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지역별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몇 년 중에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자동차 메이커들의 대처도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봉쇄 해제 이후,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에서의 판매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유럽시장은 가장 부진에 빠져 있다.
이러한 글로벌 불균형한 상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수요 침체와 기술개발비 등에 괴로워하고 있던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GM,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FCA)의 주가는 2020년 들어 각각 30% 안팎까지 하락했으며, 3사를 합친 주식 시가총액은 테슬라의 3분의 1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유럽에서는 수요 침체가 계속되면서 일부 업체는 업체간 사업 협력을 강요당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 등 중국에서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은 중국시장의 회복에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다.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 3배가 됐다.
미국의 시장분석회사인 LMC오토모티브의 애널리스트는 중국시장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업체는 그렇지 않은 업체와 비교해 더 나은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인 BMW가 7일 발표한 판매 데이터는, 업계의 새로운 세계 지도를 특징짓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BMW의 2분기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21만2617대에 달했다. 같은 시기의 미국, 유럽에서의 판매 대수는 각각 40%, 46% 감소했다.
LMC는 올해 중국시장에서 신차 판매량이 11% 줄어든 2,280만 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판매량은 각각 22% 감소한 1,330만 대, 24% 감소한 1,570만 대로 전망했다.
이는 1년 전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당시에는 폭스바겐이나 GM 등 중국에서의 사업 규모가 큰 글로벌 메이커가 중국에서의 수요 둔화에 괴로워하고 있던 것과 동시에 전기차에의 시프트와 관련한 투자비 증대에 직면하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한 침체로부터 최초로 타격을 받은 중국은 그런 상황에서 최초로 벗어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은 4월까지 코로나19 이전의 판매 수준으로 거의 되돌아와 5월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증가를 기록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지난 주, 위챗 내 페이지에서 속보치를 발표, 6월의 신차판매 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3%증가한 228만 대 였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가격 인하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각 업체가 발표한 2분기 판매량은 급감했다. GM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지만, 5-6월에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토요타는 미국 판매량이 약 30% 감소했다. 크라이슬러는 미국에서의 판매 대수가 3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조사업체 워즈오토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소형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한 110만 대로 집계됐다.
유럽에서는 5월 신차 판매량이 57% 감소했지만 4월 78% 감소에서 회복되기는 했다. 4월에는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 시장에서 신차가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나마 5월 실적이 부진하고 미국보다 나빴다는 점에서 일부 관측통들은 유럽이 미국보다 빨리 경제를 재개했지만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는 최근 2020년 유럽의 신차 판매대수가 전년대비 25%감소해 1,000만 대 미만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2020년 전망을 하향 수정했다.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신차 판매대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때까지 몇년이 걸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판매 둔화는 중국 및 미국 비중이 높은 경쟁자가 앞서는 가운데 유럽 비중이 높은 메이커는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은 판매장려책과 더불어 향후 6개월간 부가가치세를 인하한다는 방침 등을 내놓았다. 이러한 판매촉진을 위한 정부 대처가 시장을 변화를 이끌어 낼지 관심이다. 그러나 유럽 인구의 고령화, 자동차 소유율의 둔화로 고액 상품을 구입하기 꺼리는 경향을 감안하면 충분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영컨설팅회사인 앨릭스 파트너스의 스테파노 아벨사 부회장은 공장과 판매점의 활동을 재개했음에도 소비자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자동차산업의 과잉 생산은 적어도 30%에 이르고 있어, 유럽 자동차메이커가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도산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쌓인 1조 달러 이상의 부채를 변제하는데 필요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곤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의 한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최근 판매 데이터를 볼 때, 4월 신차 판매가 바닥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더 심각한 타격이 보이는 것은 지금부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몇 달 사이에 경제적 타격의 정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재고가 대량으로 쌓여 있으며 이 회사는 지난주 터키에서의 신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독일 다임러 산하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프랑스 로렌 지방에 있는 한바흐 공장을 매각할 방침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규모가 더 작거나 재무적으로 취약한 업체들은 더 강력한 파트너를 찾아내지 않으면 취약한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도 했다.
앨릭스 파트너스는 중형 메이커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과 같은 대형 메이커조차 서둘러 통폐합 등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어느 곳이든 핵심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면 통합이 필요할 것이다.
2019년 1월, 폭스바겐와 포드는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일부 상용차와 전기차 기술의 공유화를 향한 국제적 제휴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회사는 지난달 26억 달러 협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합의에 의하면, 포드는 폭스바겐으로부터 전기차 기술에 관한 라이센스를 공여받는다. 또 포드의 트럭 생산시스템을 이용해 총 800만 대의 상용차를 공동 생산할 전망이다.
크라이슬러와 프랑스 그룹 PSA(푸조·시트로앵) 또한 합병 계획을 가지고 있다. 크라이슬러 회장은 지난주 주주들에게 합병이 예정대로 완료되도록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고 코로나 위기는 이번 합병 계획의 합리성을 더욱 보강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