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코로나, 그리고 재택근무가 가져온 색다른 일상
앞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https://brunch.co.kr/@mandle-suri/49
https://brunch.co.kr/@mandle-suri/47
삼색이가 입원을 하고 스스로 밥을 못 먹은 지 2주 후의 일이었다. 복막염 신약과 스테로이드를 투약한 지 이틀째에 삼색이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의 기도와 정성을 삼색이도 눈치를 챈 것인지 아무리 맛있는 사료와 캔에도 입을 대지 않던 삼색이가 밥을 한 그릇 다 비워냈다.
큐어캣이라고 하는 고양이 복막염 신약은 코로나 때문에 중국에서 들여오기가 쉽지 않아서 그새 가격이 더 올라있었다. 처음 들었던 약값도 비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사이 훌쩍 오른 가격에 부담스럽기도 했고, 카라 활동가분께 전달받은 전화번호 하나로 연락해서 거래하는 것이라, 정말 괜찮은 걸까 걱정이 스물스물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복막염 약 두 병에 밥을 먹기 시작했다는 아기 고양이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아니면 “두 병”이라는 처음보다는 부담이 덜 되는 약의 양 때문이었는지 약값을 선뜻 보낼 수 있었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역시도 나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작업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용기가 났던 것 같다. 나 혼자 약을 사기 위해서 연락을 해서 약을 받고, 병원에 약을 전달해야 했다면.. 아마 이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밥을 먹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병원에서는 퇴원을 준비하라는 이야기까지 전해 들었다. 삼색이가 워낙 위독한 상황에서 병원에 입원을 했기에 퇴원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삼색이의 마지막을 잘 보내주자라는 생각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퇴원이라니, 정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그리고 퇴원이라는 것은 삼색이의 미래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고맙게도 2년 전 작업실을 쓸 때 삼색이에게 밥도 주고 예뻐했던 친구가 서울에 올라오면 삼색이를 데려다 키우고 싶다고 얘기해주었다. 이 작고 경계심 많은 고양이 삼색이도 이제 가족이 생기겠구나, 입양을 갈 수 있을 때까지 잘 회복할 수 있도록 작업실에서 임시보호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 마침,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나는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마치 삼색이를 잘 돌보라는 하늘의 계시인 것처럼, 삼색이의 퇴원과 재택근무가 함께 시작되었다. 삼색이의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고, 병원에서도 밥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밤에만 먹을 정도로 예민한 친구라 사람도 고양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회복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하셨다. 내가 생활하고 있는 2층은 사람도 고양이도 있는 곳이라, 밤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 1층 작업실이 더 적합할듯 싶었다. 작업실 친구에게 크기가 큰 케이지를 빌려 이불을 깔아 둔 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삼색이를 퇴원시키러 병원에 갔다. 약이나 밥 줄 때 공격할 수도 있으니 수건으로 얼굴을 덮은 후 주사기에 약 넣어서 주면 된다는 주의사항을 듣고, 엄청난 길이의 영수증과 한 손에는 삼색이가 든 케이지를 들고 드디어 작업실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