한두 번이 아님..) 솔직히 잠깐은 기분이 안 좋아도, 이제라도 잘 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약간 엄마 같은 마음으로 잘 크는 모습을 보면 괜히 뿌듯하고 그렇다.



제주에 사는 정원사 님이 워크웨어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패턴 작업 중인데, 쉽게 풀리지 않는다. 소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소재를 변경해야 될 것 같다. 생각했던 기간보다 오래 걸리고, 또 내 눈에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껏만 보고 나한테만 집중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면서 작업도 더디니 나한테도 화가 난다. 그래서 제주도 출장에 제품이 없이 와버렸다. 젠장.


그래도 다행히 할 일은 많아서 다행이다. 전에 출시했던 제품 다 챙겨 와서 사진 찍고, 정원사님 인터뷰한 거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고 있다.


정원사님과 나와의 인연도 참 재밌다. 정원사님이 원래는 기자 출신이다. 그래서 내가 학생 때 나를 인터뷰하는 기자로 만났는데, 기자님은 기자를 관두시고 내가 브랜드를 하게 되면서 이젠 내가 정원사가 된 기자님을 인터뷰하고 있다. 벌써 그때가 7년 전인데, 시간도 참 빠르고 사람 인연이란 게 신기하단 생각을 오늘 정원사님 만나면서 했다. 어쩜 그 이후로 한 번도 안 보고 7년 만에 만났는데, 몇 달 전에 만난 사람 같은 기분이 들까?


아무튼 제주도 오니까 너무 좋다! 도착하자마자 어딜 가든 꽃향이 코를 깊숙이 자극하니, 완전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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