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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Jun 29. 2019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특별난, 그러나 조금은 아쉬웠던

영화 리뷰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포스터만 봤을 땐 무슨 마법의 옷장이 있어서 거기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계속 다른 나라에 가게 되는 판타지 영화인 줄 알았다. 말 그대로 옷장을 타고 떠나는 세계여행. 이케아 홍보 영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목부터 이케아가 들어가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비록 마법의 옷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나 대신 세계여행을 떠나 주는 이 유쾌한 영화를 통해 여행의 설렘을 대리만족이나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마법의 옷장 따위 나오지 않았다. 마냥 천진난만하게 세계일주를 하는 영화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판타지 영화이긴 했다. 사실상 일어나기 어려운, 정말 '특별난' 여행이 나오니 말이다. 주인공 파텔은 돈 한 푼 없이 인도에서 파리로 날아갔다가, 이케아 옷장에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런던에 가게 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들을 겪으며 바르셀로나, 로마, 트리폴리를 종횡무진한다. 물론 그의 세계여행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것처럼 호화스럽거나 안락한 여행은 아니고, 청춘의 열정 넘치는 배낭여행같은 것도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불운과 행운이 번갈아 닥쳐오는 여행 속에서 파텔은 우연의 파도에 휩쓸리며 세계를 누빈다.     



적절한 웃음과, 적당한 따뜻함과,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가 모두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점은 영화 곳곳에 사회적 이슈가 녹아들어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난민 문제에 대해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고, 그 점이 다른 로드 무비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영화는 파텔의 이야기를 통해 난민의 생활과 그들의 이야기를 상당히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또 난민 문제를 처리하는 행정 관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해서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난민 문제를 다루는지, 아니면 감독의 개성과 욕심이었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이 영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 만든 영화가 되려다 만 느낌. 마냥 유쾌하고 그야말로 여행가는 기분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로드 무비가 되기에는 약간 무거운 부분들이 있고, 게다가 여행지의 모습도 (파리와 로마 빼고는) 거의 안 나오고, 또 그렇다고 사회 이슈에 집중한 영화는 절대 아니고. 주인공의 나레이팅 형식을 빌린 건 마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연상케 하지만 그 마무리가 좀 뜬금없어서 부자연스럽고, 그 와중에 중간에 넣은 음악과 춤 장면들은 그 자체로 어색하고 오글거려서 사실 보고 있기 좀 힘들었다(잘 만든 인도 영화의 비슷한 장면들과 자꾸 비교하게 된다).      



중간 중간 잘 만든 장면들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와 통일성을 갖기에는 힘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차라리 러닝 타임이 2시간 이상으로 길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넣고 싶은 유머와 장치들도 많은데 충분히 다 살리지 못하고 영화가 끝난 기분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는 딱이지만, 영화의 개연성과 완성도를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적절히 속도감 있고 몰입감 있는 유쾌한 영화를 원한다면 적극 추천하겠지만, 화면을 통해 여행 판타지를 대리 충족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차라리 여행 브이로그가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절대 나쁜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신나게, 한 사람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진출처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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