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분위기부터 개인적인 소회까지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이상효입니다. 얼마 전 저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피그마 본사 오피스 투어를 다녀왔는데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그곳에 다녀온 후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아래와 같은 목차로 진행됩니다.
1. 피그마란?
2. 어떻게 가게 되었나?
3. 가서 뭘 할 수 있었나?
4. 인상 깊었던 것 (오피스)
5. 인상 깊었던 것 (피그마)
6. 다녀온 의미는?
Outro
피그마는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협업 툴로, 2023년 기준 대부분의 IT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주로 UX디자인에 쓰이지만 프레젠테이션, 브레인스토밍, 업무 로드맵, 일러스트레이션, 이모지 만들기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고요. 프로덕트&플랫폼 디자이너인 저는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기도 해요. 디자인뿐 아니라 교육 커리큘럼을 관리하고 실제 수강생과 함께 실시간 온라인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심지어 책을 쓸 때에도 유용합니다. 쉽게 말하면 디자인계의 구글 독스 같은 툴입니다. 이제는 조금만 검색해 보면 피그마에 대해 알 수 있을 정도로 관련 콘텐츠도 많아졌어요.
그런데 피그마의 활용에 대한 콘텐츠는 많지만 피그마의 실제 현장에 대한 글은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 저는 이번에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며 피그마 본사 오피스 투어를 진행하게 되었고,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피그마에 대해 더 풍부하게 알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IT의 중심지로 유명합니다. 저는 디자이너이자 IT 업계인이지만 한 번도 미국에 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 미국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을 때 꼭 실리콘밸리 IT 회사를 방문해 분위기를 느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평소에 가고 싶었던 실리콘밸리 기업을 리스트업 해보던 중 자연스럽게 거의 매일 사용하는 툴을 만든 회사, 피그마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피그마 오피스도 샌프란에 있었거든요.
조금 더 알아보니 피그마는 오피스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여행 기회를 활용해 꼭 피그마에 방문하고 싶었고, 제 피그마 관련 이력을 덧붙여 가며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했습니다(무작정 관련자에게 이메일이나 DM 보내보기, 지인 소개받기 등등). 결과적으로, 멋지고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오피스 투어 일정을 잡을 수 있었어요. (이번 오피스투어를 주선해 주신 주형님, 바쁜 와중에 시간 내어 피그마 오피스투어 진행해 주신 클라라 감사합니다!)
오피스투어
총 3시간 정도 피그마 직원인 클라라와 함께 오피스투어를 진행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여러 질문을 준비해 갔는데 막상 갔을 땐 조금 긴장해서 잘 떠오르지 않았던 게 아쉽네요. 그래도 피그마 관련 이야기를 피그마 직원에게, 피그마 본사에서 직접 나눌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피그마에게 바라는 기능들 제안
디자인 토큰이나 컴포넌트, 한글 버그 관련 내용은 일부러 안 물어봤어요. 글로벌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여러 가지를 묻고 제안해 보았습니다.
a. 피그마 디자인 시스템 애널리틱스 고도화
현재 피그마에서 제공하는 디자인시스템 라이브러리 애널리틱스의 현 상태로는 어떤 컴포넌트가 어떻게, 얼마나 유의미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이 기능이 고도화되면 데이터 기반으로 더 멋지게 디자인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싶은(오거니제이션 이상 플랜의) 디자인 옵스, 혹은 디자인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이너에게 무척 유용한 기능이 될 것 같아요.
b. 프로토타이핑 고도화
피그마는 이미 상당히 강력한 프로토타이핑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요. 스마트 애니메이트나 Custom easing 기능을 잘 활용하면 프로토타이핑뿐 아니라 좀 더 응용하면 멋진 모션그래픽 디자인을 만들 수도 있고요. 다만 현재는 전문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수준이라고 생각했어요. 피그마로 디자인을 만들다가도 더 복잡한 애니메이션 기능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애프터이펙트로 옮겨서 하게 되거든요. 피그마를 단독 전문 모션 툴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혹은 정말 실제에 가까운 프로토타이핑을 단독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c. 동시간 에디터 더 많이
현재는 동시간 하나의 피그마 파일에 200명 에디터+500명 뷰어가 접근할 수 있어요. 이미 많은 숫자의 동시접속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인원을 위한 초 대규모 피그잼 워크숍을 준비하기는 어려워요. 작년 피그마 코리아 밋업을 준비했을 때 피그잼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1100+)이 참여 신청해 주신 덕분에 온라인 참여자 분들 대상으로 피그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더 많은 인원을 지원하면 좋았을 것 같아서 말씀드렸어요.
굿즈 선물받기
피그마는 별도 웹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피그마 공식 굿즈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한국 오피스나 전담자가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 행사를 위해 굿즈가 필요해도 미국에 직접 요청해야 하고, 해외 배송 시간이나 반송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에 방문하니 근본 굿즈를 많이 주셔서 행복했습니다.
피그마 케이터링 점심 먹기
샌프란 오피스에서는 상시로 먹을 수 있는 과자류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출장뷔페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했어요. 점심시간이 되니 다양한 곳에서 피그마 직원들이 음식을 먹으러 식당 구역으로 모여들었고 저도 함께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진행된 투어(?)로 배고팠던 차에 다양한 & 맛있는 요리를 대접받을 수 있었습니다. 식사하는 견주를 기다리는 강아지들도 볼 수 있었고요 ㅎㅎ 과일 후식이나 커피도 있어서 먹을 것 때문에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었어요. 무엇보다 천천히 식사하며 피그마 관련 이야기를 캐주얼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서울 컨피그 와치파티를 신청하시면 오프라인 선정되신 분들에게 피그마 공식 굿즈를 나눠드릴 예정입니다. 곧 와치파티 신청을 마감할 예정이니 서둘러 신청하세요! (~6월 11일까지)
피그마 오피스는 정말 피그마스러웠어요. 고층 빌딩 중 세 개의 층을 사용하고 있어 공간도 꽤 넓고 다채로웠고, 모든 오피스 공간 곳곳에 브랜딩에 신경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눈이 즐거웠어요. 벽에 누구나 참여 가능한 스크래블도 있었는데 피그마 구성 요소, 업계 용어, 실제 구성원 이름 등이 쓰여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오피스 인테리어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느낌이 들어서 ‘협업’이 중요한 가치인 피그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의실 이름에서도 위트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투자 등 큰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쓰는 회의실 이름은 BOARDROOM - BIGMA, 영작문 플레이스홀더 시작 단어인 로렘 입숨 Lorem / Ipsum 회의실이었어서 더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그래픽이 많이 보였습니다. 컨피그가 열리는 6월 시즌이 되면 피그마 로딩 화면에서도 무지개 그래픽을 확인할 수 있는데, 오피스도 제품과 잘 어울렸어요. 원색을 많이 사용했는데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멋졌습니다.
모든 팀에 팀별 굿즈를 만들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오피스 곳곳에 다양한 팀에서 만든 피그마 굿즈, 아트웍이 있었고 매우 흥미로웠어요. 외부인인 제 관점에서 팀빌딩과 외부 브랜딩 두 관점 모두에서 의미 있는 복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잊고 있었는데 피그마는 실버 유튜버였고 오피스 한켠에서 상장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피그마를 잘 쓸 수 있는 꿀팁이나 가이드, 콘퍼런스 영상 등을 업로드하고 있어요.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어서 저도 구독 중입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오피스 군데군데 보이는 책장이었어요. 직원들이 원하면 상시로 책을 기부할 수 있고, 그만큼 정말 많고 다양한 카테고리의 책이 꽂혀 있었습니다.
반려동물 동반 출근이 가능해서 중간중간 견주분들과 강아지들이 함께 회의실에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피스 중간중간 보이는 개밥그릇(?)도 귀여웠어요.
내부 시설과 구성원
실무 하는 일상 광경은 한국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거의 대부분의 오피스 데스크가 모션데스크였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네요. 투어를 진행해 주신 클라라 외에도 중간중간 만나는 직원분들이 매우 친절했어요. 투어 중 갑자기 마주쳤는데 반갑게 인사해 준 저스틴, 대런, 엠마 반가웠어요 :)
피그마는 재택과 오피스 혼합근무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모여들어서 놀라웠어요. 총인원이 600명 정도인 줄 알았는데 샌프란에만 그 정도의 인원이 있다고 하셨고, 글로벌하게는 총 11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유럽 각지, 싱가포르, 일본, 뉴욕 등).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구성원이 일하고 있었어요.
다양한 직무
피그마에서 디자이너 애드보케잇(Designer Advocate) 직무는 디자인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에게 피그마를 알리고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원래 디자이너였던 분들이 많기 때문에, 직무가 바뀐 지금도 피그마에서 '디자인'을 할 기회가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종종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가이드 해주신 클라라는 제가 업무할 때 잘 쓰고 있는 jira 위젯을 디자인하셨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디자인 시스템 전담으로 맡는 ‘플랫폼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프로덕 디자이너 직무 외에)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말했더니 신기해 하셨어요. 영어권에는 같은 역할이라도 ‘Design Ops’ 혹은 ‘Product Designer - Design System’ 타이틀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교육 & 협업
디자인뿐 아니라 교육 & 협업 방면으로도 큰 힘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피그마의 원동력은 실시간 협업에서 나오는데, 꼭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다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 무척 유용한 툴이라 때문에 듣고 바로 납득했어요. 본업이 디자이너다 보니 피그마의 교육 관련 로드맵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제가 피그마 오피스에 방문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다만 저 말고도 (많지는 않지만) 해외에서 오피스투어 요청이 몇 번 있었던 모양이에요. 최초의 피그마 해외 유저 방문객이 아니라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덕력이 올라가고 닐 암스트롱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더욱 뜻깊었어요.
피그마의 디자인 애드보케이트 직무가 피그마 디자인 콘퍼런스인 컨피그, 스키마를 메인으로 준비하는 호스트 역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곧 시작할 2023컨피그 준비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하셔서 재직 중인 원티드에서 열심히 준비 중인 서울 컨피그 와치파티 페이지도 공유해 드렸어요. 신기해하면서 피그마 내부에도 공유해 주셨습니다.
스포티파이로 디자인 관련 캐주얼 팟캐스트를 진행한다고 하십니다! 팟캐스트 제목은 It Depends. 영어로 되어있지만 혹시 궁금하시다면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Link
아무래도 한국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차가 많이 나고(-16시간) 피그마의 공식 서포트도 적은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피그마 관련 행사를 제대로 챙겨보기 어려운 환경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컨피그는 챙겨볼 가치가 높아 보입니다. 이번 연도에도 꽤 커다란 주요 업데이트가 있는 눈치였고, 관련 자세한 내용을 이번 컨피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어려운 시간대지만 함께 시청해 보면 어떨까요? ㅎㅎ 6월 22일이 기대됩니다.
곧 만날 수 있기를 바랄게요 :)