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안주하거나, 꿈을 좇거나
* 이 글에는 문학 ‘달과 6펜스’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에 대해 한결같이 무관심한 주인공 스트릭랜드. 스트릭랜드가 요구하지 않은 호의를 베풀며 내심 보상받기를 바라는 사람들. 그는 이러한 보통의 인간관계를 참으로 귀찮아하며 대단히 여기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도 아주 소중하게 여긴 것이 존재했는데, 그건 바로 그의 꿈이었다.
스트릭랜드는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에게조차 귀띔 없이 하루아침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모든 정신과 육체를 자신의 꿈 하나에 집중한 스트릭랜드. 그토록 원하던 꿈은 바로 자신만의 예술을 그리는 것이었다. 집, 가족, 직장, 친구. 자신의 모든 걸 내팽개치고 방랑하는 예술가의 길을 택했다.
아, 어쩌면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돈과 안정과 친구와 가족 같은 것들을 모조리 잃을 각오가 충분히 되어 있다면 말이다.
찰스 스트릭랜드의 은거는 내가 가슴 속 깊이 간직한 간절히 바라던 삶이다. 나도 언젠가 용기와 결단을 가지고 그처럼 사람들을 피해 살 수 있을까?
죽기 전 타히티 섬에 꼭 가 보고 싶어졌다.
p.s. 내 상상 속, 스트릭랜드와의 인터뷰
Q.
독자: 어이, 스트릭랜드.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 꿈을 좇았대. 아 그래서, ‘꿈’이 뭔데? 너무 추상적인 단어잖아.
A.
스트릭랜드:
어느 날, 정말 아무것도 다를 것 없던 어느 날. 일어났는데 갑자기 내가 빈 껍데기처럼 느껴졌고 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괴로움에 울부짖거나 눈물에 푹 젖은 채,
죽지 못해 힘겹게 살아갔다.
내 인생이 6펜스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6펜스 : 과거 영국에서 유통되었던 가장 값싼 은화의 명칭
그렇게 말로 형용할 수 없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내 안에서 아주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주 희미해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던 별이 점점 커지고 커져서 달만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사랑스런 그 달은, 내가 항상 살고 싶어했던 이유를 알려주었다.
난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것이 내가 여태까지 찾아온 것이라는 것을. 나는 도저히 그걸 좇지 않을 수 없었을 뿐이었다.
그게 꿈인가? 나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